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 손에 들려 있던 코딩
코딩은 무엇일까? 요즘 이 단어는 뜨거운 감자이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코딩이란 단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단어의 또 다른 단면은 우리와 아주 멀리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코딩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아주 오묘한 단어가 된다. 하지만 이 단어는 아주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개발자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좀 더 친숙하게 이 단어를 만들어주면서 이 책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인류의 삶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컴퓨터라는 도구는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시장에 나가지 않아도, 크롬 브라우저를 켜서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버튼을 몇 번 클릭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까지 구매한 물건들이 배달된다. 지갑 속에 더 이상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들어 엄지 손가락 지문 한 번으로 친구의 계좌로 돈을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발전 덕분에 분명 우리의 삶은 윤택해지고 자유로워졌다.
그렇다면 코딩은 도대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꾼 것일까? 또한 전자기기는 코딩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 좋은 예를 집에서 굴러 다니는 직사각형의 플라스틱 덩어리 'TV 리모컨'에서 찾아보자, 1950년대 미국의 TV 제조사 '제니스 일렉트로닉스(Zenith Electronics LLC)'는 최초의 TV 리모컨을 선보였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천재 발명가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모형보트를 운전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1920년대 라디오를 조정 가능한 유선 리모컨이 출시되기도 했다. 스마트폰 이전, 삐삐가 나오기도 전인 옛날 우리는 그때부터 리모컨에 코딩된 동작으로 무언인가를 조정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으로 개발된 어플을 이용해, 자동차 문을 열 수 있는 것처럼 1950년대부터 미니 컴퓨터 리모컨을 통해 티브이를 켜고 끌 수 있었다.
제조 회사마다, 모델마다 천차만별이지만, 리모컨에는 약 50여 개의 버튼이 있다. 숫자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채널을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음량 버튼의 '+', '-'을 클릭하면 단계적으로 음향의 크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이때 손가락으로 누른 버튼은 전자회로 칩이 인식한다. 그럼 이를 적외선 빔으로 방출한다. 이 신호는 tv의 수신부에 '포토다이오드'가 인식하고 티브이 내부에서 처리한다.
무심코 사용했던 리모컨은 모든 동작은 사실 모두 코딩으로 작동한다. 개발자가 코딩한 흐름대로 이 물건은 동작한다. 채널을 돌리고, 전원을 끄고, 켜기도 한다. 리모컨 하나에도 개발자의 코드가 들어가며, 개발자의 땀방울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이 네모난 플라스틱 덩어리뿐만이 아니다. 전자레인지의 음식을 넣고 돌리는 기능 역시 코딩으로 이루어진 동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걸어 다니는 로봇 역시 코딩으로 움직임을 제어하고, AI 역시 개발자의 코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코딩은 스마트폰 훨씬 이전에도 우리 손위에 들려져 있었던 것이다.
코딩이란 단어가 유행을 하면서 다양하게 표현한다. 건축 과정에 비유하기도 하고, 발전된 계산기라고도 한다. 그런 대표적인 비유들을 들여다보면 매우 복잡한 녀석이라는 의미가 내재된 거 같다. 하지만 코딩은 이미 예전부터 우리 손바닥 위에서 동작하고 있었다. 다만 그 존재를 이제야 깨닫고 직접적으로 코딩을 배우고 개발하려는 노력이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친한 친구일수록 가까이에 있지만 그 소중한 존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친할수록 연락이 드문 이유는 서로가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친한 친구의 존재는 점점 커진다. 코딩도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이미 들어와 있었지만, 우리의 삶을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생각한 훨씬 그 이전 코딩은 우리 손 위에서 동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