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여덟 번째
엄마랑 아빠는 지난 주말 얘기를 하다가 어렸을 때 꿈이 뭐였는지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어. 서로 꿈을 꾸었던 거와는 사뭇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유가 뭘까 고민해봤어.
내가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도 항공대 항공학과 점수에 미달이라면, 어쩔 수 없이 다른 학과를 선택할 수도 있고(꿈을 위해 재수나 반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 연구원이 되고 싶었는데 공대는 떨어지고 의대가 붙어서 의사가 되는 친구들도 있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원래 꿈과는 다르게 학과에 의해 결정이 되곤 해.
또 다른 이유는,
꿈이라는 것을 직업으로만 정의하다 보니, 꿈의 직업을 성취했을 때 하려는 직무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된다는 거지.
아빠는 어렸을 적 꿈이 펀드매니저였다고 해. 단순히 숫자를 많이 만지고 이걸로 많은 돈을 벌고, 그런 일을 하고 싶어서 생각한데 펀드매니저였데. 물론, 펀드매니저가 숫자를 많이 만지지 않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아빠가 펀드매니저란 직업이 그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아빠의 ‘펀드매니저가 될 거야.’라는 꿈은 사라지게 된 거지.
꿈을 직업으로 정의하지 않고 특정 업무나 순간으로 정의했을 때 더 구체적이 되는 것 같아.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거나, ‘6시에 퇴근하는 회사원이 되고 싶다.’처럼 행위가 꿈이 되면 좀 더 구체적이지 않을까?
엄마가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어. 어찌 보면 세상 참 평탄하게 붙은 대학 가고, 대학원 가고 첫 직장을 우연히 가게 되고, 그다음 직장도 우연히 가게 된 엄마의 인생은 계획대로 됐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완성되었어. 그런데도 운이 좋게 참 좋은 직장과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만족하며 살았지. 그런데, 직장에서 지원하는 사람들의 면접을 보는 면접관의 입장이 되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지.
회사에 지원하는 젊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본인이 그리고 있는 꿈과 진로가 명확했고,
마치 ‘내 인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 회사는 거쳐가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엄마는 그런 지원자들을 보면서 우연히 화사에 들어온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졌고, ‘나도 뭔가 계획을 가지고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그 후에는 마치 멋들어진 꿈을 세우기 위해 꿈을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갔고, 꿈을 아직도 구체적으로 세우지 못한 본인을 원망하기 시작했어.
물론, 주도적으로 계획적인 인생을 사는 것도 정말 멋진 인생이야.
하지만, 멋지고 아주 구체적인 꿈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엄마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꿈’이라는 존재가 매우 큰 인생의 숙제가 된 기분이었어. 대학을 가기 전에는 멋진(부모님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에 가는 게 인생의 가장 큰 꿈이 었는데, 그 이후에는 주체적으로 꿈이라는 것을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거지. 그런데 어느 날, ‘꿈은 꼭 있어야 하는 걸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어.
엄마의 대답은
꿈은 삶의 원동력이 돼야 하는데 꿈을 세우는 것이 숙제가 돼버린다면, 그때부턴 꿈이 꿈이 아닌 거야. 꿈이 없으면 어때? 지금 삶의 큰 원동력이 있는데. 우리 지비랑 아빠랑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 그리고 하루하루 퇴근길에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라는 성취감을 느끼는 게 엄마의 삶에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데.
그렇게 살다 보니, 엄마한테도 큰 꿈이 생겼어.
우리 지비가 컸을 때, ‘엄마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 ‘우리 엄마는 참 멋진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엄마가 브런치를 연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 엄마는 항상 그 순간을 생각하며, 오늘도 가장 열심히 하루를 살았고, 가장 열심히 지비를 사랑했어. 이렇게 행복한 꿈을 꾸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멋진 꿈을 생각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기에 가능했던 거야.
앞으로 지비도 꿈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빠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겠지?) 그 순간에 엄마의 글이 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엄마가 늦게 퇴근 하니, 지비가 벌써 자고 있네? 내일 또 보자. 지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