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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Jul 13. 2017

로또 당첨 방송은 왜 8시 40분인가?

#4. 로또 당첨 방송에 숨겨진 몇 가지 넛지

때는 복권에 관한 사람들의 기대심리에 대한 행동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대학교 2학년이었던 나는 늘 집 앞의 로또명당집이 왜 토요일 8시가 되면 갑자기 문을 닫는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복권을 사 본 적이 없던 나로썬, 장사를 더 할 법도 한데 도대체 왜 갑자기

가게의 셔터를 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든 순간 바로 이유를 알았다.

복권 당첨 정책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토요일 20시까지의 복권을 유효로 인정한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왜 로또 당첨 방송은 8시 40분에 하는 건지에 대한 것이었다. 

굳이 시간을 옮긴다면 밤 10시에 해도 되고, 밤 11시에 방송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또한 방송 시간이 2분에서 3분 정도가 되기 때문에 추후 편성에도 그렇게 큰 지장을 끼치지 않을 것이다.


오늘은 8시 40분에 숨겨진 비밀에 대해, 그리고 그 방송 시간 속 숨겨진 넛지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뉴스 뒤에 로또방송을 배치한 이유

첫 번째 넛지는 복권 당첨방송의 위치를 들 수 있다. 복권 당첨방송은 SBS 8 뉴스가 끝난 뒤 광고 없이

바로 당첨자를 가리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광고 없이 바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며, 왜 하필이면

뉴스 뒤에서 방송을 하는가?


첫째, 뉴스는 한 번 보기엔 좋지만 두 번 보기엔 좋지 않다. 뉴스에서 제공되는 것들은 스토리가 아닌

정보 위주의 내용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보 위주의 내용들은 시청자들에게 소비되는 순간 그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즉 다시 말해 스토리보다 다시 입 언저리에 오르락내리락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뉴스가 끝나면 드라마를 보거나,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등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내가 이 방송국에서 다해야 할 시청의 의무가 끝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300명을 대상으로 '뉴스가 끝나면

채널을 돌리십니까?' 라는 질문(자체조사)에 무려 80%(240명)의 사람들이 다른 채널로 돌린다고 답변했다.


둘, 그렇기 때문에 채널을 돌리는 사람들을 잡아야 한다. 뉴스가 끝나면 채널을 돌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방송사인 SBS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뉴스 다음으로 방송되는 드라마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방송의 위치를

뉴스와 토요드라마 사이에 배치해야 한다. 방송사의 존립 목적은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를 타 방송사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것이기 때문에.


뉴스 뒤에 광고를 배치하지 않는 이유도 두 번째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TV 내에서의 광고는 사람들이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게 하여 지겨움을 유발해 채널 전환을 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채널 이탈률을 막고자 그들이 선택했던 전략은 뉴스 바로 뒤에 광고를 붙이지 않고

바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전략은 정확하게 TV광고로 인한 지겨움을 자연스럽게 제거하여

사람들의 호응을 유발하였고, 더 짜릿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했던 넛지였다.


오후 8시, 포만감이 가장 높은 시간이구나

오후 8시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배달음식 주문 시간대의 비율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가족 간 저녁식사 비율이 69퍼센트에서 2016년 54퍼센트로 점차 감소하고 있고, 그것보다 저녁식사 비율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통계를 통해 일반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한 번 해 보도록 하자. 


보통 토요일 오후 8시는 '식당' 과 '배달전문점' 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과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함께 겹치면서 주문량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먹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행위 중 하나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 중 식에 관련된 욕구이며,

궁핍한 배를 채운다는 느낌으로 인한 포만감이 느껴지는 제일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느슨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식사를 하기 전 결정과 식사를 한 후 결정은

그 속도와 불만도의 정도가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먹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오후 8시, 주문음식을 시켰다고 가정할 때 8시 30분에서 40분 사이에 음식이 온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 방송이 8시 40분이라는 시간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8시 40분이라는 시간엔

포만감의 상태가 높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히려 11시가 되면 소화과정을 통해 배가 다시 고픈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어쩌면 2007년 당시 프로그램을 방송할 때 시간대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로또를 사며 어떤 기분을 느끼는가? 만약 복권에 당첨된다면 나는 뭘 하고 살아갈까?

집을 살까? 재테크를 할까? 저축을 할까? 비어 있던 통장 잔고에 순식간에 몇십억의 돈이 채워지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8시 40분의 방송은 여러분의 행복을 순식간에 깨뜨리고 싶기보단

최대한 일반적인 사람들의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상태에서 서서히 기대감을 낮추게 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은 아닐지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방송 편성에도 '현상유지 편향' 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우리가 모르는 곳곳에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오늘 필자가 발견한 넛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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