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문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는 벨기에의 사서입니다. 시 공무원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벨기에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고 벨기에의 모든 대학은 공립입니다. 따라서 저의 월급도 벨기에 교육부에서 지급합니다.
사서이지만, 국립대학의 소속으로 공무원인 것이지요.
오늘은 벨기에 공공기관 근무자가 받는 복지혜택에 대해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벨기에의 공무원 시스템도 한국처럼 등급이 있습니다.
크게 A, B, C, D, E 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각각의 등급 내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누어집니다. 저의 경우는 Expert, B등급이며, 근속연수에 따라 세부등급이 올라갑니다.
각각의 등급이 요구하는 최종학력도 차이가 있습니다. E와 D등급은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단순노동 직종이며, C등급은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합니다. B등급은 대학졸업장, A등급은 최소 석사 졸업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B등급의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석사이기 때문에 A등급과 B등급을 최종학력으로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5급 공무원지원에 공식적으로 학위제한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다수의 대졸자, 학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C등급으로 채용이 되었다면 긍정적인 업무평가를 받고 승진을 하더라도 해당 등급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합니다. 더 위의 등급으로 일을 하고 싶다면, 재지원을 해야 하고 인터뷰와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험을 다시 응시해야 합니다.
공무원의 월급은 한국의 공무원들이 그러하듯,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사기업에 비해 적지만 그에 비례하는 장점들이 존재하지요. 오늘은 그 장점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연차
소속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제 연차는 일 년에 40일입니다. 그리고 서구권의 명절인 크리스마스와 신정사이에는 모두가 쉽니다. 또한 지난해에 다 쓰지 못한 연차를 최대 10일까지 다음 해로 넘겨받아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쓰지 못한 휴가 5일가량을 포함하여 올해의 연차는 50일가량이 될 예정입니다. 한국에 가면, 친구들이 묻곤 합니다. 너 일은 언제 하니?라고요. 일을 할 때는 굉장히 열심히 하지만 쉴 때는 열심히 쉽니다.
벨기에의 사기업의 연차는 대략 20일가량입니다. 시공무원이었을 때 저의 연차는 30일이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곳이 정부 관련 기관 중 가장 많은 연차를 제공합니다.
2. 휴가보너스
휴가보너스는 사기업, 공기업에 관계없이 세전 월급의 92%가 6월 말, 여름휴가 전에 지급됩니다. 다만 벨기에의 어마어마한 세금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받는 세후 휴가보너스는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
3. 연말보너스
연봉의 3%가 11월에 지급됩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은 서구권은 가장 큰 명절로 형제들과 가족들, 때로는 방계혈족이 모두 모이는 큰 행사로 이때 사람들이 선물을 사는 데 많은 돈을 쓰기에 이런 연말보너스가 있는 듯합니다.
4. 에코체크(환경상품권)
에코체크는 풀타임 근무기준 연말 250유로(한 화로 약 40만 원가량)가 지급됩니다. 현금으로 주지 왜 굳이 상품권으로 지급하느냐. 벨기에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상품권이 많은 편인데요, 세금이 높은 벨기에에서 세금을 내지 않고 혜택을 줄 때 사용합니다. 이 상품권으로 자전거 관련용품,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옷, 가방, 신발, 자연친화적인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5. 교통비지원
자가용, 대중교통, 자전거 출근 중 한 개를 골라서 출근하는 날마다 지원받습니다. 다만, 한 방법만 선택이 가능하고 두 개를 동시에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자가용으로 출근 시 km당 0.44(약 600 원) 유로를 지원합니다. 사실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출근을 권장하는데요, 대중교통은 100프로 환급이 되고, 자전거는 km당 0.21유로(300 원)입니다. 저는 집에서 대략 7km에 떨어진 곳에 살고 왕복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대략 5000 원 정도를 보상받습니다.
전기자전거와 일반자전거가 동일한데, 어떤 동료는 40킬로를 전기자전거로 출근하기도 합니다. 그 동료는 하루에 자전거 출퇴근 지원비로 27000 원 정도를 받습니다.
6. 회사와 연계된 각종 브랜드 할인
가전제품, 의류, 호텔, 영화관, 항공권, 크루즈, 동물원과 놀이공원 등, 대부분 10%-20% 할인 혜택이 있고 저희 도시 인근의 동물원은 50% 할인이 됩니다.
7. 연금
나라에 내는 국민연금 이외에도 회사에서 직원들을 위해 연금보험을 들어서 은퇴 시에 지급합니다. 은퇴 전에는 이 보험을 개인이 해지할 수 없습니다. 은퇴 연령에 도달했을 때에만 가능하고, 은퇴 전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합니다. 이 제도와 연차제도가 아마도 사기업과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무원은 연금 빼면 시체다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기도 합니다.
8. 철밥통
벨기에에서 공공기관 근무자를 해고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조직에 해가 되는 기밀유출행위라든가, 절도 등의 범죄를 제외하고는 바로 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업무평가에서 주의를 받더라도 총 세 번에 걸친 평가가 부정적이어야 해고가 가능합니다. 적어도 1년 반은 걸린다는 의미입니다.
9. 은퇴연령 67세
이것은 사실 장점인지 단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벨기에에서 공무원은 자르기도 어렵고, 대부분 은퇴할 때까지 일을 합니다. 몇 년 전 기존 65세 에서 현재는 67세로 변경되었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연금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있으니 건강관리를 잘해야겠습니다.
이 외에도 은행대출에 유리하다는 점이 있을 수 있겠네요. 벨기에도 한국처럼 안정적인 직장인에게 대출을 더 잘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일하는 벨기에의 공무원들의 혜택을 알아보았는데요, 한국과 조금 다르다면 다를 수는 있지만 박봉인 것은 매한가지랄까요?
하하하.
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좋으니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공무원님들과 직장인 여러분들!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