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베테랑 도수치료사를 만나기까지

by 신은정


퇴원 날짜가 잡히기도 전부터 마음은 조급해졌다. 퇴원하지만, 그다음의 삶은 내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관절은 '회복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이후의 일상을 결정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막막함은 그래서 더 컸다.

병실 침대에 누운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네이버 검색창에 '고관절 치료'를 입력했다. 고관절 수술 후 재활, 고관절 수술 2개월 차 운동, 회복 단계별 운동 방법…. 수많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어떤 글은 희망을 주었고, 어떤 글은 괜히 겁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덜 두려울 거라는 마음 하나로.

운동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 재활센터, 운동처방센터. 전화번호를 메모장에 하나둘 적어 내려갔다. 전화를 걸기 전에는 거리부터 확인했다. 내가 실제로 다닐 수 있는 거리인지, 퇴원 후 몸 상태로 무리가 없는 동선인지가 가장 중요했다.

집으로 방문해 운동을 처방해 주는 운동처방사도 있다는 걸 알게 되어 그분들의 번호도 따로 메모했다. 한 통 한 통 직접 전화를 걸었다. 지금 제 상태에서 가능한 재활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주 몇 회가 적당한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설명해야 했지만, 그 과정조차 나에게는 재활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나는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신 같은 것.

그렇게 해서 두 곳을 남겼다. 하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다른 하나는 이동과 시간 면에서 가장 다니기 편한 곳. 어느 한쪽을 쉽게 고를 수는 없었다. 결국 결정은 퇴원하는 날로 미뤄두었다.


퇴원 날, 큰딸이 와서 하루 자고 간다고 했다. 혼자 가기에는 아직 마음이 불안했는데, 함께 병원을 가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재활의학과를 찾기로 했다. 서현역 6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도착하는 곳이었다. 이 '조금만'이라는 거리감이 그날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은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체적으로 아주 깨끗했다. 밝은 조명과 정돈된 공간이 이상하리만치 마음을 놓이게 했다. 접수를 하고 대기 의자에 앉아 있는데, 괜히 손에 땀이 났다. 다시 병원, 다시 상담, 다시 설명해야 하는 시간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처음처럼 떨린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은 생각보다 편안하게 흘러갔다. 현재 상태와 수술 이후의 경과, 일상에서 불편한 점들을 차분히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생님이 개원 전에 고대 구로병원에 계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에 나는 "큰딸이 구로병원에 다니는데…" 하며 말을 흐렸다.

선생님이 어느 병동이냐고 물으시기에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했더니, 큰딸을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저는 구로병원 다닌 지 12년 됐어요. 오늘은 엄마 진료 때문에 같이 왔고요."

큰딸과 선생님은 병원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았다. 선생님은 잠시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잠시 일상의 대화로 부드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끝까지 잘 도와주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도수치료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마침 가장 잘하시는 도수치료 선생님이 그날은 휴무라며, 가능하다면 그분의 일정에 맞춰 치료를 받기를 추천해 주셨다. 그 말 한마디에서 환자를 향한 책임감과 진심이 느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내가 선택하게 된 곳이 바로 서현동 튼튼재활의학과였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번, 몸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치료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횟수를 줄였고, 그 변화는 몸이 먼저 알려주었다. 통증은 서서히 옅어졌고, 불안하던 움직임에는 안정감이 생겼다. 어느새 '거의 완치에 가깝다'는 말을 들을 만큼 회복되어 있었다.

도수치료를 맡아주신 신대섭 도수팀장님은 정말 베테랑이었다.

첫날 도수치료를 받던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다. 왼쪽 다리의 가동 범위를 확인하고, 걷는 모습을 유심히 살핀 뒤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처방해 주셨다. 바닥에서 일어나는 법, 바닥에 앉는 법처럼 일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부터 하나하나 짚어주셨다. 그 세밀함에 '아, 내가 제대로 된 곳에 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지금은 도수치료를 받으며 이런저런 사담도 나눌 만큼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치료실은 더 이상 긴장의 공간이 아니라, 내 몸의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안전한 장소가 되었다.


이 회복은 누군가 한 사람의 공이 아니다. 서현동 튼튼재활의학과 대표원장님과 도수팀장 신대섭 선생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도와준 많은 분들 덕분이다. 동시에, 아픈 몸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돌보려 했던 나 자신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안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소하고 성실한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조금 덜 아픈 내일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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