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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네

오늘은 크리스마스

by 고추장와플

한국에 도착하기 전 친구가 아이들과 베짱이, 저의 상의 사이즈를 물었습니다. 벨기에에서 올 때 이런 한파에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는데 친구는 주변에 수소문을 하여 우리가 따듯하게 지내다 갈 수 있게 두꺼운 점퍼를 마련하여 저희가 도착 전 저렇게 부모님 댁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우리가 추울까 봐 저렇게 애를 써 준 친구가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인생을 헛살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그다음 날엔 엄청나게 눈이 많이 왔습니다. 친구의 친절함이 저희를 살렸습니다. 안 그랬으면 바들바들 떨며 얼어 죽었을 텐데요.


친구가 마련해 준 옷을 입고 우리 아들의 최애인 이마트에 갑니다. 정용진 씨, 우리 아들이 이마트 팬입니다. ㅎㅎ 이마트가 상품이 참 좋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티브이 보고 놀라 하고 저와 베짱이씨는 친구들을 만나러 갑니다. 일차로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습니다. 고기의 콸리티가 아주 좋군요. 게다가 무한리필 쌈과 샐러드바도 최고입니다.

한국에 왔으면 노래방은 가줘야지요. 역시 그 시절 그때의 흥은 마이크만 잡으면 살아납니다. 서편제라도 찍을 기세입니다. 목에서 거의 피 나올 때까지 노래를 하고 나옵니다. 그 시절 그때의 흥은 아직 살아있지만, 그 시절 그때의 체력은 없어졌네요.

11시가 넘었는데 불이 번쩍번쩍하는 거 보니 내가 한국에 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벨기에에서는 9시만 넘어도 길에 개미 한 마리 없는데 말이죠.

3차를 가기 위해 가스활명수를 마십니다. 3차는 양꼬치집입니다. 한국에 와서 살기 위해 가스 활명수를 마십니다. 왜냐하면 제 지인들에게는 저를 보는 것이 저를 만나는 마지막 날이지만, 저희는 그 마지막날을 2주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살려면 활명수는 필수입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우니 밥을 먹여주고 싶은 것은 한국인의 정입니다. 제가 벨기에에서 굶어 죽을까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최근 9킬로를 뺐는데 3일 만에 3킬로가 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양꼬치는 디저트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엔 베짱이씨가 돈까스도 부치고 스파게티도 해서 가족이 함께 밥을 먹었지요. 언제 이렇게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봤는지 까마득하네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함께 술도 좀 마셨습니다. 포르토와인, 리몬첼로, 소주, 맥주, 막걸리를 다 시음해 보고 일어난 결과... 아침이 죽을 맛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아이들과 함께 인근 전통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옛날식혜도 맛보고 고즈넉한 마을을 구경하였죠.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반가운 친구들도 만나고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고등학교 때처럼 바보 같은 짓도 해보고 정말로 즐겁습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시길 바랍니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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