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일기장

by 신은정

오빠에게 몇 번 부탁했다.

아버지 일기장을 찾아봐 달라고.

종이책도 한 권 냈고 전자책도 한 권 냈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일기장을 정리해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아버지가 남긴 말들로, 아버지의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카톡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

전화를 했다.

오빠는 엄마에게 전화해 보라고 했다.

몬가 없애버렸나?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새언니가 이사하면서 정리했다고 하셨다.

버렸다는 말이었다.

순간 마음이 서운해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이었을까, 그 후였을까.

그 생각이 더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은 빨리 잊는 게 좋다.

살면서 몸으로 터득한 나만의 방식이다.


허전한 마음에 여동생에게 톡을 보냈다.

동생도 일기장을 읽어봤다고 했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 마음이 참 힘들었다고.

그러면서 말했다.

"언니도 안 보는 게 좋을 수도 있어.

아빠 인생은 우리가 알잖아. 그걸로 된 거지."

나는 그 말을 한참 생각했다.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어떤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는지,

어떤 날에는 웃었고 어떤 날에는 한숨을 쉬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우리를 키웠는지—

그건 종이 위의 기록이 아니라

함께 살아온 시간 속에 새겨져 있다.


한 사람의 삶은

일기장 몇 권보다

그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더 또렷하게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생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사람들한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글, 좋은 글들 많이 써."

지금은 그럴수준은 아니다.

그냥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알아가고 있는중이니까

세월이지나 계속 이렇게 공부하며 글을 써다보면 동생이 말한 그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순간 품어본다.


내가 아버지의 일기장을 찾으려 했던 건

아버지를 기록으로 붙잡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내 안에 있다.

일기장은 사라졌어도 아버지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남아있는 아쉬움...


기록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언젠가는 정말로 사라질 수도 있다.

에세이가주 수업에서 나만의 브랜드만들기를 생각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는 나만의 브랜드

후기를 올리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부모님 곁에 잠깐 머물며

그분의 삶을 한 권의 이야기로 남겨드리는 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해도 되지 않을까.

일기장을 잃은 서운함을 나만의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의 씨앗이 떨어졌다.

가주작가님도 좋다며 공책에 써보라고 권했다,오늘부터 1일 씨앗에 물을 주며 정성스럽게 키워나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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