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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Feb 09. 2021

싱어게인,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다

JTBC사의 싱어게인의 무명 가수전을 보고

언제부터인가 TV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통한 경연대회를 하는 것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어느 방송국에서 시작한 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모든 방송사에서 서로 다양한 포맷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출이 힘들었던 작년에는 방송사마다 트로트를 주제로 한 노래 방송 중심의 주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면서 또 하나의 노래 경연 방송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다. 신문기사에는 가수와 가수를 키운 부모님에 대한 기사였다. 기사를 읽어보니 가수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가수의 아버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름 대신에 '몇 호' 가수라고 불리는 30호 가수의 아버지는 내가 존경하면서 몇 권의 책을 쓰신 목사님이었다. 그 후부터 30호 가수뿐만 아니라 JTBC에서 진행하고 있는 '싱어게인'이라는 단어로 인터넷 기사와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유튜브뿐만 아니라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방송국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몇 호 가수들이 불러온 곡을 모아서 나름대로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다. 실제로 제가 방송을 본 것은 전체 12번의 방송에서 11번째인 세미 파이널과 12번째인 결승전 방송분을 본 것이 전부였다. 실제 방송을 보기 전에 Top 10에 선발된 사람들의 노래는 한 곡씩은 전부 듣게 되었다. 출퇴근 시간 동안 버스에서나 집에 돌아와 노트북에서 가수들의 번호로 노래를 검색하여 들어보는 재미도 꽤 괜찮았다.


음악 경연대회 방송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 기존의 가수 말고도 정말로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가수, 즉 '무명가수'라는 타이틀을 걸고 우리나라에서 노래를 한다는 가수들을 모집하고 선발하여 경연을 펼치는 데도 이들은 기존의 가수와 차별이 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잡지 못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놓지 않기 위하여 다른 부업을 하면서도 노래를 자신의 삶에서 부르고 있던 이들이다.


방송 중 틈틈이 나오는 방송을 보면 실제 그들의 주업이 '가수'이기보다는 다른 주업을 하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무대에 서고 노래를 하는 정말로 무명가수였던 것이다. 방송사의 기획이겠지만 이들에게 이름을 걸고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Top 10에 오르기 전까지는 단지 '몇 호' 가수라고 부릴 뿐이었다. 몇 명이 시작했는지를 잘 몰라 찾아보니 71명의 가수, 즉 1호 가수부터 71호 가수로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71호 가수의 번호표를 획득하기까지 사전 경연도 있었을 것이다. 사전에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 그들은 몇 호 가수를 획득하고 방송사의 경연 프로그램부터 자신의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전국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이며 노래를 부른고 현역 가수들로부터 평가를 받은 것은 그들이 평소에 꿈꾸던 것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Top 10에 오른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면서 느낀 것은 참 노래를 잘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댄스와 노래를 통한 가수들도 있지만 이들은 단지 노래로 승부를 하고 심사단과 시청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무대에서, 또는 거리에서 노래가 좋아 노래를 부르는 무명가수이지만 이들에게는 노래를 향한 열정과 사랑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경연이 1라운드부터 시작해서 5라운드까지 진행되면서 같이 뽑힌 몇 호 가수를 경쟁에서 떨어뜨리고 한 걸음씩 나올 때마다 기존의 노래를 자신만의 노래로 편곡하고 해석해서 부르는 모습만 보아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것이었다.


71명의 가수가 5라운드를 통해서 Top 10를 선발하고 거기에서 Top 5를 선발해서 어젯밤에 최종적으로 결승 공연을 펼치게 되었다. 어렵게 Top 6에 오른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마지막 결승 무대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그 동안 패자 부활전을 통해서 올라왔던, 올 어게인을 받아서 올라왔던 그것은 상관이 없었다. 마지막 무대에 가지고 오른 노래, 1곡으로 심사위원과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선택해서 우열을 가리는 무대였다. 실제 우리는 약 3개월 동안 12번의 방송이었지만 결승전에 오른 사람들은 초여름부터 시작해서 약 6개월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시청자가 들은 노래는 단지 5-6곡이었지만 이들은 약 6개월 동안 자신 안에 있는 노래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공하고 그것을 편곡하고 최선을 다해 부른 것이다.


결승전은 약 2시간에 걸쳐서 6명의 가수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결승전에 어떤 노래를 가지고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 궁금했다. 자신의 최상의 모습을 보여야만 하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께 실시간으로 문자투표를 받는 것이 최종 점수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6명의 가수들은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노래를 선곡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상이나 분장도 정말로 가수와 같이 최대한 돋보이게 하고 나왔다. 안타깝게도 그중 한 명은 가사를 잊는 바람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만 그를 위로하는 심사위원의 말도 진실되게 감싸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결승전을 통해 순위가 정해졌다. 우승한 가수와 준우승한 가수를 포함해서 그들은 전부가 자신의 무대에서 승리한 승자였다. 가수라는 꿈이 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조차 많이 사라진 코로나 시대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이름도 없이 몇 호 가수라는 번호로 그들은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실제 그들에게는 노래가 꿈이자 삶의 희망일 수 있었다. 그러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 방송사의 기획의도도 좋았지만 거기에 당당히 지원하여 도전을 받아들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쩌면 각자의 삶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 '무명가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에서 몇 호가수를 불리기 시작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의 속한 곳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남들에게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직함이나 직책으로 불리기도 하고 전문가로 불릴 수 도 있었다. 그러다가 유명해지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고 신문이나 방송, 또는 책으로 자신을 알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그들이 Top 10에 오르기까지는 철저하게 이름을 밝히지 않고 몇 호 가수로만 불리면서 무대에 섰고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는 유튜브나 신문에서도 몇 호 가수라고 나왔지 그들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71명으로 뽑혀 몇 호 가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그리고 Top 10에 오르면서 '몇 호' 가수라는 호칭을 버리고 실제 '자신의 이름'으로, 'OOO가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실제 심사위원들도 그들이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다가 준결승부터 그들을 번호와 이름을 매칭 하기 시작했을 정도이다.


싱어게인의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문득 머릿속의 한 구절의 시구가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였다. 실제 Top 10에 오른 가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면서 그들은 정말로 시청자들에게 가수로 다가왔다. 자신의 왼쪽 가슴에서 번호표를 떼고 무대로 나서는 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이제는 그들의 이름이 방송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래를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말로 자신의 이름으로 불려지면서 한 송이 멋지고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무대는 정말로 우리가 말하는 인생의 모든 것과 닮았다. 긴장해서 실수할 수 도 있고 머리가 하얗게 되는 무대이지만 그 무대에서 자신의 멋짐을 한층 분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렇게 자신의 삶으로 꽃을 피워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단지 그들이 누구의 손에 누구의 꽃바구니에 꼽히기보다는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다움을 피워내는 바람이 있었으면 한다. 평상시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마련하기 위해 꿈을 키우는 가수들도 있을 것이다. 71명 중에 10명만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으나 나머지 61명뿐만 아니라 그 61명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수많은 지원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을 포함해서 우리는 우리 삶에서 아름다운 꽃이라고 생각한다. 꽃은 자신의 자리를 탓하기보다는 꽃피우지 못함을 안타까워해야 할 것이다. 꽃의 사명은 꽃을 피우는 데 있기 때문이다. 


꽃을 피웠을 때 꽃의 이름을 불러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들판이나 산 위에 피어있는 수많은 꽃의 이름을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꽃이 아름답게 펴 있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반가워하고 즐거워하고 사진에 담는다. 실제로는 꽃 이름을 모르면서 말이다. 우리도 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답게 보이는 것으로 꽃은 본분은 다하는 것일 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아쉽게 방송이 끝난 무명 가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싱어게인을 통해 자신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꽃을 피우고 있는 가수들에게 '무명가수' 대신에 '유명(有名) 가수'로 변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우리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들의 몸짓이나 노래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한송이 아름다운 꽃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신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는 무명가수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싱어게인을 통해 많은 가수들이 '아무개'에서 '몇 호 가수'로, '몇 호 가수'에서 ' OOO가수'로 자신의 이름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인 것 같다.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는 많은 몸짓이 필요하다. 많은 몸짓이 모아서 하나의 가지를 만들고, 하나의 잎을 만들고, 한송이 꽃으로 피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자신의 몸짓을 잠시 멈춘이들이 다시금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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