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하루의 10%는 꼭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를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아홉 번째

by 나무늘보

오늘 엄마는 반차를 내고 엄마가 수강하고 싶었던 대학교 학과의 설명회를 듣고 왔어. 회사와 학교가 너무 멀어서 가는 길에 꽤나 길었지만, 그 길이 얼마나 떨리고 설레던지 뭔가 시작도 안 했는데 많은 일을 한 기분이 들어. 오늘의 반차를 위해서 엄마는 출근하자마자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서 업무를 진행했고, 점심 팀 회식과(엄마가 이끄는 팀은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가지고 회식을 하곤 하는데 오늘은 피자를 먹으며 보드게임을 했어.) 팀원 면담 그리고 미팅까지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을 했지. 이렇게 많은 일을 가뿐하게 소화한 날은 내가 이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나 자심에 감탄하곤 해.(자화자찬이 너무 심했나?) 게다가 이 모든 일을 오후 반차를 쓰기 위해 했다는 게 엄마를 더 짜릿하게 만들었지.



나를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야.

보통 대학, 출산 전, 취업 전까지는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지. 내가 다치면 온 가족이 너를 간호해주고, 걱정해주고, 수능 보기 전날에는 다들 전쟁을 앞둔 군인처럼 겸허해지지. 이렇게 나만을 위한 세상에 살다가 막상 온 세상의 중심이 아이에게로 회서에게로 움직이게 되면 처음에는 정신없이 맞춰 살다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돼.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나를 위한 업무 대신 회사나 아이를 위한

내용만 잔뜩 적혀있는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갑자기 현타가 오는 순간을 겪게 된단다. 이렇게 하루의 100%를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혹은 회사를 위해 소비하게 되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돼. 그리고 그 상대가 내 맘을 몰라주거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화가 나게 되지.



하루에 10%는 꼭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

엄마는 팀원들에게도 회사일만 100% 하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은 업무를 하루에 꼭 10%씩 하라고 당부해.(심지어 주별로 그런 업무를 진행했는지 아닌지를 체크해.) 그래야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있다고. 엄마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다 보니 아무래도 딱 정해진 업무보다는 여러 업무(잡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그럴 때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



하지만, 나를 위한 일을 하루에 딱 10%만 하면, 나머지 90%의 일은 힘든 일이 아니게 되지.

그러기 위해서 매우 부지런해야 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엄마가 하루에 꼭 투자하는 10%의 일이야. 하루 종일 힘들게 업무를 하고 퇴근을 할 때면 꼭 이렇게 글을 쓰는데, 그게 엄마는 좋아.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집에 도착해서도 너와 함께 놀아주다가도 이렇게 글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행복해져. 이 글을 쓸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90%의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빨리 처리해야 하고, 그만큼 나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고. 이게 삶이 원동력이 되고.(오죽하면 #워라벨이라는 말이 유행했겠니)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새 너의 발전이 회사의 발전과 동일선상에 있게 될 거야.

엄마는 가끔 화사에서 기획도 하고 때로는 인사도 하고 때로는 단순 cs의 업무를 진행하곤 해. 이 업무가 엄마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여부와는 상관없이 회사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하게 되지. 그래도 꼭 시간을 할애해서 지난주 발송한 뉴스레터의 반응률도 체크하고 이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도록 포맷도 변경해보곤 해. 이러다 보면, 기획과 같은 갑툭튀 업무*가 힘들어도 명분을 못 찾겠다가도 뉴스레터를 할 생각에 빨리 그리고 더 정확하게 처리하게 돼.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엄마 개인의 성장을 위해 꼭 디벨롭시키던 뉴스레터 채널이 활성화되고, 이는 기업에서도 새로운 성장 채널을 확보하게 되지.

*갑툭튀 업무: 나의 기본 직무와는 전혀 상관없이 회사의 필요에 의해 갑자기 명분 없이 주어진 업무



개인의 성장 = 회사의 성장

여기서 회사는 아이일 수도 있고 가정일 수도 있어. 위와 같이 나를 위한 10%의 투자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개인은 성장할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에 있어 큰 영향을 줄 것이야. 이렇게 되면 회사와 직원 간의 건강한 관계가 성립되게 되는 거지.

엄마의 성장 또한, 아이의 성장과 이어질 수 있어. 하루 종일 아이에게만 매달리다 보면, 너무 힘들어. 그리고 결국 그 스트레스의 원인을 아빠 혹은 아이에게서 찾으려 하다 보니 서로서로 힘들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하지만, 엄마가 나만을 위한 투자를 옥 지킨다면, 이를 통해 엄마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되는 거지.



앞으로 지비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던, 10%의 소중함을 꼭 잊지 않고 실천했으면 좋겠어.

너 자신은 네가 사랑하고 아껴야 하는 거야. 10%의 시간 동안 꼭 거창한 것을 하지 않아도 돼. 정말 네가 원하는 일을 하길 바래.(안마나 멍 때리기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