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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Nov 10. 2022

메이커다오 '엔드게임' 통과, 예상되는 부작용은?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6편

이번 글은 연재 글 14편에서 간략하게 다룬 메이커다오의 '엔드 게임(End Game)' 제안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해당 제안이 통과된 배경과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짚어볼 예정이다.


메이커다오는 가상자산을 담보로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등 다른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 DAI(다이)를 발행한다. DAI는 '과담보(Over-Collaterized)' 형태로 발행된다. 법정화폐는 그 가치가 변하지 않으므로 1 대 1로 매칭 하지만 가상자산은 하락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과담보율이 150%면 볼트(Vault; 금고와 유사한 역할)에 150 ETH를 넣어야 100 DAI가 생성된다는 의미다.


메이커는 당초 대표나 임원 등이 있는 형태의 재단이었다. 하지만 2021년 7월 "재단을 폐쇄하고 DAO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직급상 상하관계가 없는 DAO로 전환됐다. 거버넌스 토큰 MKR(메이커)를 투표권처럼 활용할 수 있다.


메이커다오 거버넌스에서는 인원 수가 아닌 MKR 보유량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보통의 다수결 제도에서는 반대표를 행사한 사람이 5명, 찬성표를 행사한 사람이 1명이면 '반대'로 결론 난다. 하지만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에서는 반대표 행사자(5명)의 MKR 보유량이 50개, 찬성표 행사자(1명)의 보유량이 100개라면 인원 수와 상관없이 그 제안은 통과된다.


DAO로 전환된 후의 변화 중 하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는 직함이다. 퍼실리테이터는 워크숍 참여자를 위한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현장에서 원활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회사의 총괄(Head)처럼 지시를 내리는 대신 참여자가 워크숍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메이커다오는 퍼실리테이터를 "프로토콜의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메이커 거버넌스와 기여자, 외부 자원을 연결하는 책임자"라고 소개한다.


2019년까지 백엔드 및 오라클 총괄(Head of Backend & Oracle)이라는 직함을 달았던 닉 쿤켈(Nik Kunkel)'은 올해 8월 초 한국의 블록체인 콘퍼런스에서 '오라클 퍼실리테이터'라는 직함으로 연단에 섰다.


퍼실리테이터는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코어 유닛'에 몸 담아야 한다. 여기서 코어 유닛은 법인의 부서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메이커 다오의 코어 유닛으로는 ▲담보 엔지니어링 서비스(Collateral Engineering Services) ▲현실 세계 금융(Real World Finance) ▲그로스(Growth) ▲오라클(Oracle; 블록체인 바깥의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들여보내고, 블록체인의 데이터를 바깥으로 보내는 중개 기술) 등이 존재한다.


그중 현실 세계 금융 코어 유닛은 최근까지 꽤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 메이커다오의 수익 중 26.9%가 부동산과 매출 채권 등을 토큰화한 RWA(Real World Asset)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미니USD(GUSD) 등 스테이블 코인 비중까지 합치면 50%) 당초 메이커다오가 주로 ETH(이더리움)를 담보로 삼았던 점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다.


그 변화는 2021년부터 시작됐다. 메이커다오는 2021년 3월 RWA-001을 포용하는 제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22년 4월 메이커다오는 6S캐피털을 통해 테슬라에 투자했으며, 프랑스의 다국적 투자은행 '소시에떼 제네럴'과 미국 헌팅턴 밸리 은행과도 협력을 맺었다. 이후 2022년 10월 6일 5억 달러 상당의 미국 단기 국채와 회사채를 매입했다.






이런 변화가 끝이 아니었다. 메이커다오의 공동설립자 룬 크리슨텐슨(Rune Christensen)은 9월 '엔드 게임' 계획을 제안했다. 저번 글에서 다뤘듯이 글로벌 벤처캐피털(VC) a16z까지 반발할 정도로 상당히 도전적인 제안이었다. 메이커다오 내부에서도 룬 크리스텐슨을 지지하는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양분됐다. 그럼에도 10월 10일부터 투표 안건으로 상정된 후 2주 동안의 투표 기간을 거쳐 10월 25일 마침내 제안은 찬성률 80%로 통과됐다.


해당 제안의 핵심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메타 다오 도입: 코어 유닛을 없애고 메이커다오보다 작은 단위의 메타다오(MetaDAO)를 도입한다. 메타 다오는 자체 거버넌스 토큰(메타 엘릭서)을 발행할 수 있다. 대신 기존의 코어 유닛은 없앤다.

2) ETHD 발행: ETH가 아닌 stETH(ETH를 스테이킹했다는 증표를 토큰으로 발행한 것. 디파이 업체인 '리도 파이낸스' 등에 ETH를 맡기면 stETH를 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어음과 유사하다.)를 담보로 하는 DAI를 새로 발행.

3) MKR/ETHD/메타 엘릭서 토큰 인센티브 3풀 구성: MKR, ETHD, 메타 엘릭서를 1:1:1로 짝을 맞춰 유동성 풀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MKR, DAI 보유자와 볼트 이용자가 각각 이자를 받게 한다.


앞서 말한 '현실 세계 금융 코어 유닛'은 사라지고 '현실 세계 금융 메타 다오'로 대체된다. 중요한 점은 '현실 세계 금융 메타 다오'는 메이커다오 거버넌스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된다는 점이다. 이는 룬 크리스텐슨이 '엔드 게임' 제안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검열 저항성과 맞닿아있다. 만약 정부가 오오키다오(Ooki DAO)에게 그랬듯이 메이커다오도 제재한다면 헌팅턴 밸리 은행과의 협업 등이 타격을 받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언제든 "현실 세계 금융 메타 다오는 메이커다오와 무관하다"라고 꼬리를 자르려는 것이다.


즉, '엔드 게임' 제안은 메이커다오를 정부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점 조직 형태로 운영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MKR/ETHD/메타 엘릭서 토큰 인센티브 3풀

이런 급진적인 제안이 나온 배경으로 서클(USDC) 발행사의 '토네이도 캐시' 지갑 차단 사태를 꼽을 수 있다.


2022년 8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디파이 서비스 중 하나인 토네이도 캐시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토네이도 캐시는 송금인과 수신인을 익명화해 자금을 추적할 수 없게 한다. OFAC은 토네이도 캐시가 자금세탁에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용을 금지시켰다. 문제는 그 직후 서클이 토네이도 캐시와 관련된 지갑과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20년 3월 DAI의 가격 안정화를 위해 USDC를 담보에 추가했던 메이커다오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위협으로 다가왔다. 메이커다오는 제도권 편입보다는 탈중앙화 정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룬 크리스텐슨은 실제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안정성을 더하기 위해 USDC를 받아들였으나 트레이드 오프(두 개의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경우의 관계)되는 측면은 있다.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USDC)와 우리 사이에는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 코인데스크US와의 인터뷰


이후 룬 크리스텐슨은 8월 30일 DAI 가치 자유 변동제를 제안했다. (다만 실제로 투표에 부쳐지지는 않은 듯하다.) 대신 커뮤니티는 9월 13일 담보에서 USDC 의존도를 줄이고 stETH 부채 한도를 상향하자는 제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메이커다오는 규제를 위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엔드 게임' 제안이 통과된 이후의 부작용은 없을까? 대표적으로 수익성 저하가 예상된다.  


우선 '엔드 게임' 제안에 따라 연간 MKR 발행량이 5만 개에서 6만 5000개로 늘어난다. 그중 6만 개는 인센티브 풀, 나머지 5000개는 메타 다오 인큐베이팅 등에 활용된다. 그럼에도 연간 발행량이 30%나 늘어나는 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존재한다. 공급량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1 MKR의 가치는 떨어진다.


게다가 메이커다오는 코어 유닛을 정리하면서 고액의 퇴직금(Golden Parachute)를 지불하는 제안을 11월 4일 통과시켰다. 퇴직금으로 지불되는 비용은 21만998 DAI(약 3억 원)+169.5 MKR(약 1억 8400만 원)으로 총 4억 8400만 원에 달한다. 가뜩이나 수익성이 저하되는 메이커다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메이커다오의 3분기 수익성은 지난 분기 대비 86%나 감소한 바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또 다른 부작용이다. 메이커다오와 메타 다오가 각각의 거버넌스로 운영되는 만큼 조직 전체의 의사 소통은 효율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a16z가 이번 제안을 반대한 이유 중 하나다. 특히 RWA를 담당하는 '현실 세계 금융 메타 다오'는 아예 다른 조직으로 운영된다. 그렇기에 메이커다오 구성원들은 RWA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게 된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조직의 구성원임에도 담보와 수익원에 대한 정보를 동일하게 제공받지 못한다.


또한, ETH 디플레이션 현상이 변수가 될 수 있다.


stETH는 ETH와 가격이 동일해지는 방향을 지향하지만 실제로 그 가치가 일 대일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stETH가 ETH를 맡긴 증표로 지급되지만 stETH와 ETH는 엄연히 따로 거래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ETH는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점차 가격이 오르겠지만(수요가 일정하다는 전제 하에 공급이 줄면 가격이 상승한다) stETH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디페깅(가상자산의 가격이 연동된 자산의 가치에서 크게 벗어나는 현상)이 발생한다. stETH를 통해 발행되는 ETHD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THD도 스테이블 코인이지만 그 성격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ETH 디플레이션이 발생한 이후인 11월 9일 오후 11시 기준 stETH 대 ETH 비율은 0.9891로 디플레이션 발생 전(6일 기준 0.9992~1) 보다 하락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이더리움 개선 제안(EIP)-1559가 통과된 이후 가스 수수료를 소각하는 방식으로 ETH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11월 8일 첫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 이는 이더리움의 '더 머지' 업데이트 이후로 처음이다. 11월 9일 디플레이션은 보다 심화됐다. 이날 ETH 총공급량은 전일 대비 649.27 ETH나 감소했다.


이더리움 '더 머지'는 이더리움의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로 바꾸는 업데이트로 9월 15일 오후 3시 45분에 완료됐다.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ETHD의 담보가 되는 stETH조차 안전한 자산으로 볼 수 없게 된다.

stETH와 ETH 비율. 출처=듄 애널리틱스
ETH 디플레이션 현상. 출처=Ultra Sound Money




이 글을 쓰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생겼다. 수익성 저하나 정보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검열 저항성을 무조건 우선시하는 게 옳은 방향일까? 반대로 검열 저항성을 포기하고 제도권으로 포섭되어 기존 금융권과 같은 규제를 받는다면 DAO나 디파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탈중앙화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서 규제를 준수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처럼 '엔드 게임' 제안은 가상자산 업계에서 신념처럼 자리 잡은 '탈중앙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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