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icro U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균 May 08. 2018

'오늘의 메뉴'의 비밀

ep.52 오늘의 메뉴에 숨겨진 넛지 전략

메뉴판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것이 가장 힘들다.

식당에 갔다.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들다.

약 10개에서 20여개 되는 메뉴 중에서 내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옵션을 고르는 것은 마치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처럼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장애'가 있다면, 이러한 부분은

더더욱 힘들다. 괜히 음식메뉴 고르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아니다. 


선택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당신을 위해, 몇몇 음식점은 '오늘의 메뉴' 라는 항목을 걸어놓는다. '오늘의 메뉴'는

수많은 음식 중 그 요일에만 할인을 적용하는 가격전략을 시행하는 전략인데, 선택에 있어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메뉴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고민할 필요 없이 적당한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 있기 때문.

그렇다면, 사람들이 '오늘의 메뉴'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를 이용하여 음식점이나 기업은 어떤 넛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을까? 오늘은 '오늘의 메뉴' 라는 정책 속에 숨겨진 넛지들에 대해 파헤쳐 본다.



OX퀴즈보다 5지선다가 더 어려운 이유 ; 선택의 가짓수

50년 전보다, 우리가 접하게 되는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고 복잡해진다는 건 사실이다.

과거 식생활 및 생필품 위주의  소비를 했던 것과 달리, 우리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자기관리의 측면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소비한다. 그렇게 되다 보니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선택의 범위는 더 넓어졌고,

더 세분화되었고, 더 복잡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일률적인 제품 선택에서의 '선택의 다양성'이란 개념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의 선택의 다양성은 전혀 좋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은 선택지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무작정 많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에서 

선택 과정을 긍정적이고 부담 없는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5년 12월, 음악 플랫폼 멜론은 ‘멜론 DJ’라는 이름으로 음악 큐레이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반인 사용자가 음악을 직접 골라담는 서비스로, 사람들이 음악을 고를 필요 없이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선별적으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는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멜론이 조금 더

앞서갈 수 있는 도약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이 서비스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 올 때 들으면 좋은 노래' 등의 플레이리스트는 사람들이 선택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알아서 좋은 노래들을 골라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선택의 스트레스를 경감하여 사람들에게

소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 준 것이었다. 결국, 선택의 가짓수가 많아지면 오히려 소비자는 소비를 꺼리며,

가짓수가 적어질수록 똑같은 가격이더라도 조금 더 손쉽게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택의 부담 내려놓게 하기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내가 필요로 하는 메뉴나 제품을 더 효과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간단했다. 복잡한 선택지가 가득한 메뉴판을 보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만약 수많은 메뉴판 속에서 내가 먹고 싶은 메뉴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과, 오늘의 메뉴라고 해서

선택의 폭을 줄여 주는 상황이라면, 선택이 싫은 당신은 어떤 경우에 조금 더 호감을 가지게 될까?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현대인에게, 특정한 선택지를 제시해 준다는 것은 매력이다.

자신이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 뒤에서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빨리 골라야겠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적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메뉴' 라는, 즉 선택지를 단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시도는 굉장히 가치가 있으며,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선택지를 그대로 고를 확률도 높아진다.


그렇다면 매장은, 효과적으로 수익이 나기 위해 '오늘의 메뉴' 라는 넛지에 어떠한 전략들을 가미시킬까?

매장에서 제시하는 '오늘의 메뉴' 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존재한다.


하나. 주력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주력 상품은 말 그대로 굳이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아도 누군가는 꾸준히 소비하기 때문이다.

중국집에 갔을 때,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짜장과 짬뽕 중 하나를 고르고, 경우에 따라

탕수육을 가미한다. 다시 말해 주력 상품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구매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굳이

오늘의 메뉴에 '주력 상품'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뭔가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은데, 그렇게까지

마음이 가지 않는 메뉴들만 선정하여 '오늘의 메뉴'로 제시한다. 중국집의 '새우볶음밥','유산슬밥' 같은

것들이 바로 그 예시이다.


.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오늘의 메뉴에는 보통 '할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굳이 골라도 되지 않는 메뉴를

선택하면서 돈이 더 깨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시키지 않고 오늘의 메뉴인 '짬뽕밥'을

고른다면, 당신은 짜장면을 구매해야 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 오늘의 메뉴를 선택한다. 즉

할인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왜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될까. 이는 '할인' 이라는 것이 주는 상대적인

기쁨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할인받았을 때, 꽤 큰 기쁨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비싼 가격을

할인해서 조금 싸게 만드는 프로모션 전략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오늘의 메뉴는 선택의 폭을 줄여줘서 소비자들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며, 동시에 매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옵션을 제시했을 때 선택할 확률이 높은 매력 있는 선택지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뭘 먹을까? 라는 고민, 뭘 살까? 라는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늘 우리는 그렇다. 끝없이 부딪히며 살아간다. 선택의 순간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느 것을 알아두자.

매거진의 이전글 '도전 음식'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