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5 후기에 숨겨진 넛지 전략
여름이 찾아왔다. 모두가 바다로 떠나는 이 계절, 시원한 산과 들을 찾아 떠나는 이 여름 휴가에 급하게 살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늘어나 버린 배에 꽉 끼는 옷을 보며 내 자신이 원망스럽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얼른 빨리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을 이리 저리 알아보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약을 발견한다. 하루에 한 개씩
먹는다면, 소화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제품이란다. 왠걸? 성공 후기도 엄청나게 많다? 나는 더 고민하지 않고
돈을 들여 그 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한다.
SNS를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제품을 광고하거나, 제품으로 인해 효과를 본 사람이 나와
인터뷰를 하는 영상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영상을 보다 보면, 나도 저 사람처럼 살을 뺄 수 있을 거고,
나도 저 사람처럼 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들의 후기를 올리는 그 영상이
실제로는 당신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넛지라는 것은 알고 있는가? 그것이 넛지라면, 도대체 어떤 넛지가
숨어 있는 것일까? 오늘 이 시간에는 '후기 영상' 속에 숨겨진, 사람들이 더 지갑을 빨리 열게 만드는 넛지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신기한 일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특정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주관적인 후기에
조금 더 반응을 보이고 신뢰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시 말해 1000명이 제공한 데이터보다 1명이 제공한
심층적인 데이터에 대해 더 신뢰감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주관적인' 데이터를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더 신뢰하는 것일까? 우선 한 가지 예시를 통해 당신이 어떤 부분에 끌리는지 생각해 보라.
당신은 지금 컴퓨터를 구매해야 하는 상태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정보는 두 가지이다.
A : 이 컴퓨터의 그래픽은 약 100명 중 65명이 만족한 그래픽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요.
B : 이 컴퓨터로 게임을 해 보니까, 확실히 그래픽이 좋더라구요.
당신은 어떤 정보에 끌리는가? A와 B 중 하나를 선택해 보자. 당신은 무엇을 선택했는가?
실제로 100명의 사람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68%인 68명이 'B'를 선택했다. 다시 말해
100명의 답변을 통해서 얻은 정량화된 데이터보다, 1명이 남겨 놓은 정성적인 데이터를 사람들이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도대체 왜 발생하게 된 것일까?
우리가 B를 신뢰하게 된 이유는, B가 A보다 생각하기 쉬운 특징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할 때, 보다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 사고 대신 사자에게 물려서 죽는 극적인 장면을 생각하는 이유는, B가 A보다 더 자극적이고, 사고하기 더 쉬운 특징이기 때문이다. 결국 후기가 가지는
가장 큰 효과는, 특정한 정보를 실감적으로 전달할 때 사람들이 그 정보를 신뢰할 확률이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이 제품을 홍보할 때 기업 임의로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맞춰서 전달해도
사람들은 그 정보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CEO다. 그가 벌어들이는 돈은 수천억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사람이다. 그는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 중 하나다. 그는 다양한
책에 등장해서 기업의 방향과, 경영 방침에 대해, 사람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만약 이 책을 보고 마크 저커버그처럼 행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물론 마크 저커버그처럼 행동하고 산다면 성공할 확률도 다른 상황에 비해 높지만, 그처럼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고, 결정적인 장애물을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실패의 길에 이를 수도 있다. 즉, 저커버그의 사례
하나로는 모든 상황을 일반화시킬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앞서 알다시피, 100명의 데이터보단 1명의
데이터를 더 신뢰하는 상황을 보았다. 결국 저커버그의 인터뷰를 봤을 때, 저커버그처럼 삶을 산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장애물과 현실적인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채 말이다.
왜냐 하면 우리 눈에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패한 사람보다는 성공한 사람이 주로 뜨이기 때문에,
우리는 회사를 경영하거나 그 사람처럼 살아가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생존자 편향' 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수많은 실패의 사례보다는 성공의 한 사례에
집중하여, 그 성공사례가 내게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SNS에서 자주 마주치는 후기들, 이 후기들은 사실 우리의 '생존자 편향'을 이용한 넛지 전략이다.
즉 몇 개의 성공 사례를 걸어만 놔도, 사람들은 다른 객관적인 데이터보다 해당 후기의 정보에 의존하여
제품을 구매하는 빈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실 특정한 제품을 구매했을 때, 누군가는 만족할 수도 있고,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모든 이의 니즈를
100% 충족해 주는 제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다이어트 상품을 구매했을 때, 그 제품은
당신에게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를 보게 되면, 제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단
것만 생각하고, 내게 맞는 제품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성공 사례는 당신이 소비를 하도록 끌어
당기는 넛지다. 심리적인 부분을 이용한 넛지 전략인 것이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제품의 후기,
혹은 누군가의 인터뷰는 사실 수많은 사례 중 성공 사례 하나에 지나지 않는데, 그 사례 하나만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많다. 따라서 우리가 특정한 성공 사례를 보거나 혹은
그 반대의 사례를 봤을 때, 절대 그 사례를 맹신하지 않고 전체를 보는 시야를 길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곳에 있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편향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은 실제로
제품을 출시하기 전 사전 체험단을 통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모으고, 그 긍정적인 피드백을 광고 영상이나
콘텐츠로 만들어 사람들이 해당 제품을 '매우 좋은 제품'으로, 누구에게나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어 버리는 전략 등을 통해 사람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고 있다.
물론 객관적인 정보와 주관적인 정보는 각자의 문제를 지니고 있다. 객관적인 정보는 사람들에게
잘 들어오지 않을 뿐더러, 이 곳에서도 사실 편향성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주관적인
정보는 사람들에게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가 없지만, 그 자료로 인해
사람들이 편향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맹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일매일 당신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라고 유혹하는 기업에 맞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보면서
내게 진짜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데이터부터, 사람들의 솔직하고 진중한 후기까지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우리의 기지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부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여 더 합리적이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자.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편향된 결정을 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