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예술로 빛난다 ㅡ북클럽 8일차
삶 속에 스쳐 지나간 예술
모네는 매일 눈앞의 빛과 물, 수련을 태어나 처음 본 것처럼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 장님이 처음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보듯 모든 것을 새롭게 보라는 말.
그러나 정작 나는 그 말을 되새길 틈도 없이 하루를 정신없이 흘려보냈다.
그런 여유로움이 오늘의 나에게는 단 1%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잠시, 오늘 내 삶에는 예술로 빛나는 순간이 없었던 것만 같았다.
오늘은 아침 일찍 청주 현대백화점으로 향했다.
딸아이 절친의 남편이 7층에 메이린이라는 피부과를 개원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딸아이는 시험 준비로 고시원에 지내다 23일에 집으로 돌아왔고, 나 역시 제주에서 그날 올라왔다. 일주일 뒤면 다시 2차 준비가 시작될 테니, 오늘이 아니면 들릴 시간이 없었다.
백화점 지하에서 직원들 간식으로 빵과 커피를 준비했다. 10잔을 주문했더니 꽤 오래 걸렸다. 초보 직원인지 손이 느렸지만, 딸과 함께 "천천히 하게 기다려주자"고 배려를 했다. 누구나 처음은 있으니까. 가끔은 서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
7층 메이린 문을 여니 세원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서 자주 자고 가던 딸의 친구, 아이를 낳은 뒤에도 아이와 함께 찾아오던 아이였다. 사실상 딸처럼 지낸 세원이여서 꼭 인사를 오고 싶었다.
세원이는 인테리어를 직접 했다며 실내를 안내해 주었다. 책자부터 이불, 작은 소품 하나까지 세원이의 손길이 닿아 있었고, 공간은 단정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시술도 미리 결제해두었다며 편하게 받고 가라는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금일봉으로 마음을 전했고, 딸아이는 가습기와 간식을 선물했다.
딸아이의 좋은 친구 덕분에 작은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청주에 다녀오고, 오랜만에 도수치료까지 받고 집에 오니 어느새 늦은 저녁이었다.
문득 어제 가주 작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장에서 돌아와 종량제 봉투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예술이 되는 순간일 수 있다고.
그 말을 떠올리니, 나의 여유 없던 하루 속에서도 혹시 예술이 될 만한 한순간이 지나가진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백화점 커피 매장에서 커피 10잔을 주문받고 당황하며 결제부터 힘들어했던 직원에게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그 마음.
어쩌면 그것이 예술일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바빴던 오늘이었지만, 그 속에 스쳐 지나간 작은 순간 하나쯤은 분명 내 삶을 살며시 빛나게 했을지도 모른다