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합치면, stoofvlees(스토프블레스), 오랫동안 끓인 고기라는 뜻입니다. 프랑스어로는 carbonade라고 합니다. (꺄흐보나드,까르보나라 아님)
오랫동안 끓인 고기라... 국밥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사실 국밥처럼 국물이 맑고 투명하진 않고, 갈비찜에 더 가까운 식감입니다. 벨기에의 대부분의 로컬 레스토랑에서는 이 스토프블레스를 큰 솥에 한가득 오랫동안 끓여놓고 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나가는 시스템이니 거의 국밥의 시스템인 셈입니다. 국민요리인지라 쉽게 찾을 수 있는 요리인데요, 사실은 쇠고기 스튜의 한 종류입니다. 저 꾸덕꾸덕해 보이는 초콜릿 같은 소스의 정체는 무엇이냐, 바로 흑맥주입니다.
맥주의 나라로 유명한 벨기에지요? 맥주는 독일이 유명하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독일맥주는 청량하고 가벼운 라거맥주를 주로 마시고, 벨기에는 여러 가지 향신료를 써서 향과 풍미가 가미된 맥주를 주로 마시는데요, 경상도만 한 나라에 맥주 종류만 1600개가 있다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맥주에 진심인지 아시겠지요?
흑맥주와 버터, 월계수잎을 넣고 오래오래 할머니뼈해장국처럼 오래 끓이면, 우리 할머니도 틀니 빼고 드실 수 있는 아주 부드러운 식감의 스토프블레스가 완성됩니다.
국밥의 구성이 국과 밥이듯, 스토프블레스도 짝꿍이 있어요. 그것은바로 벨기에 감자튀김입니다. 얘네둘은 단짝입니다. 벨기에사람들은 감자튀김에도 진심인데, 독도를 두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듯, 프랑스사람들과 감자튀김이 서로 자기네 거라고 싸웁니다. (싸울 것도 정말 드럽게 없네. 프랑스야, 그래봤자 감자튀김, 그냥 좀 줘라. 너네는 가진 것도 많잖아.) 벨기에 감자튀김의 특징은 한국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두껍고(사진 참조), 두 번을 튀겨서 겉바속촉의 식감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케찹이 아닌 벨기에식 꾸덕한 마요네즈와 함께 먹습니다(케찹이랑 먹으면 미개인 보듯 합니다. 그냥 개취존중하면 안 됩니까?). 마요네즈도 한국과는 다르게 꾸덕꾸덕한데 풍미가 아주 진합니다.
엄마의 콜드크림같은 식감의 벨기에 마요네즈와 벨기에식 감자튀김
벨기에 인들의 외식에서 빠지지 않는 메뉴인데요, 혹시라도 벨기에를 슥 스쳐 지나면서(벨기에는프랑스-독일, 프랑스-네덜란드 갈 때 꼭 거쳐가야 하는 곳입니다.) 밥 한 끼 하실 분들, 혹은 가뭄에 콩 나듯 진짜로 벨기에로 관광 오실 분들은 한번쯤 드셔봐도 좋을 벨기에 전통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