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머리를 감고 나면 수건 한 장을 들고 아빠에게 향했다.
“머리 말려주세요.”
아빠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내 뒤에 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말려주셨다.
무뚝뚝한 아빠는 내게 “오늘 하루는 어땠니? 점심으로는 뭘 먹었어?”라는 말 대신 늘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불 꺼진 방, 번쩍거리는 텔레비전, 기분 좋은 로션 냄새, 머리를 말려주는 우리 아빠. 귀찮아도 싫다는 말 한마디 않고 정성스레 머리를 말려주는 아빠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끔 방 안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무작정 수건 한 장을 들고 아빠에게 말한다.
“머리 말려주세요.”
아빠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내 뒤에 앉아 수건으로 말려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