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비 Jun 14. 2023

내 사랑하는 고양이 이야기

영원히 머물러 줬으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가족, 우리 집 고양이 돌콩이가 올 해로 8살이 되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48살. 장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돌콩이 이야기를 잘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삶의 속도가 더 빠른 돌콩이와 함께하는 당연한 일상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고 매일이 특별하다는 것을 늘 마음에 새길 수 있도록.






돌콩이는 6남매 중 막내, 70g의 미숙아로 태어나 작은 박스에 담겨 우리 집에 왔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지 못해 꼬질꼬질하고, 만지면 톡 하고 부서질 것만 같이 연약해서 쉽게 안아보기도 힘들었던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였다.



금이야 옥이야, 우리 가족 모두가 밤잠을 설치며 일어나 세 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이며 참으로 애지중지 키웠다. 당시 아빠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며 “이게 집안에 신생아를 들인 게 아니면 뭐냐”라고 푸념하셨지만, 분유 온도를 직접 맞추시고, 시시 때때로 따뜻한 물통(아기 고양이는 체온 조절이 필요해서 수건으로 감싼 따뜻한 물통을 옆에 두면 좋다)을 갈아주시고, 꼼꼼하게 닦아주시는 등 누구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보살피시던 것이 기억난다.



온 식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우리 고양이는 미숙아로 태어난 탓인지, 자라면서 동물병원에 참 많이도 들락거렸다. 자주 아파하는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것은, 작은 낌새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다행히 돌콩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많이 건강해졌지만, 나는 지금도 돌콩이가 재채기를 할 때면 혹시나 또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닌지 많이 마음이 쓰인다.



여러 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함께하면서 유독 나와 돌콩이는 더욱 단단해졌다. 자주 아파서 병원에 다녀야 했던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던 내가 주로 보살폈다. 주사를 맞히고 약을 먹이면서 싫어하는 행동만 골라하는 나를 미워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 영특한 고양이는 나를 가장 믿고 따르며 오히려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나는 지난 8년 동안 돌콩이에게 말로 다 못할 만큼의 사랑과 행복과 웃음, 그리고 위로와 용기를 받았다. 내 사랑하는 돌콩이는 애쓰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아무런 이유가 없어도 그냥 주는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함께 했던 지난 8년은 맹목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매일 보아도 좀처럼 무뎌지지 않는 귀여움은 또 어떤가? 때론 바보 같고 때론 영악한, 때론 진지하고 때론 속없어 보이는 이돌콩의 그 모든 행동들은 매일 나를 웃게 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었다.



아무리 밖에서 우울한 일이 있어도, 아무리 속이 상하고 화가 나도 엉뚱한 행동 하나에 (이를 테면 벗어놓은 청바지에 들어가려다 다리통에 낀다던가 하는) 모든 것이 다 잊히도록 웃게 해 주었다.



돌콩이는 함께하는 사람의 기분을 잘 헤아려주는 영특한 고양이다. 감정이 상해서 침대 위에 누워있거나 하면 옆으로 와서 달래줄 줄 안다. 내 팔 옆에 살며시 등을 붙이고 내 손을 베고 눕는다. “걱정 마. 나 여기 있잖아!” 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집에 돌콩이가 있는 풍경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너무나 당연해지는 동안, 어느새 돌콩이가 고양이의 생애주기로는 장년층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부터 잊게 되었던 것 같다.


특별히 건강이 나쁘다거나 어디 안 좋은 구석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최근 만난 수의사 선생님의 “슬슬 뭐가 터질 나이니 관리를 잘해줘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심장이 철렁했다. 아차 싶었다. 내 고양이도 늙어가고 있구나.


고양이의 생애 주기는 사람과 달라서, 사람에게 하루는 고양이에겐 3~4일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돌콩이는 나에게 하루하루 행복을 주는데 나는 바쁜 일과를 핑계로 돌콩이의 하루하루는 잘 보살펴주지 못한 것 같아서 이 글을 쓰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



나를 가장 많이 웃게 하고 동시에 가장 많이 울린 고양이. 내 사랑하는 고양이 돌콩이 이야기를 담아볼까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