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봄은 만물이 태동하는 계절입니다.
그런 봄에 걸맞게 저희 집 멍뭉이도 지난 주말 새끼를 낳았습니다. 그것도 9마리씩이나 말이에요. 저는 태어나서 제 두 눈으로 새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을 지켜본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여러분들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만약 있다면, 어떤 기분이셨나요? 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저희 집 멍뭉이 루이에게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한 시간에 한 마리씩 총 9시간 정도 걸쳐서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내놓는 모습이 마치 멍뭉천사처럼 보이더군요. 평소에 묵묵하고 순둥순둥한 성격처럼 묵묵히 그리고 무사히 출산을 잘 마쳤습니다. 그렇게 새끼들이 모두 태어났지만 루이는 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9마리나 되는 녀석들을 깨끗이 씻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마리 한 마리 지극정성으로 몸에 남아있는 핏기를 핥아서 씻어 내더군요. 그렇게 어미의 보살핌 덕분에 새끼들은 깨끗한 모습으로 식사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눈도 못 뜨는 녀석들이 자신들의 밥은 어찌나 잘 찾는지, 어미의 젖을 차지하기 위해서 목숨을 건 레이스를 펼치더군요. 그런데 큰 일입니다. 형제는 9마리인데 어미의 젖은 8개. 낭패입니다. 하나가 모자랍니다. 역시나 한 배에서 태어난 녀석들 사이에서도 이미 서열은 정해져서 세상에 나온 모양입니다. 나오자마자 튼실해 보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보기에도 비실비실한 녀석이 눈에 띕니다. 이렇게 비실하게 태어난 녀석은 가만히 두었다 간 어미의 달콤하고 사랑이 넘치는 젖 한 모금 빨지 못하고 죽을 것이 분명해 보이더군요. 그래서 저희 가족은 약하게 태어난 녀석들을 골라내어 일일이 분유를 먹였습니다. 그리고 태생이 튼튼하게 태어나 자기의 몫을 절대 빼앗기지 않는 녀석을 떼어내고 약한 녀석을 그 자리에 가져다 댔습니다. 그랬더니 아까 분유를 먹일 때와는 다르게 바로 이 맛이라는 듯, 허겁지겁 어미의 젖을 빨아 대더군요. 그렇게 새끼들이 목숨을 건 밥그릇 전쟁을 하는 동안에도 어미인 루이는 잠시도 쉬지를 않습니다. 왜냐하면 새끼들이 싸는 똥과 오줌을 닦아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9마리나 되는 녀석들의 분뇨를 빨아내느라 루이의 혀가 뽑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습니다. 저희가 루이에게 밥을 가져다주지 않거나 똥오줌을 누게 하려고 집에서 나가자고 않으면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새끼들을 챙기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지난 주말은 저희 집 반려견 루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주말이었습니다.
누군가의 큰 희생이 없이는 그 존재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이죠.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탄생하고 성장한다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큰 희생이 없이는 그 존재를 이어갈 수 없는 것이죠.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에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땅 위에 두 발로 딛고 살아가게 만들기 위해서, 먹지 못하는 젖을 물리고, 똥오줌을 받아 주면서 키우는 고된 과정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누군가의 희생과 사랑에 의해서 존립하고 있는 생명을 멸시하거나 천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다시 한번 타인의 존중받을 권리를 무시하는 모기업 오너 2세의 갑질 태도가 논란이 됐습니다. 땅콩 하나로, 이륙하려던 비행기를 회항시킨 사건에 이어서 또다시 비슷한 사건이 같은 형제에 의해서 일어났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되는 일들입니다. 만약, 그들이 새 생명의 탄생을 지켜본다면 그들도 조금은 반성을 할까요? 아니면 오히려 자기 새끼만 더욱 귀하게 여기는 편협성을 보일까요? 아마도 후자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뀌지 않을 저들에 반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그리고 타인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에 의해 존립하는 존재들이니까요. 더 이상 참아서는 안됩니다. 비록 저들처럼 태생이 힘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힘쎈 녀석들만 독차지 하는 젖꼭지에서 그들을 떼어내어 우리에게 물려주는 절대권력 또한 없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도 우리가 이 세상에 당당히 존립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루이가 새끼를 낳는 과정을 통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 존재의 가치는 단순히 우리 자신만이 결정짓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우리가 눈을 뜨지 못한 채로 어머니의 젖을 찾던 그 순간부터, 의식하지는 못 했지만 이미 존귀했던 것이더군요. 그러니 절대로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도 말고 누군가를 무시하지도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가오는 가족의 달 5월, 우리를 위해서 희생한 가족들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지금부터 더욱 진하게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