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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장와플 Oct 25. 2024

사서가 말하는 도서관의 빌런들

사서가 싫어하는 이용객들 총정리

도서관에 자주 가시나요? 혹시 이 아래의 빌런에 해당하시면, 당신이 느끼지 못하겠지만 어디선가 사서가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 있을 것입니다. 사서로 거의 10년을 일 하며 별의별 이용객을 보았는데요, 아래에 언급된 리스트는 거의 매일 경험하는 몇몇 빌런 이용객들의 행동들입니다.


1. 책 찾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그냥 가져다 달란다.

사서가 그냥 책만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할 일이 아주 아주 많습니다. 도서관 일이라는 게 집안일과 같아서  시작이 있는 게 아닙니다. 계속 무언가 할 일이 생깁니다. 그런데 인포데스크에 와서 빅맥 주문하는 것 마냥, 스크린샷 한 화면을 제 얼굴에 들이대면 저도 사람이라 짜증이 퐉 나지만, 친절하게 책을 찾는 법을 컴퓨터 화면을 이용객 쪽으로 돌려서 설명합니다. 다음번 방문에는 도움 없이 잘 찾을 수 있게끔 말이죠.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은 그러려니 하는데요, 대학생씩이나 되어서 손가락 쓰는 게 귀찮아 저보고 " 어차피 찾는 김에 그냥 책 좀 찾아주면 안돼요?"라고 하면 저는 혼자 먼저 찾아보세요.라고 합니다. 도서관은 맥도널드가 아닙니다. "빅맥주세요." 한다고 사서가 빅맥을 주진 않겠죠? 도서정보를 컴퓨터에서 찾을 시도를 하고 오면 사서는 버선발로 맞아,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겠지만, 빅맥 주문하듯 하면 사서의 레이저 눈빛 나갑니다.


2. 신의 녁메뉴 안 알고 싶어요.

전화가 진동이 아니고 벨소리로 되어있는 것은 실수니까 이해합니다. 그런데 오늘 저녁 메뉴가 뭔지, 몇 시에 어느 곳에서 세일한다더라 이런 것까지 우리가 다 같이 알 필요는 없지요. 전화는 열람실 문 열고 나가서 밖에서 받으시면 우리 모두 행복합니다.


3. 도서관은 맛집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뭘 그리 쩝쩝 드실까요. 도서관은 식당이 아닙니다. 도서관에서 먹는 것은 냄새도, 소리도 다른 이용객에게 피해가 됩니다. 가끔 그냥 사탕 먹는 건데, 쿠키 먹는 건데 어때?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도서관에 벌레가 꼬여 소장장서가 망가질 위험도 있습니다.


4. 아예 방을 잡지 그러십니까?

젊은 혈기, 러으브, 심장이 쿵쿵대고 짜릿한 연애 다 좋습니다. 그런데 과다한 스킨쉽은 도서관 근처의 공원이나 다른 곳에서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끔, 이것들아 그냥 아주 방을 잡아라라고 할 만한 커플들이 보이는데요, 이것도 다른 이용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니 너무 찐한 스킨쉽은 삼가 주세요.


5. 기상천외한 책갈피, 그냥 종이를 쓰세요.

가끔 반납된 책을 보면 기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책갈피, 포스트잇, 영수증 이런 거 다 놔두고 왜 이상한 걸 책갈피로 사용하시나요. 머리카락, 치실, 이쑤시개 이런 거 제발 자제 부탁드립니다. 책이 그렇게 반납되면 책을 불사르고 싶어요. 이러다 분서갱유 납니다.


5. 본인이 예의 없을 거면 나에게도 예의를 바라지 마시오.

가끔 말이 짧으신 분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예의를 차리지 않을 거라면 사서에게도 예의를 바라지 마세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습니다.


6. 당신만 읽는 책이 아닙니다.

반납된 책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묻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면 정체를 잘 알겠는 경우도 있고요. 초코우유, 초콜릿, 끈적끈적한 무언가가 묻어 반납이 되면 이걸로 당신 화장지나 쓰시오 하고 돌려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도서관 책은 같이 쓰는 책이니, 볼펜으로 필기도 삼가해 주세요. 대여한 그대로 돌려주시길 부탁드려요.


7. 당신의 음악 취향 안 알고 싶어요.

아이팟, 이어 버즈 끼고 있어도 음악소리 다 들리는 분들이 있어요. 당신의 음악취향은 혼자만 직해 주세요. 어차피 도서관 조용해서 볼륨 낮게 하고 들어도 잘 들려요.


8. 드럽게 쓸 거면 본인 책상이나 그렇게 쓰세요.

가끔 이용객이 떠나고 난 책상을 보며, 쌍욕을 눌러 참아야 할 때 가 있어요. 니집이면 저렇게 썼을 까 생각이 들어요. 책상 더럽게 쓸 거면 그냥 집에서, 본인 책상에서 공부하세요.


9. 포스트잇은 네가 떼세요.

가끔 열심히, 아주 진심으로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사서로서는 참 이런 분들 좋아요. 하지만 각 페이지마다 포스트잇 붙여서 열심히 독서하시고 그대로 반납하지 마시고, 포스트잇은 직접 떼시고 다시 나중에 재활용하시면, 누이 좋고 매부 좋아요!( 한 두개는 상관없지만, 50개, 60개씩 붙혀놓고 반납하시면 블랙리스트 올라갑니다)


10. 도서관에 복사하러 폐관 5분 전에 오지 마세요.

사서도 사람이라 퇴근시간 겁나게 기다려져요. 자식새끼 재롱떠는 것도 집에 가서 보고 싶고, 넷플릭스도 보고 싶어요. 폐관 5분 전 간당간당하게 와서 도서관 폐관시간 지났는데도 복사하느라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면 정말 사서의 눈에서 벽도 뚫을 것 같은 아주아주 강한 레이저가 발사될 수 있습니다.  


주말을 맞아 도서관에 가려는 분 계신가요?부디 여러분이 여기에 해당사항 없는 분이길 바라며, 지금까지 광기발랄사서 고추장 와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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