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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Oct 03. 2018

인생의 사칙연산(+,-,×,÷)

처음 사칙연산을 배웠을 때, 가장 쉬운 개념은 덧셈과 곱셈이었다. 

덧셈은 숫자를 셀 수 있니 손가락을 접어서 계산하면 됐다. 열 손가락이 부족하면 발가락과 짝꿍의 연필까지 총동원했다.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답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곱셉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교육에서 곱셈은 원리가 없는 단순 암기였다. 곱셈의 기본적인 원리를 철저하게 무시한 채, 2단부터 9단까지 특유의 음률을 넣어가며 반복 암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계산법이었다. 


하지만 뺄셈과 나눗셈은 그렇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덧셈과 곱셈을 먼저 학습해야 진도가 나가는 계산법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나눗셈은 손가락을 이용하거나, 구구단처럼 외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도 반복적인 훈련 덕분에 우리는 무리 없이 사칙연산을 익혔다.


그 안에 담긴 진정한 뜻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리고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인생을 살면서 때때로 수학 문제보다 어려운 현실의 난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럴 때면,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히던 미적분은 참 상냥한 녀석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무리 어려울지언정 5개의 보기 중 하나는 반드시 정답이니까.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객관식도 아닐뿐더러, 정답이란 게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다. 


정녕 우리의 삶에는 사칙연산 같은 풀이 방법은 없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곰곰이. 

그래서 사칙연산을 인생에 대입해 본다. 무엇이 우선일까? 또는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인생의 길라잡이 공식이 될까? 


(+,×,-,÷) 


우리가 처음 사칙연산을 배웠을 때처럼 덧셈, 곱하기, 뺄셈, 나누기 순의 난이도가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움은 어려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다. 아무나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을 극복해야 가치가 높아진다. 


위의 명제를 인생에 적용해 본다. 



더하기

살찌는 것은 쉽다. 

말 하는 것은 쉽다. 말만 하는 것도 쉽다. 말만 많아 지는 것은 더욱 쉽다. 

돈을 버는 것은 쉽다. (많이 벌기가 어려운 것이지)

디자인과 기능의 경우 화려하고 좋아 보이는 디자인과 기능을 더하는 것은 쉽다. 

화려한 옷, 화장, 액세서리를 더해서 자신을 치장하고 꾸미는 것은 쉽다. (어울리게 꾸미는 것이 어렵지)

지식을 머리에 욱여넣는 것은 쉽다.

탐욕과 욕망은 너무 쉽게 커진다. 


빼기

다이어트는 어렵다. (근육은 더하는 과정이기보다는 지방을 빼는 과정이 우선이다.)

대화를 할 때, 내 말 수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애주가에게 절주(술을 줄이는)는 어렵다. 

브랜드나 디자인에서 Simple is the best 란 명언이 있다. 애플이나 발뮤다의 디자인이 좋은 예이다. 화려한 기능과 디자인을 덜어 내는 과정이 예술인 것이다. 

사족을 덜어 내어 간결하지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글이 좋은 글이다. 그래서 시는 문학에서 최고의 경지다.

화장기를 빼고, 허세를 덜어내어 자신의 민낯을 보이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자신이 배운 머릿속 지식을 밖으로 빼내는 과정은 습득보다 어렵다. 

탐욕과 욕망의 크기를 줄이기는 너무 어렵다. 

행복은 허황된 욕심을 줄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곱하기

인생에서 곱하기는 허황된 욕심이다. 보통 이런 허황된 욕심 때문에 인간은 그릇된 선택을 한다. 

돈을 몇 배로 번다는 꾐에 속고, 도박을 하거나 잘못된 투자를 하거나, 다단계와 같은 잘못된 선택을 한다. 

쉽게 살을 뺄 수 있고, 몇 주만 공부하면 영어실력이 몇 배로 상승한다는 광고들은 대부분 사기다. 

자신의 노력이 0이면 그 어떤 수를 곱해도 인생은 0이다. 심지어 부정적인 사고 (-) 곱해지면 그 인생은 마이너스 인생이 된다. 

인생에서 곱하기는 요행이며 거품이다. 


나누기

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나누기는 어렵다. 

내 밥그릇을 나눈다는 것은 생존을 나누는 행위다. 

노력해서 얻은 지식을 나누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대화를 나누면 이해가 되고 관계가 좋아진다. 

사랑과 행복은 나누면 커진다. 역설적으로. 

사랑의 나눔은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킨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나누기다. 때문에 가장 가치 있는 행위이다. 


산수처럼 덧셈, 곱셈(구구단), 뺄셈, 나누기의 난이도 순과 인생의 사칙연산은 꼭 닮았다. 

어려울수록 가치가 있다. 그러니 우리의 인생이 때때로 어렵다면, 절망하지 말자. 

내가 겪는 어려움만큼의 가치가 생기고 있는 과정이니까. 

우리는 이미 배웠다. 

어렸을 적, 산수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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