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휴일에만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게 싫어서 프리랜서가 됐고, 프리랜서가 되어 월화수목금을 개인적인 시간으로 보낼 수 있게 된 뒤로는 오히려 토요일과 일요일이 다가올수록 조금 긴장을 하게 되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남들이 쉬는 날이라 그들이 내 개인적인 시간에 침투해올 가능성도 높은 요일들이니까.
이렇게까지 말하면, "아, 혼자 있는 걸 어지간히 좋아하시는 모양이군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음... 혼자 있는 걸 좋아하긴 한다. 학창 시절에 왜 학교에서는 늘 짝꿍을 만들어야 하며, 조별 모둠으로 앉아야 하는지에 대해 늘 불만을 가졌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내내 혼자 있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지 너무 과하면 좋지 않지. 외로움도 많이 타는 타입이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혼자 있긴 하지만, 화요일 오후에 친구를 잠깐 만난다든가, 목요일쯤 엄마랑 밥을 먹고 잠깐 쇼핑을 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리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면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꼭 혼자 시간을 보내며 일을 한다. 그렇게 혼자 집중하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을 좋아한다.
어쨌든 그래서,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 그 주의 주말에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게 은근 부담이 된달까.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타인과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셈이니 부담이 아예 없을 리가 없다. 생각해보면 참 이기적인 심보다. '계속 혼자 있는 건 외롭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싶진 않아!'라는 이야기니까. 사람들이 나 좋을 때만 만나주나? "아, 오늘은 혼자 있고 싶으니까 만나지 않을 거예요!"라고 콧대 높게 구는 것도 한두 번이지, '오늘은 아무런 스케줄이 없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이번에도 만나고 싶지 않아!'라며 몇 번을 거절한다면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으로 취급받기 딱 좋을 테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주말과 연휴를 부담스럽게 느끼기 시작한 건 한창 프리랜서로 잘 나갈 20대 후반부터였던 거 같다. 주말에 연애를 하는 것도 좋았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무척 좋았다. 데이트와 친구들 모임은 지금도 무척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틀이나 되는 그 휴일 동안 '타인과의 시간'을 너무 많이 보내면 '혼자만의 시간' 수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몇 년 전 일요일 저녁 무렵에는 '아 드디어 월요일이다!'라고 내심 기뻐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월요일을 기다릴 때도 꽤 있었던 거 같다. 게다가 휴일보다는 평일에 각종 프로젝트 제의나 소식이 더 많이 오는 편이니 평일이 더 가슴 설레긴 하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만연해 있는 사회에서 '드디어 월요일이다!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어!'라고 외치는 게 꽤 별나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주말을 기다리는 건 주말에는 회사 사람들을 안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 혼자만의 시간을 갈구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습성이리라 추측한다. 게다가 나는 혼자만의 시간으로 충전하는 포인트가 많은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 성격이 안 좋은 편이지만, 타인들에게 예의를 지키며 상냥하게 대할 수 있는 건 평소에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진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