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완벽했다고 생각했어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괜찮은 척했어도 괜찮지 않은 걸 들키는 것처럼요.
나의 연기가 어설픈 거였는지, 상대방이 눈치가 빠른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진실을 들켰을 때는 조금은 민망합니다. 그래도 살면서 그런 연기를 안 할 수는 없잖아요.
음악
-이한빛 (아닌 척 해도)
이한빛 (Yihanbit) - 아닌 척해도 (Official) [Lyric Video]
사연
괜찮은 척을 한다는 건 괜찮지 않다는 겁니다.
아프지 않은 척을 한다는 건 아프다는 말입니다.
상황이 정말 그렇지 않기에 척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어서 밥을 먹었다고 해도 엄마는 제가 밥을 먹지 않은 걸 알고 있습니다. 엄마 걱정한다고 밥 먹은 척을 하는 딸을 알아서 엄마 마음은 더 아픕니다.
아무리 아닌 척 해도 알아차리는 상대가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욱 빨리.
평소와 다른 컨디션인데도 항상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건 몸이 좋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카페인 수혈을 했음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다는 건 조금 쉬라고 몸에서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걸 알아차리고 바로 누우면 하루이틀 만에 괜찮아질 몸상태인데, 굳이 괜찮은 척을 하면서 억지로 되지도 않은 일들을 하고 있으면 꼭 탈이 납니다. 일주일 넘게 골골거리며 해야 할 일들을 더 늦게 마무리하게 되는 상황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압니다. 내 몸 상태가 지금 이렇게 있어도 되는지, 아니면 쉬어야 하는지.
엄살인지, 아닌지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나입니다.
괜찮은 척을 하면 괜찮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 있고, 진짜 괜찮은 줄 아는 사람이 있고,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괜찮다고 믿고 싶은 사람은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확률이 높고, 진짜 괜찮은 줄 아는 사람은 순진하거나 눈치가 없는 사람일 수 있고, 괜찮은 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아픈 것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자꾸만 숨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걱정하는 것이 싫다는 이유라고 합니다. 걱정한다고 해서 아픈 것이 나아지는 것이 아닌데 굳이 말해 뭐 하냐고. 이런 분이 바로 저희 엄마입니다. 평생을 고생만 하셔서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났는데 늘 괜찮다고만 하십니다. 자식들이 걱정하는 게 싫다고. 늘 괜찮은 척만 하시기에 더 걱정입니다. 때로는 어리광도 부려보고, 화도 내면서 자식 뒀다 뭐 할 거냐고 물으면서 아프면 제발 아프다고 해라고 하는데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엄마는 쉽사리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마의 모습이 정말 싫은데 제가 그러고 있습니다. 엄마가 걱정하는 게 싫다고.
너무도 끔찍하게 사랑하는 모녀인가 봅니다.
오늘도 괜찮은 척을 했습니다. 감기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괜찮다고. 주말이라 누워있다 보니 목소리가 가라앉은 거라고. 엄마는 말로는 알았다고 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온 카톡 '딸, 아프면 꼭 약 챙겨 먹어. 병원도 가고.'
괜찮은 척 해도 괜찮지 않다는 걸 아는 엄마.
음악
-조수미 (바람이 머무는 날)
Kazabue (On Days When The Wind Stays)
클로징
급한 일정이 끝나는 대로 엄마를 보고 와야겠습니다. 아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사는 게 바쁘다고 엄마집에 가는 것도 쉽지가 않네요.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손잡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잘 알면서도 생각만큼 안 되는 일입니다. 오늘은 유난히 엄마가 많이 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