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영화관 팝콘에 숨겨진 넛지 전략
영화관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영웅들이 나뒹구는 액션 영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아니다.
영화관 하면 '팝콘'이 먼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다.
팝콘은 옥수수 곡물을 압력으로 튀겨 만들어낸 간식으로, 영화관 수익의 무려 50%를 차지하는 도구다.
연인, 가족들의 구매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왜 '팝콘'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일까? 이러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영화관이 팝콘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넛지 전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볼 때 팝콘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불법은
아니며, 개인의 자유다. 그런데 왜 우리는 팝콘을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될까?
그것은 바로, 팝콘 매장의 위치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시 말해 팝콘 매장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더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영화관의 팝콘에 숨겨진 넛지 전략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보도록 하자.
사실 영화를 관람할 때 팝콘이 여러분에게 필요한가? 사실 팝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팝콘을 먹지 않는
것이 크나큰 고역일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제외하고는 팝콘은 단순히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로 인식된다. 즉, 영화를 볼 때 팝콘이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것에 비해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팝콘과 같은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것이
이익을 높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이 영화를 관람하지만, 팝콘을 사는 것은 한 마디로
그 사람이 영화관에서 영화관람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지출을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팝콘을
사람들이 사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음식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화관은 팝콘을 '필요한 음식' 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팝콘을
판매하는 매장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었다.
첫째, 그들은 팝콘을 파는 곳을 표를 구매하는 곳 바로 옆으로 조정한다.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시각, 가볍게 풍기는 냄새를 맡는 후각을 직접 느낄 수 있게끔 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레
팝콘 구매라는 선택지를 선택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팝콘매장을 표를 판매하는 곳 바로 옆에 두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팝콘 소비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게 하여 팝콘 소비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하면 당신이 팝콘을 사는 과정이 특별한
노력을 하는 것(예를 들면 표 판매대에서 뒤돌아 저 쪽에 있는 팝콘매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는
동선에 있어 자연스럽게 팝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를 바로 '맥락특정성' 이라고
말한다.
맥락특정성이란, 사람이 선택을 할 때 각각의 성질을 고려하여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팝콘을 구매할 때의 동선을 다시 점검해 보면서 우리가
팝콘을 소비할지 소비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자.
A : 표 구매 - 팝콘매장 - 영화관
B : 표 구매 - 영화관 / 팝콘 매장
B의 상황처럼 팝콘 매장이 영화관을 가는 동선과 분리되어 있다면, 사람들은 팝콘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종의 '수고'와 '비용' 으로 생각한다. 즉,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A의 상황처럼 팝콘매장을 영화관으로 가는
동선 안에 두어 버린 것이다.
결국, 팝콘 매장의 위치는 자연스러운 맥락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팝콘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영화관뿐만 아니라, 맥락을 활용해 위치를 조정하여 소비를 유발하는 넛지는 우리 주위에서도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편의점에 갔을 때 라면 뒤에 삼각김밥 코너가 있는 것, 문구점에서
물건을 돌아볼 때 노트 - 펜 순으로 진열되어 있는 동선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려된 것이다.
맥락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때, 각각의 특성을 독립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A와 B와 C가 있을 때, 우리는 A,B,C가 가지고 있는 효용을 객관적으로 따지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A,B,C가 어떤 맥락에 있는지에 따라 구매요인이 달라지는 것이다.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들은 각각의 선택지를 살펴보는 것을 소모적이라고
판단하게 되고, 구매행동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을
고려하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배치하는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소비자들은 굳이 두뇌를 소모할 필요 없이
제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제품을 소비할 확률은 높아진다. 즉, 맥락은 생각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팝콘을 무의식적으로 사는 우리의 심리처럼
우리는 사실 단순하게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어서, 동선에 맞지 않는 일을
하기 싫어 무의식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를 구매할 수도 있다.
잘 생각해 보자. 우리가 고려하지 못했던 맥락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