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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첼 Mar 28. 2018

완벽한 인생을 꿈꾸시나요?

당신의 쉼, 여유의 순간을 완벽하게..

Prologue 

  

서울의 한 복판, 지하철 한 쪽 귀퉁이에서 '완벽한 인생'이라고 쓰인 전광판을 발견했습니다. 그 전광판은 광고도 무엇도 아닌 정자 그대로 쓰인 문구만이 적혀있습니다. 보통 역사의 전광판들은 해당 역 근처의 병원이나 음식점 등을 광고하거나 요즈음은 아이돌들의 생일 축하메세지(1992.03.26 ~야 태어나 줘서 고마워)를 담는 용도로 쓰이기 마련인데,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완벽한 인생'이란 글자만 덩그러니 적힌 전광판이 뜬금 없어 보입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지나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의 '완벽한 인생'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반복된 일상 속에서 인생이란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 하루를 버텨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그렇게 주말의 달콤함을 기대하며 한 주를 보냅니다. 그리고 월급 날이 돌아 오기를 바라며 한 달 한 달을 버텼더니, 올 한 해도 그렇게 지나갑니다. 특별할 것도 화려하지도 않은 삶, 인생에서 완벽이란 것 바라 본적도 없고 상상해 본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완벽한 인생이라니... 언감생심. 당치도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래도 그 의미없어 보이던 낯선 전광판의 문구 덕분에 '나의 완벽한 인생은 무엇일까' 하고 잠시나마 생각하게 됐습니다.  

며칠 전 TV에서 봤던 랩퍼 도끼의 화려한 삶. 100평이 넘는 호텔에서 살며 슈퍼카를 9대에서 5대로 줄였다며 절약을 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부릴 수 있는 생활. 그런 삶을 살 수 있다면, 완벽한 인생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에이! 아닙니다. 그냥 소소하게 강남에 5층짜리 건물 하나 정도만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여행이나 다니면서 돈 걱정없이 자유롭게 인생을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이 내게 있어서 진정한 완벽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상만해도 절로 웃음이 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휘휘 저었더니 눈 앞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이 놓여있습니다.  

   


남해군에 위치한 독일마을

  

푸른 빛 경관이 펼쳐지는 남해의 독일마을 입구 한 켠 에서 '완벽한 인생' 이라고 써 있는 간판을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수제맥주 공장 겸 맥주를 판매하는 PUB이었습니다. 번잡한 도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피해 잠시 휴식을 청하러 온 이 곳, 남해에서 우연치 않게 만난 기분 좋은 수제맥주 펍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름 또한 완벽한 인생이라니, 이 번 여행의 목적인 '힐링'과 왠지 모르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기분 마저 좋아집니다. 봄 빛 햇살에 일렁이는 남해 바다가 펼쳐진 테라스에서 수제맥주를 한 잔하면서 '나에게 있어서 완벽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그런것 같습니다. 며칠 전 '나 혼자 산다'에 나왔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김사랑씨의 럭셔리한 싱글 라이프 보다도 효리네 민박집을 보면서 그녀가 삶을 대하는 자세, 물질보다 정신적인 부를 축적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더욱 와 닿았습니다.  

성공 신화를 써 내려 가던 전직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구속 될 때, 그토록 뻣뻣하던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부러워 하던 그들의 '완벽한 인생'이 결국에는 완벽하지 않았음을 상기 시켜줬습니다.  

부질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가 절로 저어집니다.  

다시 한 번, 시원한 맥주와 경치를 한 모금 더 삼켜 봅니다.  

그러다 문득 갑작스러운 열반에 오른 도인이라도 된 듯 사고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실소가 나옵니다. 

     

화려한 김사랑씨의 삶도 때론 부럽긴 하지만 저는 왠지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삶을 더욱 닮고 싶네요

  

하지만 당신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고 타인과의 비교 없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순간.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그 순간의 모든 것에 만족을 하는 경험.  
나를 위해 떠난 여행에서 마주한 사사로운 것들에 대한 경외감.  
평소에는 볼 수도 느낄 수 도 없던 것들에 대한 소중하고 감사함.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평범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틈'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틈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균열이 생기며 그 사이로 많은 것들이 새어 나갑니다. 사랑, 행복, 여유, 경외감 등... 그리고 우리는 평소에 이 틈을 간과 하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다 그 틈의 허허함이 느껴질 때면, 지금처럼 그 틈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훌쩍 떠나 맥주 한 잔으로 빈 틈을 채우고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은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이렇게 쉼과 여유가 필요한 순간의 틈을 완벽하게 채우다 보면 내 인생도 어느 새 완벽한 인생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여유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 할 수 있게 해준 그 펍에서 남은 맥주 한 잔을 다 털어 내고 다음 여정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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