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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링주역 Nov 07. 2021

'도적의 시간'을 견디는 법






인(仁)과 의(義)를 주장하며 공자의 제자임을 자처하던 맹자에게 제선왕이 반격했다.


- 제선왕 : 신하가 자기 왕을 죽여도 됩니까?

- 맹자 : 인(仁)을 해치는 자를 적(賊)이라고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합니다. 잔적(殘賊)을 일컬어 한 사람의 필부라고 합니다. 한 사람의 필부인 주(紂)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왕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유학자들은 이럴 때의 처세를 <주역>의 천산둔괘에 의지했다. 역사 기록에 종종 불의하게 권력을 찬탈한 임금이 인재를 등용하려하면 아프다 핑계되고 고향에 머물렀다는 선비들의 처신이 대개 둔괘의 철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둔’(遯)은 ‘달아나서 물러나 피하다’는 의미다. 둔괘는 산 속으로 은둔해 도망가는 상이고 고향으로 멀리 피해 가는 모습이다. 왜 은둔하고 숨는가? 사악한 세력들이 초효에서부터 자라나 양의 현인군자를 박탈하기 때문에 소인의 세력을 피해서 들어가 숨는 것이다. 사악한  세력에 맞서 싸워 극복해야 하는 것이 군자의 도(道)이지만, 지금은 그 세력이 너무나 강하고 적극적인 타이밍(시운-時運)이기 때문에 회천(回天)의 기회를 기다리기 위해서 일단 물러서 피해 은둔하는 것이다. 물러서서 멈추면 퇴(退)라고 해야 하나 이 경우는 물러서서 피해 숨어 은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둔(遯)이라고 한 것이다.


역사적 과정에서는 쎄바지게 국가와 이웃의 미래를 헌신해 미래를 반석위에 올려놓으면, 그 과실은 도적무리들의 잔치상으로 올려지곤 하는 도적의 시간을 반복적으로 마주친다. 

그때, 정신줄 박힌 인간들이라면 '둔'말고 뭘 선택할 수 있으까? 백이숙제처럼 지하나 고고하자고 산 속에서 나물먹고 죽기도 그렇고, 글타고 준비도 안된 상태로 덤비다가 짐승같은 무리들한테 개죽음 당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이쪽을 보니 조폭들이, 저쪽을 보니 조폭같은 넘들이 망나니 칼춤을 추는...

백정같은 도적의 시간이 또,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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