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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Jun 23. 2022

직원들을 떠나보내며 깨달은 것에 대하여

2월부터 6월 현재까지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과정을 겪는 당시엔 좋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이 지나고 보니 깨닫고 배운 것들이 많이 남는 경험이었다. 그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직원들 3명이 퇴사를 했고 주말 알바생이 업무를 해야 하는 당일 날, 문자 하나 달랑 남기고 잠수를 탔다. (알바 잠수 타는 일이야 자영업 하는 사람들에겐 일상다반사라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멘탈이 심히 흔들렸고, 나는 떠나 간 이들을 탓하기 바빴다. 내 입장에선 사회 경험이 많이 없는 그들에게 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런 친구들과는 나도 일을 오래 하기 어렵다고 되뇌었다. 나가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결이 안 맞는 친구들은 빠르게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떠나간 그들보다 남아 있는 친구들이 소중했으며, 앞으로 들어 올 친구들도 그들보다 나을 거라는 비합리적인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런 과정에서 초보 사장&사업가로서 내가 깨닫고 배운 세 가지 있다.


1. 사람을 내 가치관대로 변화시키려고 하지 말 것.

2. 일만 하러 온 직원과 배움을 원하는 직원을 구별할 것.

3. 나랑 함께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직원은 귀하다. 내보낼 것 아니면 그 어떤 이유로도 비난하지 말 것.


Case 1.

두 번째 사업장을 준비하면서 근처 다른 가게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동생을 주방 멤버로 영입했다. 2년 정도 곁에서 자주 만나고 지냈던 친구라, 그동안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일을 해보자고 제안 했고, 그 친구도 내가 그리는 사업의 여정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친구는 장점도 많았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는 친구였다. 성실함을 갖췄지만 동시에 팀워크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돌아가는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돋보이고 싶은 성향 때문에 되려 자신이 맡은 일에 실수가 잦았다. 일 할 때 이런 성향이라는 것은 그 친구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서 충분히 들었기에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막상 함께 일을 해보니까, 듣던 것보다 여러 가지로 더 안 좋았다. 이를 해결해 보자 나는 그 친구에게 업무 장소를 이전할 것을 제안했다. 그 친구가 일을 제대로 잘하는 팀원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일하는 성향은 오랫동안 굳어진 탓인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따끔하게 그 친구에게 직설적으로 뼈를 때리며 훈계를 했다. 그냥 사장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어조로 강하게 충고했다. 사장과 직원의 관계이기 전에 동네에서 만난 형으로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도 좋은 마음으로 변하겠다고,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역시나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함께 일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보다는 그 친구 문제점에 교정과 변화를 시키는데 집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그 친구는 퇴사를 선택했다.


Case 2.

어떤 신입직원이 있었다. 학사장교 출신으로 중위 전역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었다. 지원 이유를 묻자 자신도 머지않아 술집을 차리고 싶다고 했다. 한마디로, 무경력자이기에 배우면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장교 출신이라는 점과 똘똘해 보이는 인상에 일단 일을 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입사 후 1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이 친구에게 퇴사 통보를 했다. 그 친구에겐 겸손함이 전혀 없었다. 일을 배우려면 겸허한 자세가 필수인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 자세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해줘도 불만이 생긴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퇴사할 것을 통보했다. 내 이야기를 한 참 듣고는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나도 마음이 약해져서 태도를 바꿀 것을 요구하고 다시 한번 일을 해보자고 다독였다. 하지만 그 친구의 간곡한 요청에 나는 흔들리지 말았어야 했다. 약 3달 정도 뒤 어느 날, 그 친구가 홀을 보다 계산을 덜 하는 실수를 했다. 이 전에도 홀에서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여 이래저래 자잘한 실수가 몇 차례 있었다. 나도 화가 좀 났기에 그 친구에게 감정이 섞인 말투로 질책했다.

"A야 너는 뭔 생각하면서 홀을 보냐?" 정확히 딱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업무 마감 후 그 친구는 내게 퇴사를 하겠다며 통보했다.


이 두 가지 케이스를 읽고 난 뒤, 당신은 무슨 생각이 먼저 들었는가? '사장이 좀 너무 했다 또는 직원이 잘 못했네' 이런 식으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았는가? 나도 그랬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한 동안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잘못했길래 퇴사를 결정했는지, 또는 그 친구들의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따지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한 동안 나의 자책과 그들에 대한 비난 사이에서만 문제점을 찾다가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이것은 직원이 잘 못했는지 사장이 잘 못했는지에 문제가 결코 아니었다. 문제는 사장으로서 나의 인사 능력의 부족이었다.


Case 1의 문제는 이것이었다. 팀워크를 깨는 직원 때문에 기존에 일 잘하고 있던 직원들이 일하기 힘들다는 불만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그 친구가 일 할 때, 차분하게 하고 정해진 규칙을 지킬 것을 요구했지만, 쉽게 개선되지 않자 다그쳐보기도 하고 감정에 호소해보기도 했다. 여기서 내가 한 잘 못은 그 친구의 잘못에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직원도 그 친구의 단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만큼 단점이 뚜렷했다. 다만 그 친구는 장점도 뚜렷한 친구였다. 성실함이 무기인 친구였다.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가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를 인간적으로 존중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 친구에 단점에 집중했던 탓이었을게다. 나는 사장으로서 제3의 입장이 되어서 어떻게 해서든 운영이 원활히 되도록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헌데 그렇지 못했다. 사람의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조금씩 개선을 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가운데, 함께 일하는 팀원들에게도 그 친구의 장점을 강조하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했다. 내가 그 친구의 단점에 집중하니 함께 일하는 다른 직원들도 그 친구의 단점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 친구가 자존감을 지키며 잘해보려는 의지를 키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Case2의 문제는 이렇다. 스스로를 고평가 하는 직원과 능력 부족과 태도 불량으로 판단하는 사장 사이에서 발생하는 입장 차이다. 


나는 이 친구가 욕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일에 욕심 있는 친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훗날 자기 가게를 차려보겠다는 친구에게 나는 가게 운영에 대한 노하우뿐만 아니라, 자영업자가 지녀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가르침을 주고 싶었다. 허나 이게 문제였다. 그 친구가 우리 가게에서 배우고 싶은 것은 이곳처럼 장사가 잘 되게 만드는 요령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장사는 잘되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된 이후에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는 운영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태도에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마디로 그 친구가 원하는 것 이상의 것을 강요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는 이제 직원을 구별하기로 했다. 월급에 맞춰 일만 하러 온 친구와 월급 이상의 가치 있는 것을 배우려고 온 친구. 그리고 후자처럼 일하는 직원은 거의 없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또한 Case 1에서교훈처럼 후자 쪽으로 교화시키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노동력이 절대적이며 그 힘으로 돌아가는 요식업 비즈니스를 하는 사장으로서 면접을 통해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 직원들에게 초연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을 언제나 가져야 한다고 느꼈다. 직원들이 최소한의 약속을 지킨다면 그것 자체로 훌륭한 것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직원들은 저마다 가치관이나 생각이 다르다. 나는 각기 다른 그들을 하나의 힘으로 합치고 나아가게 만드는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족한 점을 들춰내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사장으로서 그런 노하우가 부족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급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누군가는 사장이 직원들 비위 맞춰주는 게 정말 어렵다 라며 한탄을 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직원들이 퇴사하는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것은 누가 누구의 비위를 맞추거나 하는 관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직원을 내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거나 가르칠 수 없다. 내 입맛이 이러니 나한테 맞춰야 한다고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된다. 원하는 것과 성향이 모두 다른 동료에게 최소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시각각 틀어지는 나침반을 묵묵히 맞추는 일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사장은 목적지가 모두 다른 선원이 탄 배의 선장이라고 느꼈다. 선원 모두가 각자 다른 목적지가 있고 그 목적지에 다다르면 선원 스스로가 배에서 내리게 해야 한다. 목적지가 다른 선원에게 다른 곳에서 내리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인 게다. 나는 어떻게든 배를 안전하게 목적지에 닿게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게 내 임무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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