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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Aug 29. 2017

'요일 할인' 의 비밀

#27. 요일별 할인제 속에 숨겨진 넛지 전략

일상 속에 숨겨진 선택을 유도하는 장치를 찾는다.

일상 속 행동경제학. '세상의 모든 넛지'.


점심 시간, 홀로 밖으로 나와 주린 배를 잡으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한다. 제육? 김밥? 라면?

아니, 이건 뭔가 영양소가 불균형해서 나한테 안 좋을 것 같고, 그럼 짜장면? 이건 살이 금방

찔 것 같고. 그럼 초밥? 에이. 초밥은 너무 비싸고. 도대체 뭘 먹어야 하지? 그러던 순간, 저기 보이는

요일별 할인 간판, 평소 먹어보지 못한 메뉴를 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를 하는

식당이 있다. 마침 먹을 것이 없어 고민했던 나는, 잘 됐다 싶어 요일별 할인 메뉴를 먹기로 하고

매장으로 들어간다.


이런 순간, 꼭 한 번 있었을 것이다. 요일별 할인 품목에 이끌려 그 매장에 들어가서 애초 내가 생각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했던 경험 말이다. 우리는 왜,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도 왜 할인이라는 대안을

선택하는 것일까? 그 비밀이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 오늘은 요일별 할인 정책에 숨겨진 넛지 전략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이 할인 정책에는 어떤 선택설계가 들어 있기에 우리를 할인메뉴로 이끌게 하는 것일까?


제한시간의 심리학

제한시간은 경제학에서 ‘희소성의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이지만 만약 제한시간을

설정하게 되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시간으로 인한 희소가치가 생기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한시간과

마주했을 때, '오늘이 아니면, 이 시간이 지나면 사지 못해' 라는 생각으로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에 특별한

가치를 매기며 소비를 한다.


제한시간이 주는 의미는 희소성뿐만이 아니다. 제한시간을 부여하게 되면,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가 아닌

현재의 가치에 더 신경쓰도록 만든다. 즉, 제한시간을 부여하게 되면 현재 주어진 것을 소비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한다면 우리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지금 이 할인제도가 결국

나를 급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지 않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81년 리처드 탈러가 진행한 실험으로

그 시선을 돌려 보도록 하자.


1981년, 리처드 탈러는 '현재의 15달러, 미래의 30달러' 중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할까? 에 대해 관심이

생겨 실험을 실시했다. 그의 실험에서는 현재의 15달러와 비교해 1달 후, 더 나아가 1년 후, 그리고 

10년 후라고 했을 때 그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실험자에게 작성하라고 했다. 


실험 결과, 1개월 후에는 현재의 금액이었던 15달러보다 대략 5달러 많은 20달러를 평균적으로 원하며

1년 후에는 50달러, 10년 후에는 100달러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람들은 현재의 가치에 기반한 미래의 가치를 더욱 높게 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미래에 15달러를 받는 것보다 현재 15달러를 받는 게 더 낫다 생각한다.


왜 사람들은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를 더 중요시할까? 그 이유는 인간이 '불확실성' 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실험을 다시 가져왔을 때, 탈러는 현재의 가치, 1달 뒤 가치, 1년 뒤 가치, 그리고

10년 뒤 가치를 산정하라고 제안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는 불확실하다. 당장 내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처럼, 아니 당장 1시간 뒤에 내가

어떤 일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받았던 15달러가 어느 날 갑자기 가치가 폭락하여

미래에는 15달러가 1달러만도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물론 반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를 생각하기보단 지금 즉시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 즉, 우리가 성미가 급한 것이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제한시간은 소비자들에게 미래의 가치와 현재의 가치를 비교하게 함으로써, 비교적 확실한 가치를

가져다 주는 현재의 할인제도에 소비하게 만든다. 일례로 1달 뒤 할인하는 제품과 지금 당장 할인하는

제품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1달 뒤의 제품보다 지금 당장 할인하는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왜냐고? 1달 뒤에 그 회사가 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혹은 그 행사를 깜빡하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내일은 이렇게 못 사요. 그러니까 빨리 사요!

만일 요일별 할인제도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대부분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오늘만 이렇게 하는 거에요. 내일은 못 사요!'' 라고.


요일별 할인제도는 일종의 제한시간이다. 물론 제한시간이 11:00 ~ 13:00 처럼 한정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어쨌든 24시간이라는 제한이 주어진 제한시간이다. 당신이 오후 11시에 문을 닫는

매장에서 할인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10시 30분에 매장으로 뛰어가는 것도 다 제한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일별 할인제도 속에 숨겨진 넛지는 무엇일까?


요일별 할인제도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 날이 아니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해' 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 주며, 동시에 현재 내가 물건을 구매했을 때의 현재 가치와 불확실한 미래 가치를

동시에 비교하여 현재 소비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결정이라고 소비자들을 유도한다. 


물론 매장이 할인을 하면서 '오늘 당장 사' 라고 소비자들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이는 넛지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장은 현재의 가치를 중시하는 가치 판단을 활용해 

제품을 평소보다 많이 소비하게 한다. 이는 심리학적 특성을 이용한 넛지라고 볼 있을 것이다. 

요일별 할인 전략은 비단 식당 이외에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쿠폰이나 포인트 등을 지급하는 행사에 

사용되며 사람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구매했을 때의 현재 가치를 강조하며 소비하게 만드는

마케팅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재의 가치에 빗대어 소비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섭리이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굳이 사야 될 것이 아니라면, 제한시간에 얽매이지 말고

내가 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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