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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자 Oct 30. 2023

가능힐까

정지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읽다가

몸이 시원찮아 몇 날 며칠을 강제 금주중이다.


간에 지방 좀 끼는거야 애주가의 디폴트값이라며 건방 떨었지만 콩팥이 힘겨워 하는 체력상태라는 의사의 진단을 들을 때는 제법 긴장감이 들었다.

그러다 부실한 치아를 대신해 끼워 넣은 임플란트마저 견디지 못하고 빠져 버리는 잇몸 상태를 맞닥뜨리니 이제 정말 관리라는걸 해야겠구나 느낀다. 어금니 몇 개가 더 탈출을 꿈꾸는 것인지 앞뒤로 양옆으로 흔들리는 상태라 당분간 음주는 어려울듯 하다.

‘술도 못 먹는데 책이나 읽자’라며 책을 집어든다. 몇 장 안 읽었는데 심한 갈증이 난다. 혀로 입술을 자꾸 핥게 된다. 김치냉장고에 채워 놓은 맥주가 떠오른다. 진열장에 세워 놓은 위스키 몇 병이 아른거린다. 그 옆엔 사케도 있고 백주도  있다.


이 책을 맨 정신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심대한 도전에 직면한 밤이다.


정지아 첫 에세이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를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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