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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Apr 18. 2023

웹3 거버넌스의 주요 목표 세 가지는?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23편

"거버넌스란, 누구에게 힘을 분배하며, 누가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의미한다."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그간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단어를 수 차례 언급했다. 이처럼 DAO와 거버넌스는 떼려야 뗼 수 없는 관계다. 어떤 거버넌스를 갖추느냐에 따라 DAO의 탈중앙화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떤 DAO냐에 따라 다른 조직과는 다른 거버넌스를 채택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비트럼(Arbitrum)은 이더리움의 확장성 솔루션(레이어2) 프로젝트라는 속성으로 인해 제안을 '비헌법적인 제안(non-constitutional proposal)'과 '헌법적인 제안(constitutional proposal)'으로 구분한다. 헌법적인 제안은 통과될 경우 레이어2 체인에 기록되지만 비헌법적인 제안은 그렇지 않다. 비헌법적인 제안은 트레저리(금고) 지출 등 블록체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다른 DAO에서는 단순히 스마트 계약으로 바로 실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텍스트 제안/스마트 계약 제안'으로 구분하는 것과는 다르다. (텍스트 제안들도 투표를 통과하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실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비트럼이 '비헌법적인 제안/헌법적인 제안'으로 대표되는, 독특한 거버넌스를 설정한 이유는 아비트럼에 영향을 주는 제안들(업데이트 등)은 아비트럼과 연결된 이더리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와 달리 트레저리 지출은 이더리움과 관계없이 아비트럼 DAO를 위한 것인 만큼 따로 분리한 것이다.   


이처럼 DAO의 목표를 위해 어떤 거버넌스를 구축할지야말로 DAO를 설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거버넌스 토큰을 활용할지 아닐지 여부는 그다음에 고려해야 할 문제다. 


그렇다면 DAO 거버넌스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는 <웹3 기업가 정신> 세미나에서 그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제시한다.


1) 검열 저항성

2) 이용자 수요 창조 

3) 신뢰 형성  


앤디 홀 교수는 실제 사례를 통해 DAO들이 거버넌스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보여준다.



검열 저항성 사례-메이커다오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6편에서 메이커다오가 '엔드 게임' 제안을 실행한 이유를 짚어본 바 있다. 메이커다오는 '엔드 게임' 제안 이전부터 검열 저항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버넌스를 추구해 왔다. 대표적으로 재단(foundation)을 해체하고 DAO로 전환했으며, 이후 DAO에서 실무 부서 역할을 하는 코어 유닛(core unit)조차 하위 DAO(sub DAO)로 대체하는 등 탈중앙화적인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메이커다오의 스테이블 코인 DAI의 담보를 관리하는 코어 유닛이 공격이나 정부 규제를 받을 경우 메이커다오의 생태계가 멈출 수 있다는 '단일 실패 지점'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시도다. 또한, 메이커다오 커뮤니티는 "특정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코어 유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합의를 형성하고 있다. 그전부터 메이커다오 커뮤니티는 "코어 유닛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쟁을 펼쳤으며, 일부 코어 유닛이 아닌 커뮤니티가 DAO를 이끄는 구조를 지향해 왔다.


DAO의 규모가 커질수록 구성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직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위임(Delegation) 제도도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위임이란, 구성원 A가 믿을 만한 구성원 B에게 거버넌스 토큰을 스테이킹하면 B가 A의 몫까지 표를 행사하는 제도다.



이용자 수요 창조-나운스다오


나운스다오는 사람들이 재미있다는 이유만으로 DAO에 참여하게 하면서 이로 인해 DAO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채택한다. 나운스다오는 자체 NFT(대체불가능토큰)인 'NOUN'을 매일 경매에 부친다. 2023년 4월 17일 기준 681번째 NOUN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가장 높은 입찰가는 22.43 ETH다. NOUN NFT를 획득한 사람은 나운스다오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부분의 DAO들과는 조금 다르다. 

앤디 홀 교수에 따르면, 이런 나운스다오의 방식이 힙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NFT에 대한 입찰가가 높아지고 NFT를 판매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트레저리 규모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발생했다. 나운스다오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NFT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내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신뢰 구축-라이도 파이낸스 & 옵티미즘


라이도(Lido) 파이낸스는 이용자 유입보다도 "라이도 파이낸스가 이더리움의 지분증명(PoS) 알고리즘을 손상시키지 않는다"에 대한 신뢰가 필요했다. 이더리움 샤펠라 업그레이드가 완료되기 전인 2023년 3월 24일 기준 라이도 파이낸스에 스테이킹된 ETH는 전체 스테이킹된 물량의 31%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라이도 파이낸스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중앙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봉착했다.  


이에 라이도 파이낸스는 라이도에 ETH를 스테이킹하고 증표인 stETH를 받아간 사람들도 LDO 토큰 보유자들처럼 거버넌스에 참여하게끔 했다. 'LDO+stETH 이중 거버넌스'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이는 'stETH 보유자는 이더리움의 PoS 시스템이 건전하게 운영되길 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체로 이더리움이 보다 발전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이더리움을 스테이킹하기 때문이다. 


이중 거버넌스를 도입하면 stETH 보유자들이 LDO 보유자들을 견제할 수 있다. LDO 보유자들은 이더리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라이도 파이낸스의 발전과 LDO 가격 향상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라이도 파이낸스 DAO에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도 파이낸스에 ETH를 위임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통과된다면 장기적으로는 LDO 가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라이도 파이낸스에 위임된 물량 비중이 50%를 넘어간다면 이더리움 생태계는 더욱 중앙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stETH 보유자들이 라이도 파이낸스 거버넌스에 참여한다면, 이런 제안에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출처=앤디 홀 스탠퍼드 교수 발표 자료

옵티미즘(Optimism)은 라이도 파이낸스와는 결이 다른 '양원제'를 채택한다. 옵티미즘과 자주 비교되는 레이어2 프로젝트 아비트럼과도 완전히 다른 거버넌스를 활용하고 있다. 옵티미즘 네트워크에서는 주요 기여자들이 의사 결정 조직에 참여한다. 해당 조직은 네트워크 기여도에 대한 평가 기준, 트레저리 지출 등을 결정한다.  


다만, OP 토큰을 다량 보유했다고 해서 해당 조직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옵티미즘 네트워크에 기여하고 참여한 것에 대한 트랙 레코드를 남겨야 하며, 그것이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출처=앤디 홀 스탠퍼드 교수 발표 자료.




이번 글에서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웹3 기업가 정신> 세미나 중 '거버넌스 편'을 인용해 DAO 거버넌스의 주요 목표 세 가지를 짚어봤다. 그동안 대부분 DAO를 설립하려는 사람들은 DAO를 어떤 도구로 만들지를 우선 고민하고 어떤 거버넌스를 채택할지는 후순위에 뒀다. 그리고 대체로 거버넌스 토큰 기반의 거버넌스를 채택했다. 


별 다른 고민 없이 남들이 한다고 해서 거버넌스 토큰 기반 거버넌스를 도입할 경우, 거버넌스 토큰을 대량으로 매입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컨설팅 비용으로 500만 달러를 지불하라"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제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 만약 해당 DAO가 아비트럼, 옵티미즘 같은 레이어2 프로젝트라면, 엉뚱한 제안으로 인해 메인 체인(이더리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DAO를 만들기 전에 거버넌스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웹3+거버넌스 = 권력을 탈중앙화시키는 힘'이며, 거버넌스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핵심 약속이자 중요한 도전이다."
-앤디 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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