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가끔은 아무 말 없이 들어주기를.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열한 번째

by 나무늘보

안녕.

오랜만에 너에게 편지를 쓰려니 어색하네. 오늘은 지비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단다.


가끔은 그 사람 말에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두 그렇진 않을 거야. 네가 가진 경험과 기억이 다른 사람과 같을 수는 없으니깐.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너에게 공감할 수 없어.”라고 말해야 할까? 만약, 네가 어떤 사람에게 너무 속상했던 일을 말할 때, 누군가 너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매우 속상할 거야. 네가 원한 거는 그저 너의 속상함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를 바란 것뿐인데, 이렇게 매정한 소리를 들어야 하나 하고 말이야.


가끔은 그 사람에게 해답을 주려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설교하고 있을지도 몰라.


엄마가 자주 범하는 실수야. 누군가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마치 인생을 100년이라도 산 것처럼 상대방에게 해결책을 주고자 이리저리 고민을 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하지만, 상대방은 과연 엄마에게 해결책을 얻고자 고민을 상담했을까? 엄마가 얼마나 세상을 안다고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 집으로 가는 길에 나의 오만함에 항상 후회를 하곤 하지.


그 오만한 해결책은 상대방에게 해답이 될 수도 있지만, 독약이 될 수도 있어.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그들이 원한 건 독약인지 해답인지 모를 연설이 아니라 그들의 감정을 들어주고 동의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그 사람은 견딜 수 없었던 거야.


엄마는 지비가 잘 들어주는 안식처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일단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그렇게 들어주다 보면, 해답까지는 아니어도 그 사람을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사람이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자연스럽게 너의 안식처로 사람들이 모여들 거야. 네가 유창한 해결책을 제시 않아도 네게 모여들 거야.


그리고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들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기를 바란다.



엄마는 오늘 늦게 야근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동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지 못했어. 위로해주지 못한 나에게 많은 실망을 했어. 내일 그 동료를 보면 위로해주진 못해도, 묵묵히 들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쓴다.(일단, 집에 가서 네 이야기부터 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