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후 찾아온 우울과 불안

[고관절 수술 회복기 ⑤]

by 신은정

큰 사고를 겪고 고관절 치환술이라는 큰 수술을 마친 뒤 병실에 누워 있으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해요.

야탑의 작은 정형외과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제가 보냈던 그 외롭고 시렸던 밤의 기록을 나누고 싶어요.

혹시 지금 저처럼 이유 없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계신다면, 이 글이 당신의 차가운 손을 잡아주는 작은 온기가 되길 바라요.

가장 가까운 이가 남긴 차가운 흉터

수술 후 보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는 마음은 타들어 가는 것 같았어요. 참다못해 오빠에게 연락해 엄마를 모시고 오라 했죠.

하지만 이튿날 마주한 오빠가 내민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빳빳한 돈 봉투 하나였어요.

"새언니한테 고맙다고 해."

사선을 넘나들며 큰 수술을 받은 동생에게 오빠가 건넨 첫마디는 그토록 서늘했어요.

"얼마나 무서웠니?", "고생 많았다"라는 말 한마디, 그저 내 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주길 바랐던 마음은 갈 곳을 잃고 무너져 내렸어요.

멀찍이 서서 바라만 보시는 엄마의 무심한 눈빛을 보며, 저는 결국 그 봉투를 돌려줬어요. 돈으로는 도저히 채워질 수 없는 마음의 허기가 가슴을 짓눌렀거든요.

그날 이후 밥은 모래알처럼 까슬거렸고, 밤은 끝을 알 수 없이 길었어요.

전국 각지에서 달려와 준 친구들이 남편 반찬까지 챙겨주며 곁을 지켰지만, '내 혈육은 왜 나에게 이럴까'라는 원망이 가슴에 맺혀 숨이 막혔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아계셨더라면 지금쯤 내 손을 잡아주셨을 텐데. 그 그리움이 밤마다 천장을 가득 메웠어요.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에요

사흘 밤을 꼬박 눈물로 지새우고 찾아간 신경과에서 의사 선생님은 제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씀하셨어요.

"환자분, 지금 불안 지수가 90이에요. 이건 환자분의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보내는 구조 신호입니다. 약의 도움을 받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그 길로 재활 치료실에 갔을 때, 저와 비슷한 시기에 수술하신 60대 여성분을 만났어요.

그분이 조용히 제 손을 잡으며 고백하시더라고요.

"저도 매일 밤 울어요. 남편 앞에서는 강한 척하지만 사실 너무 힘들어요."

물리치료사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어요.

"수술 후에 우울한 건 정말 당연한 거예요. 특히 우리 어머님들 세대는 더 심하게 겪으시곤 하죠. 절대 이상한 게 아니에요."

'정상'이라는 그 투박한 한마디가 저를 얼마나 안심시켰는지 몰라요.

내가 유난스러운 게 아니었구나. 내가 나약해서가 아니었구나. 몸이 낫기 위해 애쓰는 것처럼, 내 마음도 다시 일어서려고 몸살을 앓는 중이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됐어요.

다시 일어서기 위한 나만의 작은 약속들

저는 그날부터 제 아픈 감정을 애써 외면하지 않기로 했어요.

제가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시작한 소박한 방법들을 당신에게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첫째, 마음의 약을 거부하지 마세요.

신경과 약은 마음의 지팡이와 같아요. 다리가 아프면 목발을 짚듯, 마음이 휘청거릴 땐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회복의 지름길이에요. 저도 약을 먹고서야 비로소 잠을 자고 밥을 넘길 수 있었어요.

둘째, 매일 밤 나에게 짧은 편지를 쓰세요.

저는 핸드폰 메모장에 매일 한 줄씩 일기를 썼어요.

"오늘은 거실까지 열 걸음을 걸었네. 참 잘했어."

"오늘은 너무 우울해서 하루 종일 울었다. 그래도 괜찮아, 그만큼 힘들었으니까."

내 마음을 글로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슬픔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어요.

셋째, 스스로를 다독여주세요.

가족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앞날이 두려운 것도 다 괜찮아요.

"지금 내 상태가 이렇구나"라고 인정해 주는 순간, 나를 괴롭히던 불안의 파도도 조금씩 잦아들어요.

당신에게

병실 창밖으로 흐르는 시간은 유독 더디게만 느껴지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당신은 이미 그 힘든 수술을 잘 견뎌낸 용기 있는 사람이에요. 오늘 하루를 버텨냈고,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있으니까요.

가족이 채워주지 못한 온기는 따뜻한 친구의 전화 한 통에서, 혹은 같은 아픔을 나누는 저의 이 글에서 조금이나마 채워지길 소망해요.

우울해도 괜찮고, 불안해도 괜찮아요.

그 모든 마음은 당신이 다시 좋은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의 증거니까요.

오늘 밤, 당신의 병실 천장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낮고 포근하게 느껴지길 바라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저처럼요.

우리, 함께 해내요.

다음 글 예고

⑥ 주차권 대신 운동화를 택한 이유: 안개 속을 걷는 법

독자님께

혹시 지금 수술 후 우울감으로 힘들어하고 계신가요?

혹은 가족의 무심함에 상처받고 계신가요?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나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연재 소식

이 글은 곧 출간될 전자책 <사라진 72시간,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의 일부입니다.

부제: 119 앰뷸런스에서 내 발로 걸어나오기까지

전자책에서는 더 깊이 있는 심리적 회복 과정, 구체적인 재활 운동법, 가족 관계 회복 이야기 등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

우리, 함께 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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