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담아오는 길

by 신은정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어릴 적 입에 맴돌던 동요가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문득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 친구가 담아준 봄나물을 보며 흥얼거린다.

"너도 나도 바구니를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쑥을 캐던 작년 봄을 떠올려본다.

이제 쪼그려 앉아 나물을 캐는 일은 조금 조심스러워졌지만,


그 빈자리를 친구의 다정한 이야기가 채운다.

우엉잎을 살짝 쪄서 쌈을 싸 먹는다는 말은 태어나 처음 들어본다.

"살짝 쪄서 호박잎처럼 싸 먹으면 맛있어."

생소한 조리법조차 봄의 한 장면처럼 다정하게 다가온다.

​장화에 모자까지 눌러쓰고 어리고 연한 머위잎을 따는 친구.

나를 위해 한 잎 한 잎 고르는 그 뒷모습에서 작고 단단한 행복을 느낀다.


밭 한쪽, 커다란 나무가 있던 자리가 비어 있다.

"여기 나무 있지 않았어?"

"응, 베어냈어."

"훨씬 넓어 보인다. 잘했다."

​나무가 떠난 자리엔 햇살이 깊숙이 내려앉아 밭은 더 환해졌다.

고르게 뿌려진 거름 위로 부지런히 일구어낸 삶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달래는 유난히 실했고, 손에 쥐어지는 봄의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한 움큼씩 담아 들고 내려오는 길, 입가에 맴도는 콧노래는

내가 아니라 봄이 부르는 노래 같았다.

​"지금 먹으면 약이야."

친구는 이것저것 챙겨주더니 직접 우린 따뜻한 차를 건넨다.

그네에 나란히 앉아 나눈 이야기들은 말보다 더 오래 남아 마음 깊은 곳에 내려앉는다.


돌아오는 길, 내 손엔 나물보다 더 많은 것이 들려 있었다.

오늘의 봄은 하루의 기억을 넘어, 내 안에 아주 오래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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