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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Sep 13. 2017

게임 사전예약의 비밀

#33. 게임 사전예약 제도에 숨겨진 넛지 전략

"지금까지 이런 게임은 없었다!"


게임회사가 게임을 출시할 때, 꼭 넣는 메세지다. 그렇다. 지금까지 이런 게임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면 그 게임을 만들 때 전제하는 것이 '이런 게임은 없었다' 니까. 그런데, 게임 회사가 게임을

출시할 때 꼭 하는 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사전예약 행사이다. 사전예약 행사는 게임이 나오기 전

게임을 예약하면 게임에 필요한 아이템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행사다.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지만, 사실 이 행사 속에는 게임회사가 차마 이야기하지 못한 넛지 전략이

숨겨져 있다. 바로 사전예약을 함으로써 사람들이 게임을 다운로드하는 선택을 유도하게 하고

만족하게 하는 넛지 전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전예약을 하게 되며, 무의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게임을 다운로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늘은 게임 사전예약제 속에 숨겨진 넛지 전략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사전 예약의 본질 ; 초기 이용자 확보하기

사전 예약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초기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제품의 생애주기에 의하면,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보통 다섯 단계로 나타나게 되는데, 제품을 처음

개시했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2.5%의 'Innovator'와 13.5%의 'Early Adapter'를 확보하는 것이다.


약 16%를 차지하는 사람들은 처음 나온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후기(Review)를 남기고, 

입소문(Viral)을 내어 나머지 84%의 고객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준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결정적인 사람들이다. 즉, 초기에 소비자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초기 이용자들이 많을수록, 그리고 좋은 이야기를 할수록 제품과 서비스에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좋은 제품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특히나 모바일 게임은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사양되는 곳인 만큼

지속적인 이용층이 많으면 많을수록 유리했다. 그들은 그래서 초기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과감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다. 이것이 바로 사전예약제라는 제도다. 

결국 사전예약제가 나온 본질은, 초기 이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손해볼 거 없습니다

그런데, 사전 예약제에 참여했던 동기는 다른 것이 아니라 사실 눈 앞에 보이는 인센티브 때문이다. 즉,

게임의 사전예약 제도는 전형적으로 '밑져야 본전' 이라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여 사람들이 예약이라는

선택을 하게 만드는 요소다. 즉, 사람들에게 '사전예약' 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은 당신에게 전혀

손해볼 것이 없다고 설득하여 사람들이 사전예약이라는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예약제에 아이템이나 캐시 등 인센티브를 반드시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은

손해를 보는 것보다 이득을 보는 것을 당연히 더 선호하기 때문이며, 손해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의하면, 사람들은 손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당신에게 5만원짜리 지폐를 주고 동전 던지기 게임 참가를 제안한다. 

만일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받은 5만원을 도로 내놓고, 뒷면이 나오면 5만원을 더 준다. 만일

당신이 이 게임에 참여한다면, 받았던 돈을 도로 내놓을 수도 있고, 최대 10만원을 챙길 수도 있다. 

당신이 합리적으로 봤을 때, 어차피 나는 잃는 것이 없다. 왜냐 하면 내 돈을 투자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내가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본전을 유지할 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참가를 거절한다. 자신이 받은 5만원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이득을 더 중요시하고, 손해를 싫어하며, 심지어 민감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 사전예약제도 마찬가지다. 만일 인센티브 없이 어플을 알아서 찾으라고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어플을 찾는 몇 분의 시간이라도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손해에 민감한 심리를 보이는

사람들은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않을 것이다. 누가 '알아서 찾으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게임을 다운로드를

하겠는가! 사전예약제는 이렇게 손해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첫째로 '굳이 찾을 필요 없어요' 라

말하며 찾는 시간을 단축해준다고 이야기하고, 동시에 사전예약만 하면 인센티브를 무조건 제공한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그 인센티브는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고 오로지 게임에서만 사용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전예약제의 인센티브를 봤을 때는 손해보다는 '보상' 을 받는다는 심리가 더 강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전예약을 '밑져야 본전' 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알림문자를 보내는 이유

이뿐만 아니라 사전예약제는 예약을 한 사람들에게 '알림문자'를 보냄으로써 사전예약에 대해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다운로드라는 선택지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그렇다면 사전예약을 하게 되면 받는 다운로드 알림문자는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시선 집중시키기

당신이 인센티브만 보고 우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사전예약 버튼을 눌렀다면, 당신은

게임이 언제 나오는지에 대해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관심을 가지더라도 세부적으로

관심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은 보통 자신이 원하는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의 망각곡선에 따라 게임에 대한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사람들은 보통 기억을 한 순간부터 1주에서 1달 사이, 전체 기억의 약

20%밖에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만약 사전예약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사전예약을 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알림문자는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잠시 잊혀져 갈 때

기억을 하도록 유도하여 사람들이 인센티브를 떠올리게 하며 다운로드를 하도록 유도한다.


보상 ; 나는 다른 유저들보다 앞서갈 수 있다

또한 알림문자는 '기억 장치' 와 더불어, 자신과 게임을 사전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을 비교하게 하여

자신이 게임에서 더 강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즉, 알림 문자를 받음으로써

게임에 대해 더 애착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왜냐 하면 게임의 핵심은 '캐릭터를 더 강하게 해서

현실 속 억압의 욕구를 해소해 주는 것' 이 목표인데,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약하고 내가 강하다면

이런 꿈같은 상황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대체로 사전예약을 한 사람들 대부분은

게임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게임을 즐기는 고정 유저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인센티브와 알림 문자 두 개만으로도 게임은 고정된 유저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현재는

게임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 결국 손해를 싫어하는 사람의 심리와 다시금 시선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조합하여 다운로드 수와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가적인 수익을 얻도록 유도했던 넛지 전략이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사전예약의 반대말은 사전예약을 하지 않은 것은 맞는데

사전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를 입진 않는다. 다시 말해 사전예약은

당장의 손해와 이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다음의 행동이 중요한 것이다.

필요하지도 않은 게임을 인센티브 때문에 받는 일을 했다면 다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잘 생각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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