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약국에서 판다고?

5분에세이

by 신은정
고마운 김 한장

"파키스탄 약국에 한국 김이 팔린대."

저녁 식사 중 남편이 던진 말 한마디에 딸아이와 나는 젓가락을 든 채 서로를 쳐다봤다.

"약국에? 우리가 먹는 그 김이?"

남편은 덤덤하게 설명했다. 파키스탄처럼 산이 많은 나라는 바다와 멀어서 요오드가 부족하다고. 그래서 김이 약처럼 팔린다는 것이었다.

식사 후 혼자 검색을 해봤다. 파키스탄 산악 지역 약국 진열대에는 정말로 우리가 먹는 그 김이 놓여 있었다. 요오드 결핍으로 생기는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화면을 넘기다 보니 몰랐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에는 요오드뿐 아니라 장 건강에 좋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 A도 들어있단다. 타우린 성분은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니, 작은 김 한 장에 이렇게 많은 게 담겨 있었구나.

문득 우리 집 식탁 위 김 통이 떠올랐다. 생김을 달래장에 찍어 먹고, 들기름 발라 구워내고, 김밥을 싸고, 비 오는 날엔 김 넣은 국을 끓인다.

그때 미역 이야기가 나왔다. 미역과 김, 같은 바다 식물이지만 미역을 과하게 먹으면 요오드 과잉으로 갑상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한국인은 권장량의 4배 넘게 요오드를 섭취한다는 통계도 보였다.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어머, 나?"

고향이 바다인 나는 돌미역을 끓여 먹고 자랐다. 세 딸을 낳고 나서 농담 삼아 "미역국을 좋아해서 아이를 많이 낳았나 봐" 하고 웃곤 했다. 오래전 서울로 이사 와서 지금은 일산에 사시는 엄마. 시골에 사실 때 해녀가 직접 딴 미역을 자주 보내주셨다.

나는 반찬 하기 싫을 땐 미역국을 사골국처럼 한 통 끓여서 먹곤 했다.그래서 였을까? 나는 잠깐 갑상선 약을 복용한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 후 다시 검사하러 갔을 때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

미역국 과다 섭취가 문제였는지,

병원에 있으면서 충분히 쉰 게 갑상선을 회복시킨 건지는 확실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두 가지 모두였을지도..


흔하고 평범한 김과 미역.

히말라야 자락 어느 마을에서는 김이 아이를 키우고 병든 이를 돕는 약이 된다.


내게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 될 수 있다는 것.

동시에 내게 좋았던 것도 지나치면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

지금 이 순간, 파키스탄 어딘가에서도 누군가 이 김을 소중히 먹고 있을 것이다. 우리 식탁 위 작은 김 한 장, 말린 미역 한 줌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오늘 아침, 김 한 장과 미역국 한 그릇의 소중함을 생각해본다.

전 세계어서 주목받는 한국의 김과 미역은 영양소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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