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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Feb 10. 2023

왕따

230209




얼마 전 오랜만에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났다. 중학교 때 친구라고 해봐야 3명뿐인데, 아무튼 그 중 2명을 만났다. 중학교 때 친구가 얼마 없는 이유는, 왕따를 당해서다. 중학교 1학년 때는 일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반 애들로부터도 괴롭힘을 당했다. 그냥 복도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때리는 것은 일상이었고, 생일 선물로 받은 필통을 가지고 축구를 하거나, 내 사물함에 썩은 우유를 넣어놓는 등 심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힘든 학교 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얼마 전 만났다는 2명의 친구들 덕분이다. 2학년부터 다른 반이 되어서 어찌나 슬프던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걔네들 반으로 쪼르르 가서 일러바쳤고, 그 친구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위로해주었다. 그 반 담임 선생님이 나보고 교실로 그만 좀 들어오라고 할 정도였으니, 어지간히 찾아갔던 것 같다.


고등학교는 일부러 아주 먼 곳으로 갔다. 차를 타고 30분은 가야 했는데, 나랑 같은 중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전교에 3명 밖에 없었다. 그 친구들과도 서서히 멀어졌다. 나는 중학생 시절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가고 싶었다. 혹시라도 나를 괴롭혔던 얘들을 대학교에서 다시 만나면 안 되니까.


대학생이 되고 그 친구들을 우연히 만났다. 다시 친해지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몇 안 되는 우스꽝스러운 추억들을 빌미로 금방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웃으며 장난치는 내 모습을 보며 한 친구가 '네가 이렇게 밝은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그 말이 맴돌았다.


왕따를 당한 경험은 정말로 최악이었다. 사람들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자책하게 만들었고, 교회 안의 인간관계에만 집착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면 우선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건, 그 경험 덕분에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마음의 문제들이 몇 가지 더 있는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떤가. 아직도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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