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 - 차 안에서 기다린 오후"
서현초등학교 정문 앞, 차 안에서 딸의 면접을 기다리며 깨달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음 살피기와 현실적인 작은 도움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삼성병원을 그만두고 보건교사 시험에 재도전한 둘째 딸. 서울에서 단 10명을 뽑는데 15명 안에 들었지만,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괜찮아, 괜찮아.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야."
남편과 나는 말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똑같은 말을 했다. 헤어 클리닉도 가고, 백화점도 가면서 일상을 함께했다. 딸이 우울해지지 않게 눈치를 살피며.
"1년은 밀어줄 테니 온전히 공부에 집중해봐."
그런데 딸은 매달 70만 원씩 들어가는 청년 저축을 걱정했다. 내가 알 수 없는 부분이 생길 만큼, 이제 어른이 되어 있었다.
계좌에 돈을 넣어줬다. "엄마,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보냈어요. 받을 수 없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 딸에게 "나중에 갚으면 되니까 가지고 있으라"고만 했다.
월요일부터 딸과 함께 도서관을 다녔다. 그곳에서 적십자, 판교초, 서현초에 서류를 넣었나 보다. 모두 면접 연락이 왔다.
적십자는 너무 멀어서 말렸다. 언니 집 가는 길에 가보려던 딸을 설득했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가지 마."
서현초와 판교초 면접이 같은 시간이라 서현초로 결정했다. 셋째까지 세 딸이 모두 다녔던, 익숙한 곳이다.
면접 때 입을 옷, 갈아입을 옷까지 챙겨 차에 실었다. 날씨도 춥고 해서, 면접 끝나면 바로 태워가고 싶은 마음에 서현초 정문 앞 차 안에서 기다렸다.
면접을 마치고 나온 딸과 함께 패밀리 스포츠센터 안 커피숍으로 향했다. 수영장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다시 예전처럼 말을 잘하는 딸을 보며 흐뭇했다. 수영 이야기, 언니랑 네컷 사진 찍기 이야기, 이것저것 한참을 수다 떠는 딸을 보며 안심했다. '이제 나도 내 일에 집중해도 되겠구나.'
탈의실로 가다 아는 분을 만났다. "딸이구나." "네." 인사를 건네고 딸의 옷매무새를 만져줬다. 차에 짐을 두고 언니 집으로 가는 딸을 보냈다.
휴...
온전히 나만의 운동 시간. 스트레칭존에서 몸을 풀었다.
다시 돌아온 나의 일상.
딸의 불안이 아닌, 나의 하루로. 딸의 도전이 아닌, 나의 운동 시간으로.
작은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마음 살피기와 현실적인 작은 도움이 다라는 걸 알지만, 그 작은 것들이 모여 딸아이 마음 한편에 따뜻하게 쌓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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