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디얼리스트 Nov 26. 2019

면접이 당신을 환장하게 만드나요?

면접 바보의 취업 면접 이야기

저는 면접을 싫어합니다. 살면서 경험했던 짜증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도 취업 면접을 높은 순위에 올려놓을 것만 같습니다. 무거우면서 가식적인 분위기도 맘에 안 들고, 이미 면접관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도 상당하죠. 면접을 봤던 날이면 피곤함에 곧장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잠을 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면접을 참 못 보는 편이었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는 기본이고 횡설수설, 묵묵부답 등 면접 도중에 뛰쳐나가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한 자책 및 자성의 시간을 가진 뒤에도 막상 면접만 들어가면 막막함에 죽을 쑤니 환장할 노릇이었죠. 덕분에 숱한 탈락을 겪었습니다. 담담한 때도 있었지만 이래서 우울증이 생기겠구나 하는 때도 많았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면접에 젬병이었던 만큼 많은 면접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10명 미만의 기업에서부터 대기업, 금융권, 공기업, 협회, 병원, 교직원까지 수많은 곳의 면접을 보며, 그동안 받은 면접비가 노트북 한 대 값 정도 됐을 때쯤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은 지금의 회사에 붙은 건 행운에 가깝지만 말이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면접 때문에 근심 걱정이 많은 분들을 위함입니다. '겸손하되 당당해라', '회사마다 케바케'와 같은 일반론보다는 면접의 사안별로 제 주관을 듬뿍 담아서 작성하려 합니다.


< 자기소개 >

면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기소개입니다. 유형은 '자기소개를 해봐라,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를 섞어서 1분 내로 해봐라, 사물에 빗대어서 해봐라, 직무와 연결해서 해봐라, 외운 거 말고 즉석으로 해봐라, 영어로 해봐라' 등등이고 가끔 안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면접관들은 보통 자기소개를 시켜놓고 지원자들 서류를 검토하는 시간 벌기용으로 쓸 때가 많아서 중요도는 낮지만, 기선 제압과 관련이 있으므로 여기서 삐걱대면 면접 전체가 말리기 십상입니다.


'저는 (뭐든 잘 흡수하는) 스펀지입니다.', '저는 (겉보기에는 우아하지만 물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백조입니다.' 이런 거 하실 필요없구요. '저를 3가지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같이 인위적인 소개 안 해도 됩니다. 와 닿지도 않을뿐더러 외워온 걸 다 알기 때문에 면접관들이 잘 듣지도 않거든요.


그냥 한두 가지 임팩트 있는 경험담 위주로 짧게 준비하세요. 어차피 다들 좋은 얘기를 하고 있어서 내용보다는 그 사람의 기(氣)를 보기 마련이죠. 무엇보다 '천천히 여유 있게' 이야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들 준비해온 내용을 외우느라 급급하다면 그 사람들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다면 아예 완벽히 외우는 쪽을 추천합니다(중간에 까먹으면 멘붕옵니다).


목소리는 크게 하시되 처음에만 의욕적으로 엄청 컸다가 나중에 작아지는 분들도 봤으니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로 될 수 있는 한 크게 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 목소리가 작아서 면접관이 '조금만 크게 말해주시겠어요?'라고 했다면 이미 물 건너갔을 수도 있거든요.


이 시간에는 가능하면 면접관들을 관찰하며 분위기를 파악해 두세요. 나중에는 누가 수장인 것 같고, 누구는 까칠해 보이고, 누구는 딴청 피우고 있는 게 보일 겁니다.

 

< 토론면접 >

토론면접에는 사회자의 유무, 찬반 측 선택 가능 여부, 필기 가능 여부, 사전 준비시간 부여 여부 등의 변수가 있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식으로 발언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후, 명찰을 보면서) 아 누구누구씨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러이러한 주장이신 거 같은데 요로요로한 부분에서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주장에는 이견이 있습니다. 블라블라..."


우리 세대가 토론이 익숙지 않아서 그럴까요. 아니면 워낙 정보가 많이 돌아서 그럴까요. 너무들 비슷합니다. 싸우면 망하고 화합해야 성공한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어서 싸우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토론면접은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죠.


저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좋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게 더 쉬운 길이기도 하구요. 공격적인 말투만 좀 조심하면 됩니다. 먼저 자기가 잘 아는 분야로 유도해야 합니다. 어떤 대주제가 정해진다면 재빨리 발언을 해서 자신이 익숙한 소주제로 논의를 이끌어 가는 것이죠. 잘 알기 때문에 할 이야기도 많고, 한 번 움직인 논점은 쉽게 이탈되지도 않습니다.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최대한 많은 주제를 다뤄봐야 합니다. 질보다는 양으로요. 토론면접은 대충 몇 마디 하다 보면 끝나버리기 십상이라 깊은 지식보다는 접해본 적이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상 주제를 맞추기란 어차피 불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처음 접하는 건 괜히 겁먹기 마련이거든요.


< 임원면접 >

모든 기업의 끝판왕은 임원면접입니다. 소위 인성면접이라고들 하죠(떨어진다고 해서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기분 나쁩니다). 보통 임원면접은 그 회사의 1인자나 2인자의 주도하에 다대다로 진행됩니다. 자잘하게 점수나 가중치를 내기보다는 임원이 봐서 O, X 또는 △ 정도로 판가름할 겁니다. 시스템상 임원면접 비중이 따로 합산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요.


막상 물어보는 건 특별한 게 없습니다.

'여기까지 뭐 타고 왔니, 밥은 먹었니, 여기 별로인데 왜 왔어, 아버지 뭐하시노'

'FTA,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반값등록금...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제가 받았던 질문들 중 일부입니다. 디테일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중요시한다...라고 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고, 해당 임원이 즉흥적으로 묻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붙어도 왜 붙었는지,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아리송할 때가 많죠. 핵심은 임원이 맘에 들어하느냐거든요. 회사에서 그 정도 올라갔으면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거친 분들일 테고, 자신만의 사람 보는 철학도 확고할 것입니다.


문제는 복불복이라는 것이죠. 가령 임원이 우직한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고, 달변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할 수는 없겠죠. 저는 두 가지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1. 간명하게 말해라

임원들의 공통점이 긴 얘기를 안 좋아한다는 겁니다. 친절하게 경청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대놓고 안 듣거나 중간에 끊는 사람도 많죠. 맨날 앵무새 같은 답변만 듣다 보면 재미도 없을 거고, 그 방면에서는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니 내공 없는 답변은 바로 바닥나기 마련입니다. 중언부언하지 말고 간결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짧게 말하는 게 더 어렵지만 더 효과적입니다.


2. 뒷조사를 해라

임원면접에는 사장이나 상무 등 높은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미리 인사팀에 물어봐서 누가 들어오는지 정보를 얻는 것도 좋구요. 그 정도의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대략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했던 인터뷰 같은 게 있다면 더욱 좋겠죠. 일단 면접에 들어가면 익숙한 얼굴이 앉아 있는 셈이라서 심적으로도 안정이 됩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최근의 관심사, 나아가서는 고향, 출신 학교, 취미 등 뭐든 알아두면 좋습니다. 질문이 들어왔을 때 불현듯 검색했던 내용이 떠올라 도움이 될 때가 있거든요. 답변할 때 임원이 했던 말을 내 이야기로 풀어낸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동질감을 느낀 사람에게 호감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 본질적 질문 >

"(다른 기업이 아닌) 왜 여기인가?"  

"(옆 사람이 아닌) 왜 당신인가?"


집요한 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물어봅니다. 심지어 본인 말고 이 중에서 누가 떨어져야 되는지 한 명만 골라보라는 질문도 봤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시비죠.


'왜 그러세요. 솔직히 돈 벌려고 온 거 아시잖아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일단 참습니다.


근데요.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취업의 본질이에요.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자신과의 대면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합니다. 먼저 본인을 설득시켜야 상대방을 납득시킬 수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면접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 예상질문 >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면 가장 좋겠지만 임기응변에 자신이 없다면 예상질문에 대해 답변 키워드라도 뽑아두세요. 면접에 자신이 없을수록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어느 기업에 가도 큰 틀을 벗어나는 질문은 별로 없기 때문에 100개 정도 연습해 둔다면 웬만한 질문은 다 커버가 되리라 봅니다.


다만 준비했던 질문을 받더라도 급하게 말하지 말고, 즉석에서 생각한 듯이 연기하세요. 외운 듯한 답변은 매력이 없거든요. 이것도 연습하면 다 됩니다.


< 전략적 접근 >

공채라면 대부분 서바이벌 방식일 겁니다. 괜찮은 사람을 콕 찍어서 뽑는다기보다는 서류, 필기, 1차 면접, 2차 면접 등 허들을 주고 넘는 사람들만 추려내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면접 경쟁률이 낮고 내가 경쟁력이 있다 싶으면 무난하게 가고, 5대1 이상의 확률 낮은 게임일 경우 튀는 전략을 쓰는 게 좋겠습니다. 가령 후자의 경우 공통질문이 들어왔는데 다들 A라고 이야기하는 분위기다 싶으면 B라고 주장하고 보는 겁니다. 먹히면 포인트 많이 따겠죠.


< 드리고 싶은 말 >

사실 지금까지의 모든 내용에 앞서 추천하는 건 운동과 사회활동입니다. 면접 울렁증이 심한 분들일수록 더더욱 그렇습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최근의 본 면접에서 있던 일입니다. 이 회사는 활달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모두가 그런 식으로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옆에 분이 그러더군요.

"저는 영업사원을 하라고 할 정도로 활동적이고..."

그러나 그분의 목소리는 매우 떨리고 있었고, 다음 내용은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


생각건대 면접은 기싸움입니다. 그 사람의 말보다는 눈빛이나 태도, 분위기로 판단합니다. 면접을 준비한다면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기보다는 운동을 하고, 새로운 모임을 나가는 편이 낫습니다. 몸이 좋아지면 확실히 자신감이 생기구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게 곧 대화형 면접입니다. 면접관 또래 아저씨들이 많다면 금상첨화겠죠. 면접에서 긴장하지 않아야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를 도와주는 게 운동과 사회활동이라고 봅니다.


< 번외 편 - 짧은 Q&A >
Q. 면접에서 나이 공격을 받았다면?

A. "입사 선배가 형이나 다름없죠." 같은 느낌으로 담백하게 답변하시길. 다른 공격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구절절한 답변은 곤란해요.


Q. 자소서에서 큰 실수를 했다면? (ex. 기업이름 오타 등)

A. 차라리 정중하게 잘못을 인정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목례를 곁들인다든지 하는 방식으로요.


Q. 같은 기업에 재지원한 경우?

A. 지난번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짧은 경력도 언급하는 게 좋을까?

A. 퇴사 동기가 지원동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안 쓰는 게 낫습니다. 반드시 공격당합니다.


Q. 취업스터디는 필요한가?

A. 추천하지 않습니다. 취업스터디는 서로 비슷한 처지에서 위로받기 좋을 뿐 현직자와 함께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그래도 하시려거든 스터디의 분위기가 밝은지를 먼저 보세요.


Q. 면접에 임하는 바람직한 마음가짐은?

A. '나 이런 사람이야' vs '뭐든 하겠습니다'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하겠습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전자, 절실함이 부족해 보인다면 후자 쪽이 더 필요하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