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ya
할머니, 할아버지, 큰형, 사무엘 형, 다니엘 형, 나, 동생 이렇게 7명은 대차게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목적지는 케냐.
나와 사촌 형들이 어렸을 때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름방학 때마다 우리 모두를 데리고 여행을 가시곤 했다. 싱가포르를 3번 정도 갔고, 오키나와를 한 번 갔었다. 할머니는 우리 사촌지간이 모두 친형제처럼 우애 좋게 살기 원하셨다. 덕분에 어릴 적부터 사촌 형들과 특별한 경험을 참 많이 했었고, 친하기도 친했다. 지금까지도 사촌 형들과 나는 우애가 좋다.
큰형부터 나까지 서서히 고3을 거쳐 성인이 된 후 이런저런 이유로 여행을 가지 못했었다. 내가 20살이 된 해 2011년에 할머니는 큰 결심을 하셨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체력이 이제 좋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너희를 데리고 여행을 가겠다. 마지막 여행인 만큼 사파리로 가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쏜다!" 큰형은 꽤나 부담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나와 나머지 형들은 기분 좋게 대답했다. "넵!"
우리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작가로 유명한 카렌 블릭센의 집 앞에 도착했다. 가이드로부터 커피, 문학, 종교, 흑인 인권, 마사히, 등등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지만 전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형들과 끼기덕 거리면서 놀기 바빴다. 뭐 하나 웃긴 동물이라도 나오면 서로 "오 너 닮았다" 이러고 놀았다. 형제들의 얼굴을 봐봐라... 어디 하나 안 웃긴 얼굴이 없다.
11년 전 사진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너무 젊으시다. 두 분 모두 보기 좋으시다. 시간은 가고 있구나...
가장 왼쪽 다니엘 형은 그래도 좀 착하게 나왔다. 나는 할아버지를 가리고 있었다.... 큰형은 왜 기도를 하고 있는가.
우리는 '마따뚜'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봉고트럭에 몸을 구겨 넣었다. 이 차를 타고 앞으로 일주일을 달려야 한다... 하루에 5시간 정도씩 차를 타고 달렸다.
이 여행에서 기억나는 것들은 하하호호 낄낄 대던 사촌들끼리의 웃음이다. 어디로 갔는지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어딜 가나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놀려댔다. 정말 재밌고 이상한 가족여행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 감사드린다... 기꺼이 이런 여행을 기획해주심과 함께해주심에 감사하다.
지금은 모두가 너무 어른이 되었다. 큰형은 애가 둘이고 미국에 있다. 사무엘 형 다니엘 형은 이제 의사가 되어 영국에 있다. 나는 가난한 딸기 판매원이 되었고, 내 동생은 브리스톨에서 공부 중이다. 할아버지는 이제 병원에 누워계시고 할머니는 24시간 할아버지를 간호하고 계신다. 모두가 나이가 들고 많이 변했다. 저 때는 다 같이 모이면 뭔지 모를 생동감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함께하면 기분이 좋은 형들과 동생이다. 언젠가 빠른 시일 내에 다 함께 여행 가고 싶다. 저 때 참 재밌고 좋았다. 지금의 순간도 지나고 보면 분명 산뜻한 나날이겠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즐겁고 가볍게 놀고 싶다. 지금은 알아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너무 많은 것처럼 느낀다. 아주아주 단순했는데,,, 세상이 참 쉬웠는데,,,
그나저나 사자를 참 많이 봤는데,,, 사자는 왜 찍은 사진이 없지?... 영상만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