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2015년, 대한민국 형법사에는 중요한 사건 하나가 기록되었습니다. 바로 62년간 유지되어오던 간통죄가 폐지된 것인데요.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배우자 이외의 남녀와 성관계를 갖는 행위를 의미하는 간통은, 형법이 제정된 1953년부터 처벌대상이었습니다.
법조문을 살펴보면 “배우자가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의 하나로서,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부부의 성적 성실의 의무 확보’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대해 법이 과도한 규제를 한다는 의견,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관계에 이른 부부가 이혼 소송에서 서로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여 폐해가 있다는 의견,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 등이 존재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간통죄에 대한 위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왔습니다.
2) 법률이 사라지는 과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지고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이 상실됩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
헌법재판소는 (i) 소송 당사자가 “이 법 너무 과한 것 같으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해주세요”라고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법률 (ii) 당사자의 신청이 없이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직권으로 “이 법 너무 과하지 않아?”라고 판단하여 헌법재판소에 보낸 법률, (iii) 법률로 인해 직접 권리를 침해 받는 개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률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신청이 형식적인 요건들을 충족하였다고 판단되면(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내용 판단없이 각하 됩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법률의 (i) 목적이 정당한지 (ii)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은 적합한지 (iii) 수단이 너무 과한 침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지 (iv) 법률로 달성하고자 하는 이익과 희생되는 이익간 균형은 적합한지를 고려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9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위헌 결정은 법률 조항 하나를 사회에서 통째로 삭제하는 것인만큼, 그 혼란이 클 수 있기 때문에 ‘6인 이상’의 인용 결정이 있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심지어 임기의 만료 등으로 재판관 수가 다소 줄어든 경우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6인의 의견이 있어야하는 만큼,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4명, 경우에 따라서는 2명만 되더라도 법을 없앨 수는 없는거죠(임기 만료 등으로 공석이 있더라도 7인 이상만 되면 사건 심리 가능).
3) 간통죄의 위헌성에 관한 역사
간통죄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 아직 재판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간통죄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간통죄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해 헌법 재판소의 판단을 끝없이 요구해왔는데, 1990년에 드디어 헌법재판소의 첫번째 결론이 나왔습니다(89헌마82).
청구인은 간통죄로 징역 8개월의 형을 받고 상고심(소위 3심입니다.)을 진행 중이던 피고인이었는데요.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소송당사자가 법원에게 '헌재에 물어봐주세요'라고 신청하는 것입니다.)을 기각하자 직접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죠.
이 사건은 간통죄에 대한 첫 결정인만큼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헌법재판소는 6:3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정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선량(善良)한 성도덕(性道德)과 일부일처주의(一夫一妻主義)·혼인제도(婚姻制度)의 유지(維持) 및 가족생활(家族生活)의 보장(保障)을 위하여서나 부부간(夫婦間)의 성적성실의무(性的誠實義務)의 수호(守護)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姦通)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사회적(社會的) 해악(害惡)의 사전예방(事前豫防)을 위하여, 간통행위(姦通行爲)를 규제(規制)하고 처벌(處罰)하는 것은 성적자기결정권(性的自己決定權)의 본질적(本質的) 내용(內容)을 침해(侵害)하여 인간(人間)으로서의 존엄(尊嚴)과 가치(價値) 및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을 부당(不當)하게 침해(侵害)하거나 헌법(憲法) 제36조 제1항의 규정(規定)에 반(反)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 의견을 낸 2인의 재판관은 “간통행위는 처벌하는 것이 옳으나,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 지나치게 과하다”라는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사생활을 숨길 수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위헌이다”라는 의견을 내었죠.
1993년에도 헌법재판소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는데요(90헌가70). 사실 앞선 결정 당시 재판관이 대부분 여전히 임기 중이었고, 구성원이 1명만 변경되었기 때문에(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 예상된 결론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반대 의견을 내던 재판관 1명이 퇴임했지만 새로 합류한 재판관이 반대 의견에 표를 던졌기 때문에 여전히 6:3의 결론이 났죠.
그래서일까요. 다음 사건은 1993년으로부터 8년이 훌쩍 넘은 2001년에 이루어졌습니다(2000헌바60).
그런데 청구인의 바람과는 달리, 이번에는 8:1로 합헌 의견이 상당히 우세해졌습니다. 2001년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을 위하여나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를 위하여,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 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전 판결과 달리 특기할만한 것은 헌법재판소가 결론에 단서를 붙였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국회)의 재량을 배려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입법자로서는, 첫째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으며, 둘째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고, 셋째 협박이나 위자료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넷째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섯째 형사정책적으로 보더라도 형벌의 억지효나 재사회화의 효과는 거의 없고, 여섯째 가정이나 여성보호를 위한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점 등과 관련, 우리의 법의식의 흐름과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단서를 붙였습니다.
위 판시는 간통죄 폐지론자들의 주요한 논거였고, 일부에서는 사실상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유예기간을 부여하였을 뿐, 다음번에는 위헌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다음 헌법재판은 또 7년이 지난 2008년에 이루어졌는데(2007헌가17), 여전히 이 사건에서도 간통죄의 합헌은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4:5로 위헌 측이 더 많은 아슬아슬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입니다.
3인의 재판관은 기존 결정과 동일한 취지로 합헌 의견을, 3인의 재판관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과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징역형만을 규정한 것은 형벌이 과중하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모든 간통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간통죄를 범죄로 처벌하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으나, 이 사건 법률 조항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 개념으로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합헌 의견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합헌이 사실상 그 앞의 헌법 불합치와 동일한 것은 아니냐구요? 합헌이라고 판단한 재판관은 처벌이 필요한 것은 타당하나, 그 수준을 국민적 합의에 바탕해 수정해야한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고,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한 재판관도 동일한 취지이나 이를 언제까지고 의회에 기약없이 맡겨 놓을 수는 없으니, 다소 강제성이 부여(보통 일정 기한이 지나면 단순위헌으로 효력상실)된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것이죠. 사실 방법론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유사한 의견이라고 생각되며, 실제로 합헌의견을 낸 1인의 재판관은 '아래 헌법불합치 의견에서 참조할 수 있듯' 등의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합헌 의견을 낸 1인의 재판관의 의견이 사실상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의 의견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간통죄 폐지의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7년 후인 2015년. 간통죄가 7:2의 위헌 판단을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2009헌바17)
5인의 재판관은 결혼 및 성에 관한 국민의식의 변화, 성적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간통행위를 국가 형벌로 다스리지 않는 세계의 추세, 간통죄의 사실상 사문화와 악용 등을 들어 ‘선량한 성풍속 및 혼인제도, 부부의 정조의무를 지키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국민 인식의 변화에 비추어 형사처벌은 지나치게 과하며, 실효성이 부족하고, 부작용이 발생하므로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파탄관계에 이른 부부관계에서의 간통 등 비난 가능성이 낮은 행위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국가형벌권의 과잉행사라는 점에서 위헌의견을, 1인의 재판관은 다양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징역형만을 규정한 점이 지나치며,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인 “배우자의 종용이나 유서가 있는 경우”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법을 따라야하는 국민에게 예측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위헌의견을 냈습니다.
2인의 재판관만 기존 판결의 합헌의견과 궤를 같이했죠.
이처럼 긴 시간을 지나 간통죄는 폐지되었고, 최근에는 간통을 ‘형사’가 아닌 ‘민사’ 문제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간통행위를 한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다투어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죠(배우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주었음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
다만, 법률의 폐지로 인해 국가기관이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를 개인이 모두 수집해야 하는 점, 명예훼손이나 주거침입 등 역으로 공격을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점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카타르의 새로운 형법이 국내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요. 이처럼 법이라는 것은 사회와 함께 진화하는 생명체인 것 같습니다. 다만, 기존 합헌 의견에도 타당성이 있는 부분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보완해야 할 과제는 국회로 넘어갔다고 보아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