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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Nov 04. 2022

'No With Veto'는 거부권?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5편

DAO의 거버넌스를 들여다보면 직관적으로 번역하기 힘든 단어가 있다. 바로 'No With Veto'다. 단순히 '반대'라고 해석하기엔 뒤의 'Veto'가 거슬리고 '거부권'이라고 행사하기엔 앞의 'No'를 무시하는 것만 같다. 


실제로 'No With Veto'는 거부권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무리 찬성표를 많이 받은 제안이라도 No With Veto가 있으면 실행될 수 없다. 하지만 행정학에서 언급되는 거부권보다 기준선이 높다. 예를 들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가운데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그 사안을 결의할 수 없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지분증명(PoS: 토큰을 많이 보유한 노드(데이터 지점)에게 우선적으로 블록 생성 권한을 주는 합의 알고리즘) 블록체인은 No With Veto 비중이 33.4% 미만이라면 그 제안은 유효하다. (다만, 제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다른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 다른 차이점은 'No With Veto 비중 33.4% 미만'이 제안이 통과되기 위한 선행 조건이라는 점이다. 법률안 거부권은 의회에서 의결되어 행정부로 넘어온 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즉, 이미 입법부가 통과시킨 제안에 다른 부처의 수반인 대통령이 이의를 표하는 것이다. 하지만 No with Veto는 제삼자가 아닌 커뮤니티 구성원이 행사하며, 그 비중이 33.4%를 넘는다면 제안에 대한 찬성표가 50%를 넘어도 절대 실행될 수 없다. 


PoS 기반 블록체인의 거버넌스를 이해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면 일단 코스모스 문서를 보기를 권장한다. 코스모스는 PoS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킨 프로젝트다. 그런 만큼 테라(Terra) 등 여러 프로젝트들이 코스모스의 거버넌스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 (물론 투표 기간 등 세부적인 내용은 프로젝트들마다 다르다.)


코스모스 거버넌스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는다.


1) 제안 단계: 제안을 올린 후 14일 이내 최소 보증금(64 ATOM) 예치


2) 투표 단계: 최소 보증금 예치되면 14일 동안 투표 진행

-투표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① Yes

② No

③ Abstain (기권)

No With Veto 


3) 검수 단계

-정족수: 검증인(PoS 네트워크에서 블록 생성과 검증 역할을 수행하는 노드. PoW 방식의 채굴자와 유사하다)에게 위임된 ATOM 토큰의 40%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1 ATOM = 1표, 만약 코스모스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ATOM이 10만 개라면 그중 4만 개가 투표 정족수)

-부결:  투표에 참여한 표 가운데 기권(Abstain) 표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3.4% 이상일 경우 제안을 부결시킬 수 있음

-통과 기준: 전체 투표 참여자 중 찬성 비중이 50% 이상일 경우

(테라는 'Abstain(기권)을 제외한 답변(Yes+No+No With Veto)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여야 한다'라고 명시하지만 코스모스는 그런 내용은 언급하지 않음)


No With Veto의 강력한 무기는 따로 있다. 만약 그 비중이 33.4%를 넘는다면 제안을 부결시키는 것 외에 그 제안을 올린 사람의 최소 보증금(64 ATOM)을 소각할 수 있다. 커뮤니티 구성원의 얼토당토않은 제안을 막기 위한 장치다. 검증인 서비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No With Veto를 설명했다.

"No With Veto를 보통 '강력히 반대'로 번역하는데 이는 '이번 제안이 의미 없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거부권의 일종으로 볼 수는 있으나 정확히는 '제안 무효화'에 더 가깝다." 
   

일각에선 No With Veto가 "이번 제안이 통과되면 나는 나가겠다"라는 의사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테라의 1623번 제안에서 No With Veto를 행사한 검증인들이 새로운 테라로 옮겨가지 않고 기존 체인에서의 검증인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검증인 업체 '피그먼트'는 주노 16번 제안에 No With Veto를 행사하면서 "제안의 유효성을 거부하기 위한 소수에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피그먼트는 'No'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로 "('반대'는) 제안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 제안을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즉, 그 제안을 정당한 제안으로 존중하는지 여부에서 No with Veto와 No가 극명히 갈리게 된다.

  

피그먼트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논란거리로 부상한 제안들에 대해 No With Veto를 행사했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한 2022년 3월에 발생한 주노 16번 제안(알고리즘 오류를 활용해 JUNO 토큰의 과다 배분받은 지갑의 토큰 몰수)이며, 두 번째는 2022년 5월 테라 1623번 제안(새로운 테라 체인에서 LUNA 2.0 출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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