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스펙 관점에서 바라본 소프트웨어 교육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교육이 강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강조되고 있다. 공교육에서도 초등학생 저학년은 EBS 방송을 보면서 학습을 하고 있고, 고학년은 e학습터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다. 학교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다. 우리 집 아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영상 통화 혹은 영상 회의 플랫폼을 활용해서 선생님과 상호 작용이 있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본 글에서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기 위한 하드웨어, 네트워크 환경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이 방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역시 유튜브다. 실제로 어느 선생님께서는 수업 자료를 HWP 파일로 올리셨는데, 열어보니 유튜브 링크만 한 줄 들어있었다.
유튜브는 영상을 동영상 파일 전체를 다 받아서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표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 영상을 받는 스트리밍을 방식으로 동작한다. 워낙 전 세계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서버 성능도 좋고 영상 재생을 위한 플레이어도 거의 모든 장비와 운영체제, 브라우저를 지원한다. 영상을 보기에는 최고의 선택이다. 물론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는 유투버 측면도 있지만 이 부분은 논외로 하자.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컴퓨터에 무리한 동작을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요즘 브라우저들은 CPU뿐만 아니라 GPU도 활용해서 더 빠르게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지원하기 때문에 쾌적하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50만원 정도 하는 웹서핑용 노트북 사양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그것보다는 네트워크 용량이 좀 더 중요하다.
아래 화면은 유튜브 고객센터에 있는 화면 크기별 네트워크 권장 속도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상품이 보급형 100 Mbps이고 무선랜 장비도 별도로 빠른 걸로 구입한 게 아니라 통신 업체에서 나눠준 것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50 Mbps가 안정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인터넷 상품에서 얘기하는 기준 속도가 최고 속도일 뿐이고 실제로를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급형 상품으로 혼자서 유튜브 영상을 보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고화질 4K 영상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다. 아래 기준표에 의하면 4K 영상도 20 Mbps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내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엄마는 음원 서비스에서 음악을 듣고, 아빠도 유튜브를 보려고 한다면, 하나의 인터넷 회선을 나눠 쓰다 보니 모두가 느려지거나 버퍼링이 자주 생길 수도 있다. 권장 해상도를 보고 컴퓨터 화면 크기에 따라서 작은걸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교육에서도 영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유튜브를 자주 활용한다. 업로드할 때도 1080p 나 1440p 정도로 올리기 때문에 SD보다는 HD급으로 보는 게 화질도 좋다. 특히 소프트웨어 특성상 화면에서 코드를 설명할 때 화면이 더 보기 편하다.
유튜브보다 조금 더 상호 작용이 있고,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그룹 스터디 방식을 살펴보자. 발표 자료를 띄워놓고 화면을 공유하는 수업 방식으로 라이브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자도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교육장이 있기 때문에 일부 학생은 교육장에 나와서 함께하고, 일부 학생은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 4월에는 구글 밋업, 알서포트 리모트뷰, 줌 등을 골고루 사용해봤고, 5월부터는 줌(zoom)을 유료 계정으로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다.
줌을 기준으로 필요한 기술 스펙을 알아보자.
거의 모든 브라우저 종류를 지원하지만 버전 차이는 조금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CPU와 메모리 요구사항이 듀얼코어 2GHz와 4Gb 이상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L모사 그램이란 노트북을 살펴보니 15인치 기준으로 클럭수는 조금 낮지만 코어 개수는 좀 더 많았고, 메모리도 넉넉했다. 노트북 비용도 대략 75만원-100만원 수준이었다. 그룹 영상 수업으로 진행하려면 100만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영상 회의가 시작되고 화면 인코딩을 시작하면 발열이 심해지고 팬이 열심히 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유튜브를 볼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컴퓨터가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도 유튜브를 볼 때와 다르게 다른 화면을 다운로드도 받아야 하고, 내 화면을 보내야 해서 업로드도 해야 한다. 줌 문서상으로는 720p HD 영상을 보내는데 1.5 Mbps가 필요하고, 다운로드하는데도 1.5 Mbps가 필요하다. 유튜브를 볼 때보다는 숫자가 작다고 안심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통신사들이 인터넷 업로드 속도를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기가 인터넷이라고 광고하는 1G (=1024 Mbps) 상품으로 가입했다면 비교적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뎀의 실제 속도는 500 Mbps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요즘 대부분 무선랜 (와이파이)으로 연결해서 쓰기 때문에 그 속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선으로 고속 통신을 지원하는 802.11ac 규격은 866 Mbps도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판매하는 장비들은 433 Mbps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통 무선랜 주파수 방식을 2.4 GHz와 5 GHz 모두 지원하는 데 5 GHz 대역에 접속해야만 그 정도까지 쓸 수 있다. 만약 2.4 GHz라면 300 Mbps 이상 나오기 어렵다.
아래 화면은 5 GHz 대역으로 K사 기가 인터넷 망에서 무선으로 속도 테스트를 한 결과다. 다운로드로 다른 장비에서 쓰고 있다 보니 오히려 업로드가 더 높게 나온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인터넷 TV를 보는 집에서는 다운로드 속도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 정도 속도로 동작하는 환경이라면, 내 화면을 인코딩해서 보내면서 다른 사람 화면을 20개 정도 동시에 받아도 끊김 없이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무선랜을 구성할 때 또 다른 단점은 방마다 속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직진성이 강한 5G는 콘크리트 벽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실에 공유기가 있으면, 방에서 눈으로 안 보여서 벽 두 개정도 지나서 있는 작은 방에서 접속이 안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2.4G 대역으로 접속해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더 강한 전파를 쏴주는 비싼 공유기에 투자해야 한다.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이 아니라 화면 공유는 상대적으로 정적인 화면을 보내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음성도 영상에 비하면 1/10 수준을 차지한다. 다만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 딜레이가 생기거나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서 생기는 하울링 - 에코 현상을 주의해야 한다. 내가 스피커를 켜놓으면 모두가 에코 현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내장 마이크를 사용하고 이어폰을 꽂거나 아예 이어폰과 마이크가 함께 달려있는 헤드셋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3월에 재택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때, 캠과 마이크가 일시적으로 품절이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적어도 노트북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온라인에서 영상으로 회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네트워크 환경과 헤드셋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물론 아주 짧게 회의에 참석하거나, 음소거 상태로 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참석할 수 있다면 정동진 바닷가 카페에 앉아서 참여해도 된다. (실제로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이렇게 참석했던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책상과 의자 같은 의외의 복병이 있기도 하다. 학교가 아니라 집에서 오래 앉아서 컴퓨터로 작업해야 하려면 적당한 크기 면적을 갖고 높이도 사무용으로 적합한 책상과 의자가 있는 게 좋다. 필자도 아이들에게 밀려나서(?) 식탁에 앉아서 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오래 앉으면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다. 한참 재택이 길어지던 4월에 모니터와 의자를 주문했다는 지인들을 많았다. 사무실에서 당연하게 있던 책상, 의자와 모니터의 부재가 느껴져서였으리라 믿는다.
식탁에 앉아서 일하는 게 어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택으로 일을 하는 게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업무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퇴근이 없고, 같은 공간에서 모드를 전환해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그래서 재택을 오래 한 분들은 출근 전에 (혹은 퇴근 후에) 집 밖에 나가 5분 정도라도 걷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집에서 일하는 공간과 쉬거나 밥 먹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을 조금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새로운 교육 과정을 위해서 온라인으로 꽤 대규모 코딩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기존 방식처럼 웹 사이트에서 코딩 문제를 푸는 단계에서는, 이미 잘 만들어진 서비스가 있어서 크게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CBT 토익 시험처럼, 문제 풀이 시간 동안 캠 화면과 마이크 소리를 모두 실시간으로 감독하면서 진행한 코딩 테스트는 감독관이 수십 명이 필요할 정도였다. 학생들도 컴퓨터가 갑자기 발열이 심해서 꺼지거나, 시험 중에 집에 누가 찾아오는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더구나 많은 인원의 감독관이 동시에 여러 학생들의 화면을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건물에서 업무용으로 사용하던 네트워크 용량이 부족해서 회선을 늘리는 공사를 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식으로 오프라인 환경에서 비슷한 기준으로 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꽤나 도전적이었다. 내년에는 다른 방식을 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다.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기 위한 준비물은 결국 온라인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환경과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개발자라는 직업이 멋져 보일 수 있지만, 개발자라서 재택근무가 쉬운 게 아니다. 온라인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에서 일을 하기 위한 환경, 도구, 제약사항, 소통, 업무 관리 등이 균형이 맞아야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값비싼 의자를 집에서 재택 하면 쓸 수 있도록 할인해서 구매하도록 지원해주기도 했지만, 이미 원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제한적이나마 VPN 같은 원격 접속 환경을 지원해왔다. (물론 이것도 3-4월에 용량 초과로 쓸 수 없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 일하는 법이 온라인에서 교육하는 법과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개발자들은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도와주는 여러 가지 방식과 도구에 익숙하거나 쉽게 배워서 사용한다. 이제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차례다. 유튜브처럼 MOOC 방식으로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가치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현장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공유되길 희망한다.
필자는 아직도 에듀테크라는 용어의 정의를 누가 만들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하지만 다양하고 말랑말랑한 소프트웨어가 기존 교육을 개선하고, 더 효과적이고, 더 집중할 수 있고, 더 가치 있고, 온라인 활동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거라 믿는다. 그 가치는 현장에서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과 현장에서 온라인 도구를 만드는 개발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