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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쿠나 마타타 May 20. 2023

엄마가 된 후 알게 된 것

나의 아이, 나의 엄마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락이 있는 시험을 보러 갔다.

줄넘기 자격증 시험.

국가고시도 아니고, 살면서 써먹을 일이 과연 있을지 의심이 드는 사단법인에서 주최하는 것이지만

아이에게는 공식적인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도전이다.


줄넘기 학원 원장 선생님께서 직접 인솔해서 가셔서 함께 갈 수 도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주고 차를 타는 곳으로 데려다주었다.     


엄마 없이 홀로 시험을 봐야 한다.

고작 10살짜리가.

평소에는 의젓하게 보였는데 이 상황이 되니 ‘고작 10살’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재미있게 배웠던  줄넘기가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한 달 전부터 시험 준비라고 주말까지 나가서 연습을 했다.

합격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분명 얻는 것이 있을 것이며,

그만큼 성장해 있을 것이고,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이틀 전까지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아이가 연습한 만큼만 잘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그런데 어젯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다.

아이는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하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결국 잠을 못 잔 건 나였다.    

 

덤덤한 아이에 비해 내가 더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늦은 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그게 뭐라고 내가 떨리고 잠이 안 와."

"당연하지. 애가 시험을 보는데 잠이 오는 엄마가 어딨냐? 그러니까 엄마지."

라는 엄마 말에 내 지난 과거가 생각났다.     


나를 키우면서 우리 엄마는 나로 인해 얼마나 많이 떨고,

나로 인해 많은 날을 잠을 못 잤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내 아이는 나와 다르게 의연함을 장착 되어 있음에도 내가 이리도 불안한데,

예민한 나를 바라보는 우리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숨 막히셨을까?     

엄마가 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겪어본 일로 엄마의 심정을 고작 하나 더  알게 되었다.


아이로 인한 긴장감과 그동안 몰랐던 엄마의 감정 하나를 더 알게 되다 보니 더 잠이 오지 않았다.     

막연하게 준비를 많이 했으니 합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 합격은 준비를 많이 한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내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인지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그 혼란은 잠시,

만약 불합격이 된다 해도 아이가 상처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이가 잠들기 전에

"엄마는 합격여부를 떠나서 열심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생각해."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이 진심이 되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아이와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3시간가량 누워있었는데 다시 누울 수도 없었다.

잠도 오지 않을 거 같아 책과 노트북을 챙겨서 나왔다.

그리고 지금 나의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묵묵히 아이가 연습한 만큼만 보여주고 오기를 바랄 뿐.

결국 아이 혼자서 시험을 보고, 결과도 아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 아이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것이고,

아이를 지켜보면서 나 역시 엄마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아이로 인해

나의 영원한 내 편인 엄마의 수많은 마음 중 하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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