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다가옵니다. 아주 중요한 집안 행사를 끝내고 우리 가족은 장손의 장손의 장손의 장손이 살던, 본적지 집성촌으로 새해를 보내러 갑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까마득한 옛날부터 제 조상들은 그 동네에 살았고, 온 동네 주민이 일가친척인 곳입니다. 그중에서도 저희 집은 장손의 장손의 장손의 장손의 장손집안이지요. 뭐, 딸인 저는 장손에 해당이 되지 않지만요.
아버지는 일 때문에 도시의 아파트에 살고 계시지만, 집안의 땅과 묘소, 명예를 잘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셔서 은퇴 후에는 내려가셔서 본가를 지키신다고 합니다. ( 엄마는 극구 사양하시고 계십니다만은요)
바닷가 시골동네의 전통시장에서 아버지가 좋아하는 매운탕을 끓이려 생선을 삽니다. 이곳은 카드가 안되고 온리현금입니다. 카드로 계산하기 무쟈게 어렵습니다. 한국이지만 20년, 30년 전의 그때 그 느낌입니다. 카드는 잠깐 잊어야 합니다. 판매하시는 분들도 다 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생선을 사서 짐을 바리바리 싸서 도착했습니다. 시골이라 챙겨 올 물건이 아주 많습니다. 보일러도 안 틀어 놓아 냉바닥입니다. 뭐 벨기에에 살면서 냉바닥 경험 많이 해 봤지만, 사람이 몇 달 동안 살지 않은 곳의 냉기는 벨기에보다 훨씬 더 합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기로 합니다.
큰일을 마치고 식구들 모두 황토방에서 몸을 지지려고 불을 땝니다. 이 집은 저희 집 조상님들이 직접 나무를 해와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레알 시골집이고 레알 핸드메이드입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집을 찾기 힘들고, 이런 유교마인드 풀 장착한 아버지를 찾기 힘듭니다. 아버지의 머릿속은 조상과 집안에 대한 책임으로 꽉 차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들입니다.
몸을 지지니 좀 살 것 같습니다. 바닷가에 가기로 합니다. 물살이 무지하게 셉니다. 엄청난 파도가 몰려오고 정말 입 돌아가게 춥습니다. 그런데 수영을 하시는 분이 네 분이나 계시더군요. 대단합니다.
저희 집안 집성촌은 풍경은 대략 이러합니다. 어디 드라마에 나올듯한 시골동네 집 앞으로 염전과 논이 보이는 곳입니다. 할머니는 새벽에 나가셔서 바지락을 한 가마니씩 잡아오곤 하셨죠. 할머니가 이젠 요양원에 가셔서 하실 분이 없지만요. 저는 이곳에 맡겨져 유치원 이전의 2년간의 어린 시절을 자연과 염전과 함께 보냈습니다. 아직도 이곳에 가면 엄마품처럼 따듯합니다. 너무 멀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전깃불이 있는데도 아버지는 꼭 저런 초롱불을 켜 놓고 계십니다. 한석봉이 붓글씨를 쓰고 저는 떡을 썰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불꽃놀이를 하려고 인터넷에서 시켰는데 이런.... 280발 세트가 왔습니다. 커억. 베짱이씨는 자기는 손을 쓰는 직업이라(드러머) 불을 절대 못 붙인다 합니다. 그럼 제 직업은 발로 하는 직업인가 봅니다? 결국 베짱이가 거부해 제가 불을 붙입니다. 붙여도 붙여도 끝이 없습니다. 왜 이렇게 많이 시킨 건가요. 그래도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가 즐거워했습니다. 동네사람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일가친척이니 이해해 주시겠지요.
재미있지만 저도 무섭습니다. 저도 사람이거든요
불꽃이 팡팡 터집니다. 2024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습니다.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헛짓거리를 해서 나라망신은 다 시켜놓고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만 빨리 해결이 되고 대한민국이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이 가득한 2025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남겨주신 댓글은 벨기에에 돌아가서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갈 날이 이틀밖에 안 남았군요. 연말을 한국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