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쓰던 편지가 책이 되기까지

5분에세이

by 신은정

어렸을 때 편지 쓰는 걸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문방구에서 예쁜 편지지를 고르는 것도 좋았고, 친구 얼굴 떠올리며 한 자 한 자 정성껏 쓰던 그 시간들도 좋았다.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걸 좋아했고, 편지를 써서 가방 속에 찔러 넣어주던 그 느낌도 좋아했었다.

그렇게 주고받던 편지들, 결혼 후 이사할 때 친한 언니가 "이제 다 버려. 뭐 하러 그런 거 가지고 다녀?" 그래서 대부분 정리했다. 그런데 유독 한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만은 못 버렸다. 지금도 화일 두 권에 곱게 담아 가끔씩 꺼내 본다. 그때 그 마음들이, 그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면, 다른 편지들도 버리지 말걸 하는 생각이 가끔 들곤 한다. 지금은 후회가 된다. 그때의 나, 그때 나와 함께했던 친구들의 마음이 그 안에 다 있었을 텐데. 언니 말대로 짐이 되긴 했겠지만, 그래도 남겨뒀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 나는 이렇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게 좋았구나' 하고.

60이 된 내가 여전히 편지를 쓰고 있다. 다만 받는 사람이 특정한 친구가 아니라 세상의 누군가가 됐을 뿐이다. '취향대로 삽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제 그 글들이 '매일의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2월에 책으로 나온다.

사실 막연한 꿈이었다. '나도 언젠가 책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늘 마음 한편에 있었지만, 그냥 꿈일 뿐이었다.

초고를 쓰고, 퇴고하고, 또 퇴고했다. 짝꿍 퇴고하면서 누가 내 글 읽고 "언니, 이렇게 고쳐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해줄 때마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너무 고마웠다. 내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 누군가 내 글을 진지하게 읽어준다는 게 정말 감사했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기도 하다. 60에 '작가'라는 이름 달고 세상에 나서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닿을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동시에 설렌다. 어렸을 때 친구한테 편지 쓰면서 느꼈던 그 설렘이 지금도 똑같다.

교통사고로 고관절 수술받고, 제대로 걷지 못할까 봐 무서웠던 시간도 있었다. 그 아픔을 글로 담아내면서 치유가 되는 걸 느꼈다. 그 시간들이 이렇게 책이 되어 나온다. 세 딸 키우면서, 아버지 보내면서, 제주 바다 걸으면서 느낀 모든 순간들이 글이 되는 걸 알게 된 시간들.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할까? 60에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이 딱 맞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살아온 시간만큼 깊이가 생겼고, 아파본 만큼 진심이 생겼으니까.

인생에서 시작하기 늦은 때는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용기다.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 그 진심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매일매일 용기를 준 가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2월에 '매일의 취향'이 세상에 나온다. 편지 쓰기 좋아하던 소녀가 60대 브런치 작가가 되어 세상에 보내는 첫 책이다. 화일에 담긴 그 오래된 편지들처럼, 이 책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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