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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북선생 Jan 01. 2023

새로운 시작 늘 같은 시작

2023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한 해의 마지막날이었던 어제까지 수업이 빽빽하게 있었던 탓에 나에겐 오늘 하루가 그저 평범한 일요일 같았다. 일주일간의 고단했던 일과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주일을 위한 휴식을 위한 날. 그래도 명색이 새로운 해가 밝았는데, 뭔가 계획도 짜고 남다른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에 빈둥거린 하루가 아쉬웠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매년 1월 1일이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라는 느낌보다는 3월이 새로운 시작인 기분은 강하게 든다. 모든 일정과 계획을 아이들의 학기와 맞춰서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굳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연초인 1월에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느냐면 그건 아니다. 개인적인 목표들 몇 가지는 그래도 연초에 세운다. 매년 실패하는 운동하기나 독서량 채우기 같은 목표는 올해도 반복해서 세운 목표고, 그간 하지 못했던 여행계획을 올해는 좀 세웠다. 그리고 내 개인의 목표이지만 온전히 나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세운다. 매년 반복해서.


중등부 아이들 모두 80점 이상 만들고, 고등부 아이들은 각자의 진학목표에 맞는 성적 만들기. 


매년 아이들의 학업과 관련된 내 목표를 세우는데, 사실상 내가 해내는 일이 아니라 아이들이 해내야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그 목표치에 닿을 수 있게 올해는 또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개선할 수 있을까. 무엇을 내가 더 연구하고 준비해 주어야 할까. 이 고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지만, 나는 또 이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고3 아이들 중에 내 큰 조카도 있다. 순하기는 하지만, 학습에 그다지 의욕적이지는 않아서 속을 썩이는 녀석. 어쩌다 보니 이 못난 이모의 말만 잘 듣는 매우 수동적인 아이. 아이와 남은 입시 마라톤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지만, 매년 그래왔듯이 다시 나를 다잡는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거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해주는 한 해를 또 보낼 거다. 매년 새로운 시작이지만, 매년 늘 같다. 큰 조카는 물론이고, 내 품 안에 들어와 있는 모든 아이들이 그래도 우리 국어 선생님을 우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생각할 수 있는 한 해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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