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읽기
오늘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0회, '누구를 위하여 쓰는가?'를 읽었다.
10회의 내용을 한 마디로 딱 요약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소화한 바를 한 문장으로 말해보면, "내 독자들이 이렇게 이쁘다!"였다. 독자 자랑 파트? 하루키도 참 귀여운 사람이네.
그래도 독자 자랑 파트가 나오기 전에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내가 즐기기 위해서 쓴다'는 기본적인 자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글을 쓰면서 즐거우면 그것을 똑같이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수는 별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로 괜찮지 않은가. 그 사람들과 멋지게, 깊숙이 서로 마음이 통했다면 그걸로 일단은 충분하다,라고."
정말 무명작가이긴 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신간을 낸 한 명의 작가다. 책이 나온 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됐으며 오프라인 서점에 아직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 시기의 나는 언제나 전전긍긍한다. 책은 내 손을 떠났고, 시장에서의 평을 기다려야만 한다. 이제는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이 책이 더 나아질 수도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제는 서점의 판매지수가 조금 올라왔었는데, 오늘은 내려간 걸 보고 일희일비하기도 했다. 이런 처지에서 하루키의 이 문장이 내게 굉장히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즐거우면 똑같이 즐거워해주는 독자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그 수가 별로 적어도 서로 마음이 통했다면 충분하다고. 맞는 말이다. 이번 내 신간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분명 한 분, 아니 최소한 열 분 정도는 있을 거라 믿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없을 거 같지는 않으니까. 그 수가 많든 적든,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큰 용기를 얻는다. 그런 측면에서, 가끔 글이 재밌다며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정말 빛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지. 내가 킥킥 웃으며 쓴 글을 누군가도 킥킥 웃으며 읽는다면 그것만큼 글쓴이에게 기쁜 일이 또 있을까.
아, 하지만 '그걸로 괜찮지 않은가'라는 부분은 수긍이 가면서도 '그렇지만'을 말꼬리에 붙이게 되는 거 같다. 하루키야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는 대 작가고, 좋아하는 사람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해도 n만 명일 테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 같은 무명작가의 입장에서는, 정말 내 신간을 1명 혹은 5명밖에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5명 밖에 안 좋아해도 괜찮지 않아?'라고 물으면 찜찜함을 긍정으로 애써 가리면서 '맞아'라고 대답할 거 같다. 나는 앞으로도 책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 거 같은데, 5명밖에 내 글을 좋아해 주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책이 아니라 5부의 프린트물을 만드는 게 더 효율이 좋을 거 같은 느낌이다. 단 한 명 혹은 오직 다섯 명의 사람들을 위해서만 글을 계속 써나가는 건 웬만한 멘털로는 불가능한 일일 텐데 나는 그렇게 멘털이 강하지도 않은 거 같고.
그래도 그 수가 몇 명이든 독자가 정말 귀중하고 감사한 존재라는 이야기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 언젠가 TV에서 김영하 작가인가, 어떤 작가가 "독자는 아무런 조건 없이 내 책을 사주고 좋아해 주고 칭찬해주는 감사한 존재"라는 이야기를 했던 거 같은데, 정말 좋은 말이라 기억에 남아있다. 독자님들은 정말 귀중하다. 한편으로는 독자로서의 내가 어느 작가님의 용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마주하지 않아도 용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각별한 사이가 점차 더 늘어나면 분명 그만큼 세계도 확장되고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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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간입니다.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