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icro U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균 Mar 06. 2019

우리가 몰랐던 영화관의 비밀

ep.60 영화관 속 넛지

온 가족의 문화 공간,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코스, 혼영의 공간, 팝콘의 고장. 맞다. 이 곳은 여러분도 예상하다시피 영화관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웃음을 줄 수도 있고, 때론 영화 속에 담긴 수많은 삶의 의미들을 돌아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을 짓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살면서 많은 압박을 받는다. 싸게 영화표를 사야 한다는 압박, 팝콘을 사야 한다는 압박 등등...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를 볼 때 왜 팝콘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일까. 우리는 왜 다른 곳보다 영화관을 선택하는 것일까. 이것은 영화관이 우리가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넛지들을 영화관 곳곳에, 그리고 최근에는 앱 또는 광고, 홍보 전략을 통해 심어 놨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영화관 곳곳 숨겨져 있는 넛지를 알아보자.


영화관복합 문화 공간이 되다    

영화관은 과거보다 더 문화공간으로써의 의미를 더 띄고 있으며, 게임과 문화, 그리고 음악 등이 융합된 최적의 멀티플렉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극장가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cgv, 롯데시네마 등은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해 개봉할 영화 시사회를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다른 관객들도 볼 수 있도록 스타 라이브 등의 형식으로 콘텐츠를 구성해 고객들에게 영화를 소구하며, 영화관 내 포토존을 구성하거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핫한 공간을 개방하기도 한다. 이는 극장이 단순한 영화 상영관에서 벗어나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17년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무려 2억 2000만명에 육박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영화관은 극장이 영화 관람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한번에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서의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필요성에 따라 오락, 쇼핑, 외식 등 다양한 컨텐츠를 구비하고 있다. 대형 영화배급사는 이를 반영하듯, 영화관을 ‘복합 문화 공간’ 이라고 홍보하며,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맨 위층이나 맨 아래층에 위치하여 쇼핑과 문화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더 이상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 매체와 함께 어우러져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부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전부터, 영화관은 쇼핑몰, 백화점, 심지어 대형마트와 함께 입점하여 영화를 본 사람들이 쇼핑을 하도록,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도록 하는 상호 이익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영화관 속에 숨겨진 넛지들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쿠폰이 유출된 것처럼 하기 공짜제한시간의 심리    

2019년 2월, 인터넷 게시판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CGV 할인쿠폰이 유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람들은 유출된 할인쿠폰의 코드를 공유하며, 너도나도 CGV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을 한 다음 쿠폰을 등록했다. 물론 CJ 본사와 CGV 측의 의견이 서로 달라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러한 해프닝으로 인해 신규 회원 유치와 앱 다운로드 수 증가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러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벤트를 다른 형식으로 스토리텔링하여 사람들에게 특정한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은 이러한 스토리텔링에 넋을 놓고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가입을 하는 것일까? 이는 ‘공짜’ 와 ‘제한 시간’ 이 동시에 우리를 주목시키며 우리가 더 빠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벤트를 통해 쿠폰을 받는 것과, 뜻밖의 상황에서 쿠폰을 받는 것 중, 어떤 쿠폰을 받았을 때 더 기분이 좋을까? 사람들은 이벤트를 참여함으로 인해 얻는 보상을 공짜로 얻는 보상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보상으로 무엇인가를 받는 것보다, 공짜로 운 좋게 받는 것을 빠르게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 하면 공짜로 얻은 것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쓰더라도 ‘공짜로 받았으니까 빨리 써도 상관없겠지’ 라는 심리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소비할 때, 노력과 사용된 비용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A : 선물로 받은 5만원
 B : 내가 번 5만원


두 가지 옵션 중, 당신은 어떤 돈을 더 빨리 쓸 것인가? 당연히 A다. A를 받게 되면 당신은 A를 총 자산 +5만원 이라고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공짜로 받았으니 써도 되는 돈 +5만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공짜로 받은 돈은 내 재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쿠폰 속 기한은 일부러 그 달에만 사용하거나, 그 주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했는데, 사람들은 제한 시간이 존재할 때 더 빨리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공짜로 무엇인가를 받았다고 했을 때, 그것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심리를 한 번 비교해 보자. 당신은 제품을 50%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받았다. 제품의 정가는 50,000원이다. 참고로 당신은 이 제품을 살 마음이 없었다.


A : 제품을 할인해서 구매한다.

B : 할인 쿠폰 기한을 놓쳐 제품을 구매하지 못했다.


다음의 경우, 어떤 경우의 수가 손해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B가 손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제적으로 봤을 때에는 A가 손해다. A가 쓰지 않아도 될 25,000원을 지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된 기간 내에,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를 하지 못했던 B를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한시간을 걸게 되면 사람들은 공짜로 받은 제품을 더 빠르게 소비하려고 애쓰며, 무료 이용권이 아닌 경우엔 그 제품의 매출은 증가할 수 있다.

     

영화관 팝콘 맥락 특정성

사실 영화를 관람할 때 팝콘이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제품인가? 사실 팝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팝콘을 먹지 않는 것이 크나큰 고역일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제외하고는 팝콘은 단순히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도록 도와주는 주전부리 정도다. 영화를 볼 때 팝콘이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화관의 입장에서는 다른 것에 비해 확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팝콘과 같은 주전부리를 판매하는 게 이익을 높이는 데 더 도움 될 것이다. 사람들은 똑같이 영화를 관람하지만 팝콘을 사는 것은 그 사람이 영화관에서 영화관람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지출을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팝콘을 사야 하는 당위성이 없다면 고객들은 이를 그냥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영화관은 팝콘을 ‘필요한 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세운다. 그 대표적인 전략이 바로 팝콘을 판매하는 매장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영화관은 팝콘 매장을 매표소의 바로 옆으로 조정한다.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시각적으로 자극을 할 수 있고, 가볍게 풍기는 팝콘 냄새를 맡도록 후각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 눈으로 팝콘이 익어가는 과정 또한 볼 수 있다. 이러한 감각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레 팝콘 구매라는 선택지를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팝콘 매장을 매표소 바로 옆에 두는 결정적인 이유는 팝콘 소비의 과정을 독립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가는 과정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 팝콘 소비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매표소에서 뒤돌아 저쪽 멀리 팝콘 매장으로 가는 등 특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는 동선에 있어 자연스럽게 팝콘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를 ‘맥락 특정성‘이라고 한다. 맥락 특정성이란 사람이 선택을 할 때 각각의 성질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팝콘을 구매할 때의 동선을 다시 점검해 보면서 우리가 팝콘을 소비할지 소비하지 않을지 생각해 보자.


A: 표 구매→팝콘 매장→영화관

B: 표 구매→영화관/팝콘 매장


B의 상황처럼 팝콘 매장이 영화관을 가는 동선과 분리되면 팝콘을 구매하는 행위를 일종의 ‘수고’와 ‘비용’으로 생각한다. 즉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이 있으면 그것을 ‘소모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막기 위해 A의 상황처럼 팝콘 매장을 영화관으로 가는 동선 안에 둔 것이다. 결국 팝콘 매장의 위치는 자연스러운 맥락을 활용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팝콘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영화관뿐 아니라 맥락을 활용해 위치를 조정해 소비를 유발하는 넛지는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는 라면 뒤에 삼각김밥 코너가 있는 것, 문구점의 노트→펜 순서로 진열된 동선은 우연이 아니라 철저하게 고려된 것이다. 맥락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소비할 때 각각의 특성을 독립적으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A와 B와 C가 있을 때 우리는 각각의 효용을 객관적으로 따지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 어떤 맥락에 있는지에 따라 구매요인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는 각각의 선택지를 살펴보는 걸 소모적이라고 판단하고 구매 행동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을 고려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굳이 두뇌를 소모할 필요 없이 제품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제품을 소비할 확률은 높아진다.


영화관그리고 10

여러분도 알다시피, 영화 시간이 12시라고 가정했을 때 실제 영화 상영 시간은 12시 10분이다. 즉, 10분 동안은 광고를 내보낸다는 말인데, 영화관은 영화 시작 10분 전에 사람을 입장시키면서 왜 영화 광고는 10분 전이 아니라 영화 시간에 트는 것일까? 이는 첫째로 영화 상영 시간에 늦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관 광고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영화를 기다릴 때, 즉 영화를 기다리는 것 이외에 화장실을 간다거나 하는 등으로 광고에 이탈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막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광고는 TV 광고와 유사하다. 즉, 내가 보고 싶지 않아도 노출되는 광고다. 영화관이라는 특수한 특성 상, 이탈률이 낮지만 사람들이 다 입장하지 않는 시간에 광고를 송출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최대한 많이 모였을 때 광고를 송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화관은 광고 상영 시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의 모습을 강조하거나, 청각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사람들이 영화 전 상영되는 광고에 집중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치면, 우리가 놓치고 있었지만 사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들에는 다 치밀한 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관을 들어가기 전부터 영화관을 나올 때까지, 우리는 수많은 넛지들과 마주치고, 대개 이러한 싸움에서 지곤 한다. 물론 팝콘과 콜라를 구매해서 영화를 보는 것은 몸과 입이 즐거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필요하지 않은 것에 너무 많은 돈을 쓰게 되면 그만큼 우리의 자산들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절대 마음 내키는 대로 구매하지 말자. 영화 한 편 보러 왔다가 영화 열 편 값을 소비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형 마트의 비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