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 넘나 아까운 것

58년 개띠가 온다.

by 나무늘보

주차비, 넘나 아까워요.

밀레니얼 세대는 당연하게 사용하는 비용들 중, 58년 개띠 세대에게 유독 아깝게 느껴지는 비용들이 있다. 바로, 주차비, 커피 값, 구독비용 등 옛날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비용들이다.


그나마 우리 세대(20-30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러한 비용들을 지불하고 살아서 이런 비용들이 익숙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러한 비용이 마치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과 같이 느껴지곤 한다.


실제로 필자의 어머니는 백화점 주차비를 내지 않기 위해 계획에 없던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 그러며 어차피 내야 할 주차비 제외하면 물건을 그 금액만큼 더 싸게 구매하셨다며 좋아하신다.(안쓰면 그 금액도 발생하지 않는 것을...)


라떼는 말이야...

아버지는 가끔 발렛비용을 내실 때 이런 말을 하신다.

옛날에는 차가 별로 없어가지고 좋은 차 타면 음식점 주인들이 서로 나와 본인의 음식점 앞에 차를 대라고 했다고.(실제로 아버지가 좋은 차를 타셨는지 확실치 않기 때문에 신뢰도가 떨어진다.)


필자도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외출하면 길가에 아무 거리낌 없이 주차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근처 cctv가 있는지, 주차단속 시간은 언제인지 확인하다 결국 앱을 통해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향하곤 한다.(주차 걱정 없이 내가 가는 곳 바로 앞이 주차장이 되었던 그때가 참 좋은 세상이었지...) 차가 서는 곳이 바로 주차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도로(출처: 80년대 서울)

주차비를 내는 요즘,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100명이 넘는 5060 세대를 대상으로 ‘가장 아까운 비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약 81.7%가 주차비 지불이 가장 아깝게 느껴진다고 답변(*복수 선택 가능)했다. 이는 39%가 택시비 지불이 아깝지 않다고 답변한 결과와는 아주 비교되는 수치이다.

김메디 시리즈 (7).png 5060 세대 응답자가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비용(출처: 나무늘보)

요즘 세대(20-30대)는 어떨까?

2015년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대 미혼 남녀가 이성의 지출 중 가장 아깝다고 생각하는 비용은 남자가 25.8%로 간식 비용을 꼽았고, 여자는 37.3%로 게임비를 꼽았다. 그들도 택시비나 추가 교통비가 아까운 지출이라고 답변했지만, 주차비에 대한 의견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보인다.

2030 직장인 대상 아까운 지출 조사(출처: 잡코리아)


50-60세대는 왜 주차비를 가장 아깝다고 느끼는 걸까?

택시비에 대해 비교적 후한 5060 세대는 주차비에 대해서는 유독 왜 아깝다고 느끼는 것일까? 1953년 한국전쟁이 정전된 이후, 폭발적인 경제 성장 및 IMF 위기를 극복하며 그들에게 소비는 마치 사치와 같았다.*(참고: 느리지만 가장 빠른 세대, 58년 개띠)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아끼고 꼭 써야 하는 지출만 남겨야 했다. 그러다 보니 본인의 소비 중, 대체 가능한 부분은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했다. 다양한 비용 중, 불가피하게 소비해야 하는 비용은 단연코 주차비이다. 식비나 통신비는 본인이 사용하면,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을지언정 아예 비용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주차비의 경우, 주차비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도처에 존재한다.

면제해주는 카드를 사용하거나 주차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금액만큼을 소비하면 해당 비용을 대체할 수 있다. 심지어, 그들은 주차비가 존재하지도 않던 시대를 살았다.


주차비가 가장 아깝다고 답변한 설문 응답자 중, 한 분을 실제로 인터뷰한 결과 그들의 눈 앞에 주차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하지 않으면 마치 지출을 낭비하는 느낌마저 든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의 심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포인트. 그것을 잘 포착해야 한다. 그들은 대체 불가능한 비용에는 아낌없이 소비를 하는 반면, 대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비용에는 비이성적이라 생각될 만큼 비용 절약에 집착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심지어 추가 소비를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백화점은 이를 참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출처: 한남 나인원 홈페이지

스마트한 플레이스, 고메 494

특히, 최근에 오픈해서 화제가 되었던 한남 나인원에 위치한 ‘고메 494’이 대표적이다. 한남 나인원의 푸드코트에는 블루보틀, 아우어 베이커리 등 전국에서 핫한 음식점과 카페가 입점되어 있다. 이렇게 핫한 음식점이 한 곳에 모여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은 그곳을 방문한다. 그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치적인 특성 때문에 차를 타고 오며(100% 발렛이 된다는 부분도...!), 그들이 그곳을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밥을 먹기 위해 혹은 카페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해당 공간을 방문하여, 기본적으로 밥값 이상의 비용을 소비한다. 이 공간에서는 아무리 소비를 해도 주차비가 부과된다. 단 한 군데, 나인원에 입점되어 있는 고메 494(식품판매점, 일명 슈퍼마켓)에서 5만 원 이상 지출할 시에만 두 시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필자는 항상 밥값과 커피값으로 기본 5만 원 이상을 소비하고선도 5천 원(기본 2시간) 남짓하는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5만 원 이상의 장을 본다.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심지어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은 물건 조차도(집 앞에서 만 오천 원에 파는 딸기를 주차비에 눈이 멀어 3만 원어치나 구매했다... 아뿔싸...) 매번 구매하게 된다.


발렛을 기다리다 보면, 장을 본 사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이 사람들이 장을 보러 굳이 한남동까지 왔을까?’라는 의문이 들며, ‘나만 그렇지는 않는구나.’하는 동질감과 위안의 감정을 얻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심리를 잘 관찰하고 활용해야 한다. 이를 잘 활용하는 카드사처럼(프리미엄 카드 가입 시 서울 유명 호텔 발렛 무료) 혹은 백화점처럼(10만 원 이상 구매 시 주차비 2시간 무료, 혹은 VIP가 되면 발렛주차까지) 스마트한 마케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베이비붐 세대의 현황 및 은퇴 효과 분석, 통계청, 2010


사진 출처
80년대 도로, 80년대 서울, 2013

2030 직장인 대상 아까운 지출 조사, 잡코리아, 2015

한남 나인원, 2020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는 2018년 기준 총인구의 38.22%에 이릅니다. 또한 2020년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를 149조 원으로 10년 전 44조 원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한 마케터에 따르면, 최근 유통계에서 가장 실패한 마케팅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실버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들이 노리는 5060 세대는 본인들을 '실버'라고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열정과 세련되고자 함을 잘 이끌어낸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이 세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58년 개띠가 움직이는 포인트를 포착하고 실행하는 브랜드에게 149조 원의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다양한 글을 통해 58년 개띠를 심층 분석하고자 합니다.

[58년 개띠]

1. 느리지만 가장 빠른 세대, 58년 개띠

https://brunch.co.kr/@godori/31

2. 취직이 가장 쉬웠어요.

https://brunch.co.kr/@godori/32

3. 컴퓨터 보단 핸드폰이 좋아요.

https://brunch.co.kr/@godori/36

4. 3층보단 지하 1층.

https://brunch.co.kr/@godori/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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