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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Aug 25. 2017

3번 놀 때마다 3만원을 주는 이유

#25. 숙박어플 '야놀자' 의 넛지 전략

야놀자 광고(16')

'3번 놀 때마다, 3만원 지급!'


최근 숙박 어플 '야놀자' 의 광고가 화제다. 3과 삶이라는 적절한 단어조화로 꽤 획기적인 프로모션 행사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니 나도 모르게 놀고 싶어지는 것은 왜일까.


행사의 내용은 대략적으로 이러하다. 호텔, 펜션을 포함해 야놀자에 등록된 모든 숙소를 3회 이용할 시 

3만원 쿠폰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비스를 3번 이용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기엔 재미있고 획기적인 마케팅 전략이며, 고객들이야 나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귀가 절로

기울여지는 프로모션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두 개 생겼다. 하나, 왜 하필 3번일까? 둘, 왜 3만원을 한꺼번에 지급한다고 한 것일까? 

오늘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면,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일상 속 다양한 프로모션 전략에 대해

더욱더 시야가 열리는 현상을 맛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은 '야놀자'의 프로모션 전략을 분석하며 그들이

어떤 넛지를 구사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다.


스탬프 전략 ; 켠 김에 왕까지

우리가 커피숍을 가거나, 배달음식점에서 음식을 시킬 때, 꼭 받는 무엇인가가 하나 있다. 

바로 '스탬프 쿠폰' 이다. 그들이 스탬프 쿠폰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탬프 쿠폰의 심리학적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스탬프를 한 번 찍는 것은 목표를 향해 끝까지 가야겠단

인간의 동기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2' 에서는 소비자 연구가

조지프 눈스와 사비에르 드레즈가 실시한 유명한 실험 하나를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동네의 세차장에서

세차장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스탬프 카드를 나눠 주었다. 그들은 소비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후, 

한 그룹(A)에게는 무료 세차를 위해서는 앞에 8개의 공란을 채워야 했고(스탬프가 비어 있는 상태), 

다른 그룹(B)은 앞에 10개의 공란 중 2개를 미리 찍은 후 그 다음 공란을 채우게 했다. 

그 결과 A그룹은 19%의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방문한 반면, B그룹은 이보다 무려 15%가 높은 34%가

미션을 완수한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B그룹이 A그룹보다 매장을 더 많이 방문한 동기는 무엇인가?

쉬운 이해를 위해 당신에게 두 가지 옵션을 제안하겠다.


A : 0% 완료 / B : 12.5% 완료


당신이 A 혹은 B 프로젝트에 들어가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은 어느 옵션을 선택하여

일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A보다 B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진행하지 않은 것보다 어느 정도 진행된

것이 훨씬 더 목표에 도달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스탬프로 돌아가서, 스탬프를 찍은

쿠폰을 받거나 스탬프와 비슷한 쿠폰 한 장을 받는 경우, 우리는 쿠폰을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무의식적으로 쿠폰을 수집하여 공짜로 무엇인가를 먹겠다는 목표를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 왜냐고? 일단

무엇인가를 시작했으면 끝내야 하는 심리를 우리는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10번이 아닌 3번인 이유 ; 치킨 구매와 숙박의 결정적 차이

이렇게 봤을 때 야놀자의 '3번 전략'은 정확하게 스탬프 전략이 추구하는 방향과 매우 흡사하다. 즉, 한 번

이용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정고객의 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스탬프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넛지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뜻밖의 시련 하나에 부딪히게 되었다. 

도대체 번을 이용해야 고객들에게 인센티브 혜택을 제공해 줄 것인가? 10번을 할까? 5번을 할까?


물론 3이라는 숫자를 강조하여 마케팅 메세지를 강조하고자 하는 면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하는 내용은 3이 채택된 이유가 아니라, 왜 10번이 아니라 3번으로 그 횟수를

줄인 것일까에 대한 것이다. 이 부분은 여행과 치킨을 '소비' 할 때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숙박시설을 예매하는 것과 치킨을 구매하는 것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가격? 일회성?

모두 아니다. 숙박시설과 치킨 소비를 할 때 경우에 따라 가격은 비슷해질 수도 있고, 숙박시설이나 

치킨이나 돈을 냈을 영원히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분리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소비자에게 낯익은 위치인지 아닌지', 그리고 '구매 횟수' 의 일반적인 차이다. 


치킨을 구매하는 매장은 구매자의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목동에 사는 사람이라

했을 때, 내가 치킨을 시키는 매장은 목동 인근의 지역이다. 즉, 사람들은 인근 지역에 '익숙' 하기 때문에

구매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 브랜드 선호도, 순살/뼈 여부, 할인쿠폰 여부 등은 사실 직관적으로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숙박은 그렇지 않다. 숙박을 하는 지역은 대개 내가 가 보지 못한 곳이거나

내가 거주하는 주변지역이 아닐 확률이 높다. 목동에서 사는 내가 주변 지역에서 여행을 하고 숙소를 잡을

확률이 낮은 것처럼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힐 때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숙박을 잡기 위해 여행일정과 주변지역의 동향, 가격대 등 다양한 요소를 보는 것은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다양한 것을 고려하는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렇게 되면

구매를 하는 행위에 있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는 것은 치킨 구매가 아니라 숙박 시설을 잡는 것이다.


또한, 치킨을 시켜서 먹는 것과 숙박시설을 잡는 것은 그 횟수의 차이가 일반적으로 크다. 

물론 치킨을 거의 먹지 않는 상황이라면 횟수가 비슷할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향으로 봤을 때 

'먹는 것' '여행을 가는 것'의 평균 횟수를 비교했을 때엔 당연히 먹는 것의 빈도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10장짜리 스탬프를 적용하게 되면 전에 소비자가 지쳐서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를 10에서 특정한 숫자로 줄여 이용장벽을 낮춰야 했던 것이고, 마침 3이라는 컨셉트에 맞게 3개로 스탬프 한도가 수정된 것뿐이다. 이렇듯 넛지는 소비자들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할 때의 인식과 맞물려 돌아간다. 이유는 당연히 기업은,고객을 통해 이윤을 얻어야 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현금 vs 쿠폰 ; 무엇을 더 선호할까?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다. 3만원을 지급한다는 메세지는 소비자들이 더욱 프로모션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3만원을 지급한다는 메세지에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현금과 쿠폰이라는

인센티브를 각각 제시할 때, 사람들의 반응이 '현금' 에 대해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필자는 익명어플에서 질문을 통해 선호도 조사를 진행했다.(모씨, 300명)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A : 30,000원 현금 지급

B : 30,000원 상품권 지급
C : 30,000원 할인쿠폰 지급(구매한도 없음)

D : 30,000원 할인쿠폰 지급(구매한도 50,000원)


그들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여 50,000원짜리 숙박시설을 20,000원에 결제한다.이 경우에는

A~D 중 어느 것을 선택하든 관계없이 당신은 결국 20,000원의 가격으로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관계없이 당신이 20,000원에 구매를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선호를 비교했을 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300명 조사)


A 201명, B 12명, C 72명, D 15명


설문조사를 통해 봤을 때, 사람들은 인센티브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를 분석했을 때, 결론은 꽤 간단하다. 현금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할인이 아니라 일종의 보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현금 인센티브는 할인을 받는다는 인식보다는 또다른 가치 창출의 이미지가 강하다.

인센티브라기보다는 본인이 수익을 창출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또한 현금은 숙박이 아닌 다른 곳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재화이다. 예들어 당신이 3만원을 받는다면, 그대는 3만원으로 음식을 좋은 것을

사 먹는다거나, 더 좋은 숙박시설을 예약한다거나 할 수 있다. 현금을 받게 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들이 3만원을 지급한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3번 놀면 3만원 지급' 이라는 말은 3번을

이용하면 3만원을 보상으로 제공해 준다는 인식이 생기게 되며, 이는 '3번 놀면 3만원 할인쿠폰 지급' 보다

더 효과적이다. 3만원을 제시한 이유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현금 인센티브를 좋아하는 점에 착안한

야놀자의 넛지 전략이다. 그들은 할인 인센티브를 보상 인센티브로 바꿔 이용자의 만족도를 더욱 높였다.

당신은 야놀자를 이용함으로써 여행을 또 하나의 가치창출 수단으로 인식할 것이다.


결론 ; 보상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인센티브는 사실 굳이 제공할 필요가 없는 제도다. 할인쿠폰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하지만 보상의 힘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특정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비단

야놀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끊임없는 인센티브의 바다에서 어떤 파도를 타고 파도를 즐기는 한 사람과

같다. 어떤 파도가 오든 소비자에게 나쁠 건 없으니, 즐기면 그만이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인센티브 제도는 열렬히 이용하여

비용 대비 최대의 효과를 누리자. 그것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야놀자의 프로모션은 획기적이면서 치밀한, 넛지들이 가득 숨겨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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