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두려울 땐, 조금 쉬었다가도 돼.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열 번째

by 나무늘보

엄마는 요즘 많은 고민이 있어. 어렸을 적부터 학교라는 울타리, 그리고 우연히 합류하게 된 회사까지,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한 번도 세상의 평가를 받아보지 못한 채 살아왔던 거지. 이렇게 사는 것도 크게 손해 보는 일은 아니지만, 뭔가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어 졌고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의 평가를 직면할 수밖에 없어졌어. 이런 결정을 할 때에는 ‘이 결정이 맞는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가장 먼저 세상의 가혹한 평가를 받게 될 생각에 겁부터 나는 거야.



지금까지 숨겨왔던 내 실력이 들통나면 어쩌지?

라는 생각부터 말이야.


지금까지 어떻게 잘 흐르는 데로 살아왔는데, 막상 세상에 벌거숭이로 평가받게 되면 나는 멋지게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두려움이 생기더라고. 그러다 보니, 계속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부터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어. 어쩌면 이런 이유들은 엄마가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을 때를 미리 예상하고 스스로 위로받기 위해 만들고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스스로에게 ‘나에게 나쁜 평가가 주어져도 나는 별로 개의치 않아.’라고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일지도.


그리고 엄마는 다시 생각해봤어.



안됐을 경우의 변명을 생각할 시간에

일단 한 번 최선을 다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엄마는 그래서 도전해보기로 했어.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지금 이 순간에 하지 않은 걸 후회하는 것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하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비도 살다 보면 여러 번 이런 고민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거야. 엄마는 지비가 그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도전하는 방법을 선택해야 후회 없다는 것은 아니야. 너무 도전만 하다 보면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돼. 열심히 뛰다가 잠시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점검도 해봐야 하고, 뒤에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 뛰고 있는지 체크도 해야 한단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잘못 방향을 잡았을 때, 돌아가기 힘들단다. 그래서 쉬고 싶은 때는 잠시 쉬어가도 돼.


잠시 움츠렸다가 뛰어야 더 높이 뛸 수 있어.


움츠림 없이 한 번에 높이 뛰려고 하면, 오히려 높이 뛰지 못해. 잠시 쉬어가는 과정을 두려워하지 말고 적절히 조화해서 너의 방향성을 설정하다 보면, 좀 더 오래 그리고 길게 달릴 수 있을 거야. 한 번도 쉬지 않고 학업을 하다 보면, 그리고 회사를 이어가다 보면, 이 쉬어가는 타임을 선택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어. 엄마도 그래. 항상 소속을 가지고 살다가 지비를 임심 했을 때, 소속이 없는 게 매우 힘들었어. 그래서 매일매일 과외를 했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어.(심지어, 조리원에서 나온 날, 과외를 하러 뛰쳐나갔었지...) 그렇게 100일이 갓 지난 너를 두고, 회사에 들어와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문득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나는 한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래서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는데, 과연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인지 계속 질문을 하게 되었어.


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멈추고, 다시 아무 소속이 없는 상태로 세상의 평가를 받기 위해 나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거든. 게다가 엄마는 워킹맘이라는 스스로의 선입견에 갇혀있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더욱 두려웠지. 실패를 하면, 다시 영영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아서.


이 마음에 용기를 준건 바로 아빠였어.


아빠는 이렇게 고민하는 엄마에게 한 번 해보라고, 용기를 줬어. 엄마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고 응원을 해주며, 실패해도 괜찮다고 위로해줬어.(엄마는 정말 네 아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찔할 때가 많아.) 그리고 언제든지 쉬어가고 싶으면, 쉬어가라고 본인이 다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더라고. ㅎㅎ

엄마도 지비가 주저할 때 이런 사람이 옆에 있으면,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엄마였으면 좋겠다. 삶을 살아가는데, 이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지비가 무슨 일도 용기 내어 할 수 있을 거야.



엄마는 아빠를 데리러 가야겠다. 오늘 아빠와 함께 퇴근하기로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