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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추장와플 Dec 03. 2024

우리 동네 75년 된 초콜라티에

DelRey in Antwerp, Belgium

벨기에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초콜릿으로 유명합니다.  


벨기에의 초콜릿이 왜 유명한지 혹시 아시나요?  벨기에에서 초콜릿 연합이 1635년에 세워져, 초콜릿의 품질과 요건들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사가 아주 깊습니다.


1635년이라 하면 잘 감이 안 오실 것 같아, 우리나라의 연대로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는 1년 뒤 1636년에 병자호란이 일어납니다. 병자호란 때라 하면 저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은 느낌이 드는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세상의 다른 한편에서는 호랑이가 초콜릿을 먹고 있었군요.


벨기에 초콜릿으로 팔리는 초콜릿은 순수한 카카오의 함량이 35%를 넘어야 한다는 생산 기준을 1894년부터 사용하였고, 카카오 버터도 최고의 품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가나초콜릿 카카오함량은 카카오 매스 19%입니다. (순수 카카오는 저도 먹어봤는데 너트류처럼 딱딱합니다. 처음 먹어본 후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보령 머드축제에서 누가 내 입에 진흙 쑤셔 넣은 맛이었으니까요.)

 

벨기에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이하우스, 고디바, 피에르 마르콜리니, 레오니다스 등의 초콜라티에들이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지점이 있니다.


벨기에의 유명한 초콜라티에 중의 하나는 노이하우스인데, 그 사람이 프랄린이라는 초콜릿을 개발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노이하우스는 본업이 초콜릿장인이 아니고 약사였습니다. 가루약을 그냥 쌩으로 먹으면 겁나게 쓰니까 어떻게든 좀 덜 쓰게 만들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린 결과가 프랄린입니다. 약을 달달한 초콜릿으로 감싸서 먹는 것이었죠. 아주 머리 잘 돌아가시고 먹을 것에 진심이셨나 봅니다.


현재는 프랄린 안에 약은 안 들어 있고, 초콜릿 크림, 헤이즐넛 크림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위에 언급했던  대형 유명한 초콜라티에들은 한국에도 있고, 여기저기 다 있습니다. 초콜릿계의 공룡이니까요. 오늘은 이런 곳 말고 아주 소규모의 저희 동네 맛집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곳은 앤트워프에 매장이 한 군데 있고, 다른 베이커리 같은 곳에 몇 군데 세일즈 포인트를 가지고 있고 그게 끝입니다. 저의 최애 가게입니다. 앤트워프에 사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는 초콜라티에이지요.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앤트워프에는 이 가게, DelRey가 있습니다.


앤트워프가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것 알고 계시나요? 전 세계 다이아몬드 원석의 84프로가 저희 동네에서 거래되는데, 중앙역 근처의 다이아몬드 거리를 쭉 지나면 저 초콜릿가게가 나옵니다.


이 동네는 다이아몬드가 싸냐고요? 어차피 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라 모르겠습니다. 보석 안 좋아해서요. 안 좋아하기도 하고, 살 능력이 없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허허. 냥 초콜릿이나 먹을게요.


열대에 놓인 형형색색의 저 아름다운 케이크를 보십시오! 참 색깔이 곱기도 곱습니다. 가격은 놀랍게도 별로 안 비쌉니다. 우리나라 파리바케트 케이크가격 딱 그 정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도 파는데 가격은 배스킨라빈스랑 비슷합니다. 정말 안 비싼 착한 가격! 이곳은 케이크와 쿠키가격은 싼데, 초콜릿 가격이 사악합니다. 다 싼데 초콜릿만 느무 비쌉니다.



매장 내는 이렇게 생겼고, 온갖 종류의 미니 케이크와 쿠키, 초콜릿들이 꽉꽉 채워져 있습니다. 사실 저는  단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여기에 왜 왔냐고요? 단 것 안 좋아하는 저는  카카오 85% 판초콜릿을 사러 왔습니다. 저는 달지 않은 다크초콜릿을 좋아합니다. 85% 카카오 함량의 다크, 혹은 무설탕 초콜릿을 한 개 사다 놓고 쪼끔씩 아껴서 먹지요.

이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무설탕 초콜릿인데 90g에 9.5유로 (한화 약 14000원가량)라는 사악한 가격으로 손을 덜덜 떨게 합니다. 하지만 단 것이 먹고 싶을 때 정말 손톱만큼 조금씩 잘라먹으면 꽤 오래 먹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맛있어요.


같이 갔던 능력자친구가 핫초코 먹을래?라고 합니다. 능력자친구를 하루 집에서 재워주었더니, 핫초코로 한턱 쏜다 합니다. 사실 제 친구는 휴고보스의 메인 바지 디자이너로 독일에 살고 있고 휴고보스에서 제작되는 여성용 바지 대부분은 그녀의 작품입니다. 가족들은 이곳에 살기 때문에 벨기에로 자주 옵니다. 부모님 집에 있으면 잔소리를 듣기 때문에 저희 집에서 자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저에게 사육당하는 것은 덤이고요.


밥도 해주고 잠도 재워 줬으니 핫초코 하나 얻어먹어도 되겠지요? 사 준다고 할 때 얼른 숟가락을 얹어 봅니다.  그런데 6유로나 합니다. 핫초코가 9000원이네. 흐억. 하지만 친구가 괜찮다고, 마시라 합니다. 고맙다, 친구. ㅠㅠ


카카오 원산지에 따라 함량이 달라지고 밀크초콜릿 핫초코부터 85% 핫초코까지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는데요, 어차피 6유로 내고 먹을 거면 함량 오진 걸 마셔야겠죠? 85%짜리로 고릅니다.


커피처럼 원산지에 따라 초콜릿의 풍미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네스퀵만 마셔서 그런 건 잘 몰랐습니다.


저는 서아프리카 산 카카오 85% (왼쪽, 색깔 찐한 거 보세요. 와우!)을 골랐고 네스퀵만 마시던 우리 아들도 이모찬스로 62% 짜리 브라질산(오른쪽)을 골랐습니다. 횡재했습니다. 저는 절대로 제 돈 주고 9000원짜리 핫초코는 안 사주거든요.


선택을 하면 직접 눈앞에서 덥힌 우유안에 초콜릿을 녹여서 핫초코를 만들어 줍니다.


한 모금 마시니, 쌉쌀하니 달지도 않고 제 입에 잘 맞습니다. 네스퀵하고는 다르군요. 그래도 저는 네스퀵도 좋아요. 안에서 마실 수는 없고 밖에 들고나가야 해서 제 최애 초콜릿을 계산하고 길을 걸으며 마셨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티룸도 있어서 점심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나 바글바글하고 자리가 없어서 아직 티룸에서 먹어본 적은 없습니다. 주로 나이 지긋한 백인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로 옵니다.


인근지역에 사신다면 앤트워프 중앙역 근처이니, 점심식사 하시고 초콜릿 사가지고 앤트워프 구경하며  당일치기 관광으로 들려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관광 오시는 분들은 아마 거의 안 계실 것 같지만, 일이 있어 앤트워프 혹은 근방에 오시는 분들 강추입니다.



https://www.delrey.be/en


위치:


https://maps.app.goo.gl/EN7gBKnY16YumFUJ7


이상 내돈내산은 아니고, 내 친구돈으로 내가 산 초콜릿이야기 by 벨기에 고인 물 고추장와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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